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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로펌 손 들어준 고법판사, 퇴직 후 곧장 그 로펌 갔다 [고법판사 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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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1회 작성일 24-02-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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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로펌 손 들어준 고법판사, 퇴직 후 곧장 그 로펌 갔다 [고법판사 엑소더스]

고등법원 판사가 퇴직 직후 대형 로펌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해충돌 문제가 커지고 있다. 2021년 2월부터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가 없어진 뒤 고법 판사의 ‘몸값’이 치솟았지만 취업 제한은 받지 않는 자유로운 몸이기 때문이다.

15일 중앙일보가 2018년 이후 7년간19일 퇴직 예정자 포함 고등법원 판사 퇴직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퇴직자총 71명의 73.2%52명가 법복을 벗은 뒤 이른바 10대 대형로펌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오는 19일 법관 정기인사에서 퇴직할 예정인 서울고등법원 소속 판사 10명 중 로펌행을 확정 지은 5명행정업무 전담 법관 등 제외의 최근 2개월2023년 12월 7일~2024년 2월 7일 재판 목록을 조사한 결과, 입사 예정 로펌이 변호를 맡은 사건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로펌과 취업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심리를 회피하지 않은 사례여서 “사실상 이해상충”지방법원 부장판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 판사는 지난해 12월 11일 자신이 주심을 맡은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취업 예정인 대형 로펌이 변호를 맡은 중앙노동위원회피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 판단을 인정해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엔 입사 협상 중인 로펌이 낀 사건의 선고는 최대한 미루고 다음 재판부에 넘기는 게 관행이었다”며 “사건 주심으로 직접 선고까지 한 건 이례적인 데다가 이해상충의 외관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A 판사는 이외에도 최근 2개월간 이 로펌이 변호를 맡은 사건 3개를 선고했고, 또 다른 3건의 심리를 진행했다. 같은 로펌에 입사가 확정된 B 판사도 같은 기간 주심으로 2개의 관련 로펌 사건을 심리했다.

또 다른 대형 로펌 입사를 앞둔 판사들도 양상은 비슷했다. C 판사는 이 로펌이 변호인으로 들어온 6건의 사건, D 판사는 5건, E 판사는 2건을 각각 심리하거나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서울고등법원 제공.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서울고등법원 제공. 연합뉴스

통상 퇴직을 희망하는 고법 판사들은 매년 2월 정기인사 수개월 전부터 직접 대형 로펌 문을 두드리며 입사 조건을 협상한다. 그사이 해당 로펌 관련 사건이 배당된 재판부에서 심리·선고를 병행하고 있었던 셈이다. 만약 특정 로펌이 아닌 복수 대형로펌과 무작위로 입사를 타진했다면 이해충돌의 가능성은 더 커진다. 고등법원에는 대형 사건이 몰리는 만큼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 셋 중 하나는 대형로펌이 껴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원래는 이해충돌 소지 때문에 법관들이 사표를 먼저 쓰고 갈 곳을 알아보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여름부터 로펌행을 암암리에 타진하고, 결정되면 연말에 사표를 쓰는 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 때 사표를 쓰지 않은 판사 중에서도 물밑에서 로펌행 타진한 판사도 적잖았다”고 덧붙였다.

고법 판사들의 퇴직 후 곧장 대형 로펌행이 가능한 건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법원의 경우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의 법관’만 퇴직 전 5년간 처리한 업무가 법무법인 등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3년간 취업을 제한한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고법 부장판사 폐지 이후 고등법원이 사실상 ‘취업 규제 프리존’이 됐다”며 “고법 판사가 사실상 고법 부장의 지위를 승계한 격이니 그에 맞는 취업규제 도입 논의가 시작될 때가 됐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도 “판사 업무를 돕는 재판연구원로클럭의 경우 인사철이 오면, 각급 법원들 차원에서 ‘로펌행이 내정된 로클럭은 재판 연구 업무에서 배제하라’는 지침이 떨어진다”며 “하물며 로클럭도 규제하면서 실제 판결을 선고하는 법관들에 아무 제약이 없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실제 인사 협상을 진행하는 도중에 개별 판사들의 심리와 선고가 이뤄졌는지는 따져봐야 하는 것이지만, 이해상충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도 대법원 차원에서 퇴직하는 판사들의 윤리 권고문 정도는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취업제한 규제를 새로 도입하는 것은 법원 바깥에서 나오면 모를까 내부에선 섣불리 꺼내기 어려운 얘기”라고 했다.

윤지원·양수민·오삼권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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