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멸종위기 산양 277마리 떼죽음…지난 겨울 강원엔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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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7시 55분 설악산 국립공원 미시령 도로에서 천연기념물 산양이 죽어 있는 모습.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에 따르면 이 산양은 먹이를 구하러 산에서 내려왔다가 도로 산으로 올라가지 못한 채 탈진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제=정은혜 기자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 직원 세 명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타났다. 센터 소속 김홍일 수의사는 “피를 흘리거나 외상 흔적이 없어 로드킬 같지는 않다. 센터에서 사인을 확인한 뒤 문화재청에 멸실신고천연기념물의 죽음을 알리는 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이 산양이 탈진 상태로 산에서 내려왔다가 도로를 건너지도, 다시 산으로 올라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 겨울철에 산양 277마리 폐사…“전체 개체 10% 수준” 신재민 기자 손장익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장은 “2020년 기준 전국 산양 개체 수는 2000마리였는데, 현재 정확한 개체 수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겨울철에 죽은 산양이 전국 개체 수의 10% 정도는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 “산양 구조하느라 수의사도 탈진” 지난달 29일 설악산 국립공원 한계령 도로 인근에서 쉬고 있던 산양. 기자가 10m 가까이 접근했는데도 도망가지 않았다. 양양=정은혜 기자 센터는 지난달 강원 산지에 내린 기록적인 양의 눈이 산양 떼죽음을 불러온 원인으로 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미시령 도로 인근 향로봉 관측소에는 2월 내내 폭설이 쏟아지면서 22일에 적설계 측정 높이160㎝를 넘길 정도로 눈이 쌓이기도 했다. 손 센터장은 “2010년 이후로 이렇게 장기간 눈이 내린 적이 없었다”며 “녹은 눈이 얼고, 그 위에 눈이 내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산양이 산속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돼 탈진 상태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설악산 인근에서는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온 산양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미시령·한계령·진부령 도로를 왕복 118㎞가량 차로 이동하면서 총 17마리의 산양을 발견했다. 설악산 서식 개체 347마리지난해 북부보전센터 조사 결과의 약 5%를 반나절 만에 만난 셈이다. 30년째 산양 보호 운동 중인 박그림설악녹색연합 회장은 “산양은 사람과 100m 이상 거리를 두는데, 지금 산양들이 탈진 상태라 힘이 없어 10m 앞에서도 도망을 못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맷돼지 막는 빽빽한 ASF 펜스가 사태 악화” 3일 강원도 설악산 지역 도로가에서 발견된 산양.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산을 내려왔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펜스 앞에서 멈춰섰다. 사진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신재민 기자 지난달 29일 설악산 국립공원 황태마을 인근에서 발견된 고립된 산양. 좌측으로는 차가 달리는 지방도가 있고 우측으로는 계곡과 산이 있지만 그 앞을 펜스가 가로막고 있다. 산양이 북부보전센터 산양 구조대가 산양을 산으로 유인할 길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인제=정은혜 기자 ━ “단절된 설악산 생태축 복원해야” 올해 2월의 많은 눈은 해수 온도 상승 등 온난화로 인한 겨울 강수눈·비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초봄인 5일에도 강원 산지에 10~15㎝의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고됐다. 설악산 산양 집단 폐사가 3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달 29일 설악산 국립공원 한계령 도로에 하나 뿐인 동물이동통로생태통로. 인제=정은혜 기자 송의근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산양뿐 아니라 많은 야생동물을 위해 생태통로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생태통로를 지을 위치를 면밀히 연구·조사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제·양양=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J-Hot] ▶ 1억 돈이 투잡 뛴다…제2 월급 125만원 받는 법 ▶ 133억 토할까봐 잠수…돌아온 건방진 천재 누구 ▶ 한우가 고지혈증? 당신이 모르는 투뿔의 진실 ▶ 김신영 돌연 하차…전국노래자랑 새 MC에 남희석 ▶ "살다살다 처음"…고속도로 한복판 운전자 교체 경악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은혜 jeong.eunhye1@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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