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정례 브리핑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3.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들의 의료공백을 채우기 위해 PA진료보조 간호사에게 응급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하고,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등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하자 대한의사협회가 "마구잡이로 던지는 대책은 대한민국 의료를 더욱 빠르게 몰락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 의대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발표는 사실상 수련병원을 전공의 교육을 하지 않는 비수련병원으로 만들어 환자 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며 "대한민국에 필수의료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낸 정부의 황당한 국가 자살행위는 절대로 국민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1,2차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수련병원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중증, 응급 치료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며 "2000년 의약정 합의 파기를 의미하기도 하는 성분명 처방을 통한 무분별한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약물 오제조로 인한 약화사고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국내 제약 산업의 왜곡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등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이날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의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마구잡이로 던지는 무리한 발표는 대한민국 의료를 더욱 빠르게 몰락시킬 것이 자명하다"며 "정부는 의사가 해야할 일을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PA진료보조 간호사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말대로 간호사가 했는데 환자가 안좋아졌으면 이제는 간호사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며 "정부는 이 사태를 해결할 대책인 것처럼 내놓았지만 사실상 간호사를 보호할 장치는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국내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은 95% 이상이지만 해외의대 졸업생의 합격률은 30% 수준에 그쳐 한 해에 30~40명 정도만 해외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에 의사가 되는 실정"이라며 "해외의대 졸업생들이 받은 교육의 질은 의심스러우며, 국내 유입 문제 또한 공정성 시비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해외 의대 졸업생 유입을 늘리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억지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보험이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는 116배, 국민의료비는 511배 증가했는데 그 동안 의사 수는 7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은 "대한민국 인구는 1977년 3641만명에서 2024년 5175만명으로 1.4배 증가에 그친 반면, 의사 수는 1977년 1만8913명에서 2024년 14만명 가량으로 7배나 증가했다"며 "국제적 기준으로도 GDP와 의사 수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윤석열 대통이 지난해 미국 국빈 방문자리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라는 반지성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린다고 말한 것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지금 억지 주장과 허위 선동을 통해서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정부"라며 "이미 해외에서도 정부가 자행하는 인권 탄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한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라고 밝힌 글쓴이가 집단행동을 멈추고 의료현장에 복귀하고 싶다고 밝히며, 비공개 의사 커뮤니티에 의사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 실명, 해당과 등이 쓰여 있는 캡처본을 올렸다. 캡처본에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들을 겨냥한 욕설과 댓글이 달려있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이 캡처본글이 사실인지, 이 글을 쓴 사람이 진짜 의사인지 확인을 해 보겠다"며 "의사가 해서 안되는 말을 의사가 했다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대다수 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의협 자체적으로 제지하겠다"고 했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