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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의 장례식에 온 남자, 그가 범인이었다[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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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6회 작성일 24-03-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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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 2011년 3월 아파트 계단서 사망한 집배원
- 실족사인 줄 알았으나 부검 결과 타살
- 3년간 친하게 지냈던 동료 집배원의 범행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둔기로 맞아 타살된 듯 하다”
집배원의 장례식에 온 남자, 그가 범인이었다[그해 오늘]
2011년 3월 12일 인천 집배원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인천 남동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1년 3월 5일 인천 남동경찰서는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우체국 집배원 김 씨의 부검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뒤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사건은 이틀 전 벌어졌다. 그해 3월 3일 오전 7시 48분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모 아파트 16~17층 계단에서 집배원 김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전날 오전 11시쯤 우편물을 배달하러 우체국을 떠난 후 직장과 집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이후 숨진 김 씨는 두개골이 함몰된 채 계단에 누워 있었고 주위에는 피가 흥건했다.

경찰은 김 씨가 저항하거나 몸싸움을 벌인 흔적이 없었으며 핏자국이 계단과 아래쪽 벽에서만 발견된 점을 들어 실족사로 추정했다.

그러나 국과수의 ‘둔기로 머리를 맞아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 결과로 인해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았다. 김 씨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

이후 경찰은 5개 팀, 31명의 형사로 구성된 수사전담반을 꾸렸고 CCTV 등을 조사한 결과 김 씨가 숨지기 약 2시간 전부터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우편물을 배달하던 김 씨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확보했다.

이 남성은 사건 당일 아파트 주변에서 타고 온 택시에서 내렸고, 이를 역추적한 결과 동료 집배원 윤 씨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배달구역 주변에서 택시를 탔고 기본요금 범위인 김 씨의 배달 구역으로 온 것이었다. 이제 사건의 초점은 윤 씨에게 맞춰졌다.

윤 씨는 사건 당시 김 씨의 뒤를 2시간 넘게 미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윤 씨가 택시에서 내리는 CCTV 장면을 확보한 경찰에 의해 들통났다.

윤 씨가 자신의 알리바이를 조작하려 한 점도 눈에 띄었다. 집배원은 우편물을 배달할 때 PDA를 가지고 다니며 수취인 서명을 기재토록 하는데, 윤 씨는 김씨의 사망 시각 전후 3시간여 동안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PDA에 수취인 사인을 위조하거나 부재중이라고 허위 기재하는 수법으로 배달 시각을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를 할 수록 윤 씨의 살해 동기는 뚜렷해졌다. 김 씨와 윤 씨는 금전적 관계로 얽혀 있었던 것.

두 사람은 3년 가량 함께 근무한 동료 집배원으로, 평소 여러 차례 통화를 하는 등 친밀한 사이였다. 그러다 2009년 윤 씨가 김 씨에 “난 대출 자격이 안되니 네 명의로 돈을 빌려달라”고 했고 김 씨는 윤 씨에 3000~4000만 원을 빌려줬다.

조사 결과 농산물 중개업을 하다 부도를 낸 뒤 우체국에 취업한 윤 씨는 김 씨로부터 빌린 돈을 자신의 부채를 갚는 데 썼으며, 2011년 초부터 김 씨에게서 “금융기관에서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문자메시지가 온다”며 돈을 갚을 것을 요구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사건 전날에도 술자리를 함께 했지만 이것은 김 씨의 계략이었다. 이 자리에서 윤 씨는 김 씨의 커피에 농약을 타 독살을 시도했지만 김 씨는 평소 자신이 선호하는 커피를 가방에 넣고 다녀 윤 씨가 준 농약이 든 커피를 마시지 않아 결국 독살은 미수에 그쳤다.

그런 윤 씨는 경찰 참고인 조사 당시 자신의 혐의점을 숨기며 김 씨의 사망을 슬퍼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인천 남동경찰서 장상환 강력1 팀장은 “정말이지 동료를 생각하는 윤 씨의 말에 강도있는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윤씨는 1차 경찰 참고인 조사 당시 펑펑 울며 동료를 잃은 슬픔을 나타내면서도 “김씨에게 빌려준 돈은 있지만 빌린 돈은 없다”고 거짓 진술했다.

또 윤 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유서를 쓰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는데, 그가 남긴 유서에는 자신의 죽음의 탓을 경찰에 돌리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윤 씨의 유서에는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죽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경찰이 날 범인으로 몰고 있다” 등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장 팀장은 “만약 A씨가 실제로 자살을 했다면 그 원인이 경찰의 과잉수사 탓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는 끔찍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씨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후 부산으로 내려가 태종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 그러나 돌연 그는 가족들을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에 다시 발길을 돌려 인천으로 향했다.

결국 살인 혐의로 재판장에 서게 된 윤 씨는 그해 7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는 직장동료인 피해자와 충분한 신뢰관계에 있었음에도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등 범행을 계획,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범행 후에도 태연하게 피해자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조문했으며,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와 같이 선고형을 결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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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영 soyoun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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