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폭언 몰래 녹음…증거능력 어디까지 인정될까요?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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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장애를 가진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사건에서 법원이 ‘부모가 몰래 녹음한 대화내용’을 증거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대법원이 비슷한 사건에서 증거능력을 부인한 바 있어서 ‘교실 내 몰래 녹음’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기술 발달로 녹음이 일상화되고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생겨난 새로운 법적 쟁점입니다. “몰래 녹음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냐”는 학부모들과 “함부로 녹음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교사들의 팽팽한 갈등이 주씨 아들 사건에서 점화되어 폭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갈등을 어떻게 정리할까요? 한 번도 인정된 적 없는 ‘제3자 녹음’ 증거능력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 대화’는 녹음을 금지합니다. 당연히 재판 증거로도 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포함된 타인의 대화는 어떨까요? 법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런 경우 통비법 위반이 아니라고 봅니다. ‘내’가 포함된 타인의 대화를 녹음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재판의 증거로 사용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걸까요? 원칙상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1997년 한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가 증거수집을 위해 가해자와의 통화를 몰래 녹음했는데 이를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내가 포함된 타인의 대화’라 하더라도 ‘타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면 형사재판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례를 내놓았습니다. ‘내’가 포함되지 않은 타인간 대화는 명확합니다. 법원은 ‘제3자간 대화 녹음’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예외를 인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자기 발언이 언제든 몰래 녹음될 수 있다면 더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없고, 이는 곧 인간의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철저히 보호하는 거죠. 문제는 최근 교사의 아동학대를 의심한 부모가 몰래 수업을 녹음해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설시에 따르면 부모는 엄연히 제3자여서 녹음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것이 원칙적 판단입니다. 하지만 그간 하급심 판례를 살펴보면, 법원이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의 제3자 녹음’ 증거능력을 인정한 사례가 왕왕 있었습니다. 논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①통비법 위반이 아니다 ②통비법 위반이지만 위법성이 조각된다. ①번 논리는 간단합니다. 교실 내 수업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보호대상인 ‘대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②번 논리는 좀 복잡합니다. △피해자에게 자기방어 능력이 없고 △몰래 녹음하는 것 외에 별다른 증거수집 방법이 없고 △녹음자부모와 대화자피해아동는 동일시할 정도로 밀접한 인적 관련이 있다 등입니다. 즉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해도 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①번 논리는 최근 깨졌습니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 사건에서 “수업은 대화가 아니다”라는 하급심의 주된 논리를 파기했습니다.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 중 한 발언도 ‘공개되지 않은 대화’여서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이라는 겁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②번 논리와 관련해서도 가볍게 언급했습니다. “피해아동의 연령 등 사정을 고려해도 부모는 제3자”라는 겁니다. 하지만 정면으로 ②번 논리위법하지만 조각된다를 논파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외 인정 가능”vs“원칙은 원칙” 판사들도 갈려 이제 남은 ②번 논리입니다. 주호민씨 아들 사건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①번 논리가 깨졌다는 점을 고려해서인지 ②번 논리에 근거해 제3자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지난달 1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곽용헌 판사은 “자폐성 장애로 인지능력과 표현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피해자가 학대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없었던 점, 녹음 외에 피해자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제3자 녹음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습니다. ②번 논리, 즉 어디까지를 정당행위로 인정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냐는 건 판사마다 견해차가 크게 갈리는 주제입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화의 당사자가 너무 어리거나 장애가 있다면 독립된 법익 주체보다는 피보호자 지위가 강조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아동의 연령이나 장애 유무가 ‘제3자 녹음 금지’ 원칙을 무너트릴 정도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도권 고법의 한 판사는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학부모들에게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정말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3자 녹음의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를 바꿔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학교 안에서 아동학대와 관련한 제도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습니다. 판사마다 생각은 달라도 법원은 사건이 온 이상 답을 내려야 합니다. 이미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을 앞둔 주씨 아들 사건이 만일 상고심까지 간다면 그때는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밝힐 수도 있겠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교사들의 기본권 사이에서 법원은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요.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윤석열 감찰’ 박은정 검사도 해임…‘검찰총장 징계 세탁용’ 의심 전공의 7천명 면허정지 절차 돌입…파국 치닫는 정부-의료계 갈등 귀신은 살아 있는 사람을 못 이긴다…‘파묘’ 600만 흥행 굿판 ‘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 결국 출교…“개신교 흑역사” ‘총선 지원 뒤 당권 도전’…민주당 남은 임종석의 선택 공수처장 후보 이명순, 윤석열·한동훈과 친목모임 김영주 국힘행…박용진 “이때다 하고 손잡아, 눈살 찌푸려져” 마을버스 기사 월 30만원 수당…성동구 “필수노동에 정당한 평가” 김윤은 왜 의사들의 ‘공적’이 됐나 [김영희 칼럼] ‘전국노래자랑’ 새 MC 남희석…김신영 일방적 하차 통보받아 한겨레>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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