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돔, 일본산도 맛있어"…오염수 괴담 1년도 못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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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에 손님 북적… 日 수산물 수입 7년 만에 최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방류를 시작한 지 오는 24일로 1년이 된다. 지난해 여름, 정치권에선 후쿠시마 방류를 두고 ‘핵 폐수’ ‘세슘 우럭’ 같은 자극적인 구호로 반일反日 정서를 부추겼다. 당시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비롯한 전국의 수산시장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상인들은 텅 빈 가게를 지키며 “우리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2024년 8월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수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시장 한가운데 전광판엔 지난 16일 수협이 실시한 방사능 검사에서 일본산 참돔과 벤자리돔 등이 ‘요오드·세슘’ 항목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는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할 때 국제 표준 및 선진국 대비 10배 이상 강화된 기준인 1kg당 100베크럴을 적용하고 있다”는 영상도 상영 중이었다. 수협은 지난해 방류 개시 이후 매일주말 제외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수치 검사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산보다 일본산이 맛이 좋은 어종魚種이 있다”며 “괴담 따위에 개의치 않고 맛있는 일본산 생선을 사서 먹는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회를 구매한다는 신모60씨는 “참돔은 국내산보다 일본산이 훨씬 쫄깃하고, 일본산 줄무늬전갱이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고 했다. 그는 1년 전 야권의 ‘방사능 생선’ 주장에 “세상에 어느 나라 정부가 국민에게 그런 생선을 수입해서 먹이겠느냐”고 했다. 지난 1년간 정부는 일본 수산물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4만4000회가량 실시했지만 기준치에 근접한 결과는 한 건도 없었다. 이모54씨는 국내산 민어, 멍게, 전복 등을 포장해 집에 가서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해류를 고려했을 때 후쿠시마 오염수가 가장 늦게 도달하는 곳이 한국이라는데 괴담이 말이 되느냐. 지금 여기 바글거리는 사람들은 뭐냐”고 했다. 이씨는 “그저께는 일본 오사카에 갔는데, 원산지 표기도 없는 생선을 단체 한국인 관광객들이 잘만 먹고 있더라”고 했다. 지난해 방류 당시 세계 원자력 학계에선 대부분 방사능 핵종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먼저 걸러지고, 이 과정에서도 제거가 안 되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1L당 1만 베크렐 이하로 낮춘다며 문제가 안 된다고 봤다. 상인들은 “방사능 걱정을 하는 소비자는 이제 거의 없고 오히려 맛 때문에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산보다 인기가 높다”고 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신남도수산’ 점포를 운영하는 김승열50씨는 “일본산 참돔은 새우를 먹이로 줘서 쫄깃한 맛이 일품이라 국내산보다 비싼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젊은이들 사이에선 일본산 줄무늬전갱이도 국내산 방어와 맛이 똑같다고 소문이 나 인기가 많다”고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이자 ‘땅끝마을’ 점포 업주인 차덕호54씨도 “원산지를 ‘일본산’으로 써놔도 오염수나 방사능에 대해 물어보는 손님은 없다”며 “참돔과 줄무늬전갱이는 전부 일본산인데 우리 가게 매출 톱3 안에 든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괴담을 살포한 정치권과 이를 무작정 지지한 열성 지지층이 얼마나 국민 보편 상식과 괴리돼 있는지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괴담의 유효 기간은 1년도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했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는 “상식적으로 일본이 자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수준의 방사성 물질을 방류했겠느냐”며 “당연한 과학적 진리를 말하는 전문가들마저 친일·반일로 갈라 진영 갈라치기를 했던 지난해의 기억이 씁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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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김병권 기자 bkkim2023@chosun.com 강지은 기자 jieunk@chosun.com 이세현 인턴기자서강대 글로벌한국학과 졸업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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