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2024.2.1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국내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결정을 반대해 사직서 제출 후 병원 이탈 투쟁에 나서기로 하면서 의료 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 우려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인턴, 레지던트 등이다.
16일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원광대병원·가천대길병원·고대구로병원·부천성모병원, 조선대병원, 경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7개 병원 154명이다.
이에 복지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하는 등 전공의 발목잡기에 나섰다. 출근을 안 한 것으로 알려진 병원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전공의 이탈에 강력히 대응하는 이유는 전공의에 의존하는 의료 서비스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 전공의는 수련병원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주로 병동 환자 상태 관리와 수술,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맡는다.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없고, 출·퇴근 경계도 모호하다.
개원의 파업의 경우 병원 운영이 파행하면서 의사 개인의 피해가 큰 편이지만, 전공의 파업의 경우 국가 의료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되고, 의료 대란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야간 응급실의 경우 전공의 인력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전공의가 진료 현장에 나오지 않으면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응급실 운영이 안돼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2300여명이 근무 중이다. 빅5 병원들 중에는 전공의 비율이 40% 달하는 곳도 있다. 병원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그만큼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복지부 입장대로 단순히 인력을 늘리면 해결될 것 같지만,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전공의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 인력 부족이 아닌 특정 과목의 편차로 인해 악순환되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이들이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닌 필수중증의료 담당 전문의를 늘려야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2022년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주당 평균 77.7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에 따라 2017년 87.9시간보다 감소한 것이다.
단, 이 법률의 규정 시간은 주 80시간으로 기준 대비 초과근무하는 전공의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주 평균 80시간 초과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전공의는 조사 참여자 1984명 중 52%였다.
이러한 초과근무는 전공별 편차가 있는 데 흉부외과,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외과 계열이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례가 주로 많다. 수술 보조를 포함해 수술 후 환자 관찰 후 기록 등 업무가 모두 전공의 소관이다.
이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를 소화하지만, 평균 월급은 380만~400만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2021년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사에서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월급이 411만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아산병원383만원, 서울대병원381만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강경하게 나오는 것이 곧, 전공의에 심각하게 의지하고 있는 우리 의료시스템의 현실을 보여준다"면서 "시스템 개선 없이 의대생 숫자만 늘리는 것은 젊은 의사들에게 국내 의료 문제를 전가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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