"사춘기? 이십춘기가 진짜다"…20대 성장통 겪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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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취업, 진로, 자아 정체성, 삶의 방향 등 다양한 이유로 20대 중후반에 성장통을 겪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20대에 겪는 사춘기라며 ‘이십춘기’,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십춘기, ’제2의 사춘기‘는 그동안 청년들 사이에서 꾸준히 논의되던 주제다. 지난 2일 X구 트위터엔 “10대에 겪는 사춘기에 비해 20대 사춘기는 덜 알려졌다. 주변을 관찰한 결과 20대 중후반이 방황하는 진짜 인생의 격동기”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조회수는 약 90만, 재게시 1만 이상을 기록하며 공감을 얻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26~29세가 인생 정병정신병 시기라는 말이 맞는지 궁금하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먼저 취업한 사람들은 다시 진로를 고민하고, 취준생들은 자존감 깎이는 등 다른 여러 이유로 힘들어하더라”라며 “26세가 어린 나이라지만, 취직 준비를 하기엔 조급한 나이고 곧 20대 후반이라 불안하고 막막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댓글에선 “인생에 반전이 있을 거란 환상이 깨지고 등급이 확정되는 시기라 그렇다”, “내 인생 최대 암흑기였다. 삶에서 가장 좋을 시기를 우울과 스트레스로 보냈다”, “저 시절 일기 보면 내가 너무 불쌍했다”, “빨리 서른 되길 바랐다” 등 반응이 오갔다. 실제 청년들도 20대 중후반에 겪은 방황과 불안이 10대 사춘기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고 말한다. 나이, 직업, 연봉 등 결과물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면 좌절감과 괴로움이 찾아온다. 5년차 직장인 이현우33씨는 “20대 후반엔 진로 고민이 가장 컸다”며 “일을 시작한 친구들은 일이 안 맞는 것 같아서 고민하고, 다른 일을 시작하고 싶어도 나이 때문에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을 준비하거나 돈을 많이 모은 친구들을 보면서 난 여태 뭘 했나 자괴감이 드는 등 삶에서 가장 우울하고 공허하고 괴로운 시기를 보냈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20대를 자기혐오와 싸운 기간으로 정의한 청년도 있었다. 3년차 직장인 김은혜28씨는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했지만 딱히 특출한 것도, 배운 것도 없는 나를 보며 대학은 어떤 의미였는지 후회했다”라며 “대학 졸업 후 2020년부터 취업을 준비하며 불안감과 우울감이 너무 커 진짜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매일 산책하고 카페에 가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20대 후반은 삶의 틀이 정해지고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시기”라며 “하지만 난 아직 스스로를 책임지는 어른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 두렵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십춘기는 자신이 생각한 미래와 현재의 차이가 커서 나타나는 괴로움의 다른 모습이란 의견도 있었다. 현재 이십춘기를 겪고 있다는 서민정26#x2027;가명씨는 20대 중후반을 ‘남들 다 다니는 대학생활이 끝나고 이제 내 선택으로 내 삶이 갈리는 시기’라고 말한다. 서씨는 “내 능력과 선택으로 현재가 진행 중이지만, 지금 삶이 내가 살고 싶던 인생은 아닌 것 같다”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평소 무던하던 성격도 예민해졌다”고 한다. 그는 “항상 즐겁게 살았는데 요즘 생각이 많아지고 우울하고 슬프다. 매일 다른 나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20대 사춘기인 이십춘기를 겪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성취감을 얻을 수 없는 각박한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20대는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는 등 인간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며 “하지만 지금 20대는 코로나,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살고 있기에 주거, 결혼, 직장 중 하나라도 해결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에 따르면 근면성실하게 역량을 키우고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건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기인 4단계후기 아동기와 5단계청소년기에 해당한다. 20대가 되면 발달학적으로 대인관계 등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임 교수는 “몸과 마음은 청소년기보다 성장했으나, 후기 아동기의 근면성실이 20대에도 진행되고 있으니 방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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