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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물 범벅 주취자에 경찰관 6명 쩔쩔…연간 출동 100만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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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57회 작성일 24-02-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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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 발생 때문에 생기는 치안 공백 어쩌나

서울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2023년 7월 주말 자정 무렵 신림역 근처 한 술집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모습이다. 국민일보 DB

설 명절을 앞둔 지난 8일 오후 9시40분 서울 강남의 한 파출소. 만취한 20대 주취자가 경찰들의 부축을 받고 파출소에 들어왔다. 몸 곳곳에 토사물이 묻은 주취자에게 경찰관 6명이 달라붙었다. 이들은 구토용 비닐봉지를 깔고, 토사물을 치웠다. 파출소 한켠에도 ‘토사물 받이통’이라고 쓰인 회색 플라스틱 박스가 놓여있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던 주취자는 곧 ‘토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곧바로 경찰 2명이 이 주취자를 거들어 화장실로 들여보냈다. 해당 파출소 경찰관 A씨는 “이런 주취자 1명 때문에 치안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술을 많이 마신 주취자 탓에 경찰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취자로 인한 출동 건수는 95만8602건에 달했다. 1년에 100만건 가까이 주취자의 안전을 위해 경찰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2022년과 지난해 귀가 조치한 주취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해 2월 경찰은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 TF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매뉴얼 개선 작업에 나섰다. 경찰이 직접 주취자에 대한 의료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체크리스트’가 담긴 1차 매뉴얼이 배포되자 경찰 내부에선 반발이 쏟아졌다. 이에 보완을 거쳐 TF 구성 6개월만인 8월 최종 매뉴얼이 전국 관서에 전파됐다.

다만 경찰이 마련한 주취자 대응 최종 매뉴얼 역시 현장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해당 매뉴얼을 보면 경찰의 의무사항이 대폭 축소됐다. 현재는 기상 상황으로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지, 차도 등 장소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있는지, 자#x2027;타해 우려가 있는지만 파악하면 된다.

다만 수정된 매뉴얼에는 119구급대원이나 의사가 응급한 주취자가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위험성이 해소될 때까지 최소한도 내로 보호한다’는 조항이 남아있다. 사실상 현장 출동 경찰관의 판단에 주취자의 안전을 떠넘긴 셈이다. 지난해 주취자 사망 사고 담당 경찰관 2명이 벌금형을 받으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다.

한 취객이 벤치 위에서 잠들어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은 응급의료센터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응급실 내 주취해소센터를 확충하는 등 주취자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의 방안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년 100만명건 가까이 쏟아지는 주취자 대응 출동을 대응하는 데는 부족한 실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14개 시#x2027;도청에서 연계를 맺은 응급의료센터는 20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은 4곳에 그치고 경기남부는 3곳, 경기북부는 1곳에 불과하다. 부산#x2024;대구#x2024;인천 등 대도시도 각각 1곳밖에 없다. 광주#x2024;대전#x2024;세종#x2024;경남의 경우 관련 응급의료센터가 한곳도 없다.

이에 일선 경찰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주취자 대응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 역시 ‘맨땅에 헤딩’식으로 경찰이 주취자를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남 지역의 한 파출소 팀장은 “주취자가 인사불성이어서 집 주소를 대지 못하면 휴대전화 연락처를 뒤져서 보호자에 인계하는데, 이것도 엄격히 따지면 불법”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매뉴얼이나 법적 근거가 생기면 부담이 덜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한 파출소 팀장 역시 “현장상황은 너무 다양하고 주취자의 유형도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주취자에 대한 119 구급 요청을 거부당하면 순찰차로 이동시켜야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에 주취자 문제를 경찰 내부 규정이 아닌, 법률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주취자 문제는 국회든 정부든 입법을 통해 보건복지부에서 적극적으로 주취자 대응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많은 응급의료센터, 주취해소센터를 마련해주고 복지부 공무원들도 대응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맨땅에 헤딩 하는 식으로 경찰들이 매뉴얼을 만들고 대응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정신영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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