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황두현 정윤미 기자 =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2주째 이어지자 수술 취소 및 지연으로 인한 환자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의나 병원을 상대로 한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법조계는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정부가 직접 손해배상 소송의 원고가 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손해배상 잇따를 가능성…정부, 법적 대응 지원 방침
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피해를 접수하기 위해 설치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센터에는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총 781건의 상담이 들어왔다. 수술 지연과 진료 예약 취소 사례가 많았다.
과거에도 의사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환자가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가 있다. 지난 2000년 당시 세 살 A 군은 갑작스러운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수술을 받지 못했다. A 군은 2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진 병원으로 옮겨져 몇시간 뒤 수술을 받았지만 언어장애, 지적장애가 생겼다.
이후 부모가 수술을 거부했던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대구지법은 병원이 5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환자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수술의 적기를 놓치게 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의약분업 사태 때문에 병원 소속 전공의·수련의들의 파업으로 수술 진행이 불가능해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파업이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예정된 진료나 수술에 차질이 생겨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병원이나 전공의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피해 환자들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단 방침을 밝힌 상태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환자들의 위자료 청구가 충분히 가능하고 손해배상이 이뤄질 수 있다"며 "사망과 같은 중대한 문제에는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된다면 의료계 집단행동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등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증과 함께 전공의 집단사직이 불법이라는 것을 환자 측이 직접 증명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전공의도 근로자"…직접 손배소는 힘들듯
환자가 전공의를 상대로 직접 손배소를 청구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전공의도 근로자이고 일반적으로 계약은 병원과 맺기 때문에 전공의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계약 내용에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직할 경우 민사상 책임을 진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경우에는 병원이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방민우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는 "피해를 본 환자는 특정 병원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고 병원도 의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계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변호사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어떤 손해를 입었냐는 점에서 소송 주체가 되기 힘들다"며 "국가 정책을 시행하는 데 방해가 됐다는 이유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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