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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 연기됐다" 환자들 눈물…의료 마비 초유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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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6회 작성일 24-02-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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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환자 남겨둔채…결국 병원 등지는 의사들

도넘은 의사 집단 이기주의

전공의들 집단 사직 시작
대학병원은 수술일정 조정
대통령실 "엄정하게 대응"

lt; 떠나는 의사, 마음 급한 환자…의료대란 다시 오나 gt; 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병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최혁 기자


대학병원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의료 마비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대학병원들이 수술 일정 조정에 나서면서다. 이 때문에 제때 진료받지 못한 환자들의 피해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기준 가천대길병원, 경찰병원, 고대구로병원, 부천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원광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7개 의료기관에서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는 오는 20일부터 모두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정부가 발령한 ‘집단사직 수리 금지’ 명령에 따라 전공의들의 사표를 수리한 의료기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공의 상당수는 사직서 제출과 함께 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관의 사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진료 현장에서 이탈한 것이다.

lt; 떠나는 의사, 마음 급한 환자…의료대란 다시 오나 gt; 병원 안에서는 진료받으려는 환자들이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중증 환자가 몰려 있는 서울 대형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20일부터 집단 사직을 선언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최혁 기자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전문의 면허를 따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의료기술 등을 배우며 환자 진료를 돕는 의사다.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당직 근무, 입원 환자 케어 등을 맡으며 수술에도 참여한다. “전공의 없이는 2주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선 대학병원 등에선 필수인력이다.

4년 전인 2020년 의사 파업 때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이틀 만에 대학병원들이 수술·입원 환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했다. 응급실로 들어온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한 의료기관도 많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행위는 의사 개인이 하기 싫을 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후폭풍…전공의 2745명 사직서 제출키로
빅5 병원 의사의 39%…파장 커

lt; 의사만 바라보는 환자 gt; 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휠체어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여파로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혁 기자


다음주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수술받을 예정이었던 A씨는 16일 병원으로부터 수술 일정이 변경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집단행동에 나서는 전공의를 대신해 교수들이 당직에 들어가면서 병원들이 수술 등 환자 진료 일정을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빅5 병원 근무 의사의 39%에 이르는 전공의들이 오는 20일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하자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막기 위한 의사 파업이 본격화하자 시민단체들은 “국민생명을 내팽개치는 집단 진료 거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빅5 병원 전공의, 20일부터 파업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9일까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빅5 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는 2745명이다. 이들 병원 의사 인력 7042명의 39%다.

전공의들이 일손을 놓고 의료 현장을 떠나면 교수들이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 전공의보다 연령대가 높은 교수들이 낮 시간 외래 진료를 본 뒤 늦은 밤 야근까지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병원들이 파업 전부터 수술·입원 등의 일정 조정에 나선 배경이다.

실제 이날 중증 암 환자가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엔 ‘서울대병원 수술 일정이 무한정 연기됐다’, ‘빅5 병원에서 항암치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글이 잇따랐다.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환자 피해가 현실화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전공의 1만3535명 중 빅5 병원 소속은 20%에 이른다. 이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병원 전공의들도 연쇄 파업에 나서는 등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0년 의사 파업 당시엔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간 지 18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시민단체 “국민 죽음으로 내몰아”
시민단체들은 전공의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투석실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종사하는 전공의들이 환자를 팽개치고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했다.

이들은 “과로노동으로 번아웃에 내몰리는 전공의들이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며 “전공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달라면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사 수를 늘리면 전공의 노동 환경이 자연히 개선될 것이란 취지다.

선진국들도 급격한 고령화 등에 대비해 20여 년간 의대 정원을 크게 늘렸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나라는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설명이다. 앞서 대한간호협회도 의대 증원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화재 현장을 떠나는 소방관, 범죄 현장을 떠나는 경찰관을 상상할 수 있느냐”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은 어떤 순간에도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복지부, ‘엄정 대응’ 재차 강조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 등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를 수용하도록 114개 공공의료기관 진료시간을 연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국 15개 군 병원도 동원할 예정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시작되면 업무개시를 명령할 방침이다.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가 상당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예외를 두지 않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이지현/오현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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