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가게서 대화 금지"…카톡·DM으로만 주문받는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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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화 금지 카페에 있는 이용안내서. 주문, 계산을 제외하고 대화를 할 수 없다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병권 기자 지난 3일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술집 자리마다 이같은 내용이 적힌 메뉴판이 올려져 있었다. 이곳은 술집인데 대화가 ‘금지’된다. 심지어 주문조차 대화가 아닌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메시지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야 한다. 대화 대신 ‘멍 때리기’만 할 수 있다. 술집인데도 대화를 나누는 소리는 없이 일렉기타가 주가 된 노랫소리만 가게를 가득 채웠다. 최근 대화를 일절 금지하는 카페와 술집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가게는 심지어, 직원이나 주인에게도 주문을 넣을 때도 대화가 금지다. 주문이나 요청 사항조차 소셜미디어나 종이 쪽지 등을 통해 넣는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서도 지나친 고립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투영돼 이같은 이색 공간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 공간을 주로 찾는 20~30대 손님들은 “휴대폰도 대화도 없이 오로지 술에만 집중하면서 멍 때릴 수 있었다” “술 마시고 사색하는 듯한 기분이 좋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런 ‘대화 금지’ 가게는 음악 소리나 커피 머신 소리 등 각종 소음을 최소화 하기도 한다. 잔잔한 음악을 틀거나, 카페에서도 소음이 적은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카페. ‘침묵’이라는 상호처럼 손님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 건네준 안내문에는 ‘주문, 계산을 제외하고는 귓속말을 포함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문구와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달라’는 말이 써 있었다. 사진도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찍어달라는 당부의 말도 포함됐다. ‘대화금지’를 넘어 ‘무소음의 공간’을 지향하기도 한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정윤영53씨는 “개인적으로 카페에 가서 조용히 독서를 하는 걸 가장 좋아하는데 때로는 옆 테이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언제라도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를 차리고 싶어서 직접 차렸다”고 했다. 이와 같은 ‘대화 금지’ 카페나 술집은 서울, 대구, 부산, 전주, 인천, 부산, 제주 등 전국에 10여 개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색적인 분위기에 손님들의 호응이 크다고 한다. 대화 금지 술집에 주기적으로 찾는다는 임형선29씨는 “혼자 술 마시면 적적하고, 일반 술집에선 외롭고, 이른바 ‘혼술집’에 가면 말 시키는 사람들이 있으니 부담스럽고, 그런데 이런 대화 금지 술집은 적적하지 않으면서도 술을 마실 수 있어 찾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람과 같이 있으면서도 인간 관계서 오는 스트레스는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투영된 공간”이라고 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을 만나려고 가는 카페와 술집에서 대화를 금지하는 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최소화하되 과도하게 고립된 상황은 피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곳”이라며 “특히나 주문까지도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해야 하는 것은 온라인 소통과 오프라인 소통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소통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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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김병권 기자 bkkim2023@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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