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1년 만에 결국 경질…정몽규 "국민 기대치 못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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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정 회장 참석한 회의 열어 최종 결정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부임 1년 만에 경질됐다. / 뉴스1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졸전 끝에 요르단에 0대2로 패한지 열흘 만이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민국 감독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선 15일 대표팀 자문 기구인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건의하면서 소집된 이날 임원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김정배 상근부회장, 최영일 부회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이윤남 윤리위원장, 김태영 사회공헌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김진항 대회운영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회의는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클린스만의 짧았던 재임 기간은 한국 축구 팬들에겐 스트레스를 안겨준 시간이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마친뒤 인사하고 있다./뉴스1 현역 시절 독일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유로 1996 우승을 이끌며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했지만, 감독으로는 2006 독일 월드컵 3위를 달성한 이후엔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 월드컵 때 성과도 이후 독일 대표팀을 15년간 이끌며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이끈 요아힘 뢰브가 당시 전술 코치로 클린스만을 보좌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을 맡기 전 가장 최근 감독 경력이었던 헤르타 베를린에서 사령탑에 오른 지 10주 만에 스스로 물러나는 기행으로 지탄을 받았다. 2019년 11월 베를린을 맡은 그는 이듬해 2월 구단 관계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일방적으로 사퇴를 통보했다. 2023년 3월 8일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환영 꽃다발을 들고 한국 언론에 손을 흔드는 모습./뉴스1 당시에도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감독 선임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대신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2월 27일 당일 오전, 오후 4시에 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공지했고, 그 자리에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이 클린스만 선임을 밀어붙였다고 추측이 되는 대목이다. 뮐러 위원장은 외신을 통해 “나는 테크니컬 디렉터이며, 한국에선 회장을 비롯해 다른 결정권자들이 마지막 선택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작년 3월 콜롬비아와 친선경기2대2 무승부를 통해 한국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클린스만호는 9월 웨일스와 0대0으로 비기면서 부임 후 5경기3무2패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1992년 한국 축구 대표팀에 전임 감독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래로 부임 이후 다섯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최초 사령탑이 됐다. 그 와중에 외유 논란에도 끊임 없이 휩싸였다. 그는 부임 이후 국내에 상주하면서 K리거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대신 주로 자택이 있는 미국과 손흥민·김민재·이강인 등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 뛰는 유럽에 주로 머무르면서 시간을 보냈다. 8월 1일 출국 후 한 달 반 만인 9월 15일 귀국할 당시엔 “지금은 아시안컵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 아시안컵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했다. 9월 사우디에 1대0으로 이기며 6경기 만에 승리한 클린스만호는 이후 베트남과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약체 팀을 상대로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우승하겠다며 호기롭게 나선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재임 기간 내내 전술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에서도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며 매 경기 고전했다. 특히 조별리그 3차전에선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와 3대3으로 비기면서 힘겹게 16강에 올랐다. 사우디와 맞붙은 16강, 호주를 상대한 8강전에서 손흥민 등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힘입어 힘겹게 승리한 한국은 요르단과 4강전에서 랭킹 87위 상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0대2로 패배, 짐을 쌌다. 초반부터 상대에 밀리는 상황에서도 클린스만이 적절한 전술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한국은 ‘유효슈팅 0개’라는 굴욕을 당했다. 클린스만은 대표팀 본진과 함께 대회를 마치고 8일 귀국했다. 대회 전만 하더라도 쏟아지는 비판에 “아시안컵 결과로 말하겠다”고 했던 그는 귀국 공항 인터뷰에서 “아시안컵 4강 진출을 실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잦은 해외 일정에 대해서도 “나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귀국 이틀 만인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아시안컵 이후 클린스만 경질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손흥민과 이강인이 요르단전을 앞둔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몸싸움을 벌였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단 관리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클린스만은 15일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한 자리에서 “선수단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전술 부재란 비판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정몽규 회장이 경질을 발표하기 약 2시간 전 인스타그램에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대한민국 축구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를 아시안컵 준결승까지 이끌어 준 여러분들의 응원에 정말 감사드린다. 지난 12개월 간 놀라운 여정이었다. 아시안컵 준결승 이전까지 13경기 동안 패배가 없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클린스만이 이 같은 글은 임원회의 후 경질 통보를 받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글에서 13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내세우며 자신을 마지막까지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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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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