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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요청사항에 아동급식카드로 결제 썼더니…이후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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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7회 작성일 24-02-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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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요청사항에 아동급식카드로 결제 썼더니…이후 벌어진 일

"아동급식카드로 결제 안 되면 주문 취소 해달라"는 요청사항을 적은 영수증과 가게에서 주문을 취소한 내역. 이후 가게 사장은 무료로 치킨을 배달해줬다. /당근 동네생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너무 감사한 마음을 받았는데 어떻게 전해야 하나 싶어서 생각 끝에 여기 글 남깁니다.”

지난 11일 설 다음 날, 당근 동네생활 게시판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경남 김해시 무계동에 사는 글쓴이 A씨는 “배달 앱으로 치킨을 시켰고, 아동급식카드로 결제요청 했다”며 “급식카드 사용이 안 된다면 주문 취소해달라고 요청 멘트를 남겼다”고 했다.

김해시는 설 연휴 기간 지역 저소득 아동들의 급식 공백이 없도록 아동급식카드를 이용해 급식가맹점 6875개소 중 영업 중인 음식점, 편의점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A씨는 혹시 급식카드 사용 가맹점이 아니라면 주문 취소해 달라는 뜻에서 요청 사항에 ‘아동급식카드로 결제하니 혹시 사용 안 된다면 주문 취소해 달라’고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조금 있으니 가게 측에서 주문 취소가 되었다. 그래서 ‘안 되나 보다’ 하고, 다른 데 보고 있었는데 좀 있다 전화가 오더니 ‘치킨을 보내주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래서 또 ‘카드가 되나보다’ 하고 집안일을 하는 중에 딸이 카드를 들고 치킨을 받았는데 계산을 안 하고 그냥 가셨다”고 했다.

A씨는 “설날이라고 그냥 아이랑 먹으라면서 서비스 치즈볼이랑 콜라까지 주셨다”며 “저 진짜 이런 경험 처음이라 어디에 감사 인사를 전해야할지 몰라 여기에 횡설수설 글을 쓰는데 제 감사한 마음이 전달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물론 사장님과는 배달받고 다시 통화해서 감사 인사했고, 내일 다시 결제하러 간다고도 했는데 극구 사양하시며 다음에 다시 한번 시켜달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장님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2000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관심을 받았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닌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해당 커뮤니티의 특성상 대부분 글의 조회수는 200~300회 정도 수준이다.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있어서 자랑스럽다” “지나가면서 매번 보던 곳인데 한 번 시켜 먹어봐야겠다” “내 주위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니 신기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치킨집 사장 최재익38씨가 당근 동네생활 게시판에 직접 남긴 댓글. /당근

치킨집 사장 최재익38씨가 당근 동네생활 게시판에 직접 남긴 댓글. /당근

화제가 되자 치킨집 사장이 게시글에 직접 등판했다. 당근을 보고 주문했다는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게시물을 보게 됐다고 했다. 사장은 “작은 것에 격한 감동 받으셨다니 제가 더 감사하다”며 “공주님 예쁘게 키우시라”고 했다. 이어 “저희 와이프도 13년 만에 아이가 들어서서 매일매일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작은 행동 하나에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마음만으로도 제가 더 감사하다”고 했다.

김해시 부곡동에서 개인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재익38씨는 16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별일 한 게 아닌데 많은 분에게 칭찬받는 것 같아 오히려 쑥스럽다”고 했다.

최씨는 무료로 치킨을 배달한 이유를 묻자 “배달 요청 사항에 아동급식카드라고 쓰여 있었는데, 기초생활수급자와 비슷한 개념으로 알고 있다”며 “그 카드로 결제가 안 되면 주문 거부해달라는 게 다른 결제 수단은 없거나 여윳돈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마침 주소도 저희 가게에서 가까운 곳이라 직접 배달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살만해지면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생각으로 이전부터 지역 보육원에 꾸준히 치킨을 보내는 등 봉사를 해왔다고 한다.

다만, 그의 선행이 알려진 후 부작용도 있었다고 한다. 최씨는 “당근에 글이 올라온 다음 날 8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100원밖에 없다면서 음식을 달라고 온 일이 있었다”며 “손에는 저보다도 좋은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것이기에 그 아이를 돌려보냈다”며 “아이가 직접 했다기보다는 어른이 시켰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씨는 앞으로도 가족들과 함께 보육원 기부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큰일 한 것도 아닌데, 빨리 매장 정리하고 뱃속 아기를 보러 가야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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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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