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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코어에 업보세탁소까지…MZ가 점찍으니, 불교도 힙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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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2회 작성일 24-08-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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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2024부산국제불교박람회’의 공식 홍보대사이자 ‘힙한 불교’의 메신저 뉴진 스님개그맨 윤성호의 불경 이디엠EDM 디제잉 파티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박람회는 엠지MZ스러워서 가봤어요. 케이팝 가사와 불교용어를 섞은 티셔츠, 불교 밈을 사용한 부채 같은 굿즈가 너무 힙하더라고요”



지난 1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국제불교박람회에 다녀온 김미강27씨는 15일 한겨레에 “불교는 연령대가 높은 분들만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힙한 박람회 굿즈들을 보며 소유욕이 생길 정도였다”며 웃었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려 청년층의 이목을 끌었던 국제불교박람회가 부산에서도 4일 동안 열렸는데, 역시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박람회에선 ‘엠지를 위한 명상체험’,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의 디제잉공연’, ‘불교 굿즈 팝업스토어’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불교 교리를 이디엠EDM으로 편곡해 공연하는 뉴진스님과 2030 미혼남녀 대상 커플매칭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의 등장으로 젊은 층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불교가, ‘불교 밈’이 적힌 티셔츠, 도심 한복판 템플 스테이, 생명존중 사상을 표방한 업사이클링 행사 등으로 저변을 넓히며 인기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불교 신드롬을 이끈 원조격인 ‘나는 절로’의 경우 최근 낙산사 편에서 70대 1이 넘는 참여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티셔츠에 ‘깨닫다!’, ‘극락도 락이다’, ‘응∼수행 정진하면 돼∼’ 등의 ‘불교 밈’이 적힌 비B급 감성의 옷들은 ‘불교코어’라는 신조어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일상복을 뜻하는 ‘놈코어’normcore와 불교를 합성한 말이다. 이 옷들을 제작한 청년 불자 주여진29씨는 “단순히 재미로 만들었는데 더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아예 올해 4월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다. 광고와 마케팅을 하나도 안 하고 상품만 올려놨는데도 매달 100∼200건의 판매량이 나온다”고 말했다. 주씨는 8살 때 스님이 되신 아버지를 따라 절에서 자라며 불교 교리와 수행 방법을 익혔다고 한다. 다만 그는 “아버지가 불교 수행을 강요하지 않으셔서 사실 불교적 지식이 많지는 않다.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불교를 표현한 옷을 만들었고, 그렇기에 불자가 아닌 분들한테도 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여진29씨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불교 코어’ 티셔츠. 완전한자유 누리집 갈무리

작은 미물의 생명까지도 존중하는 불교 사상에 따라 기후위기 문제에도 관심이 많던 주씨는 지난 7월 ‘업보세탁소’라는 업사이클링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잘 안 입는 티셔츠를 가져오면 ‘불교코어’로 리폼해주는 방식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모으는 것을 좋아해 ‘업보세탁소’에 참여했다는 신예설17씨는 “불교는 한국사 시간에 원효대사, 조계종 등을 배운 게 전부였는데 최근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 가사에 나온 ‘아미타’, ‘회자정리’ 같은 불교 용어를 나도 모르게 계속 곱씹게 됐다. 최근에 록 페스티벌에 불교 티셔츠를 입고 갔다”고 했다. 또 다른 참여자 김재윤24씨는 “세상이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반면 불교는 오히려 비우고 보내주는 것을 가르치는 게 매력”이라며 “‘불교 코어’를 비롯해 최근 나오는 굿즈와 행사들이 불교가 차분하고 조용하기만 하다는 고정관념을 깨줘서 인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예설17씨가 록페스티벌에 입고 간 업보세탁소의 불교 리폼 티셔츠. 신씨 제공

울 도심 한복판 일일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법당에도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홍대입구역 앞 대로변에 있는 저스트비 홍대선원의 윤지웅 청년 대표는 “청년들에게 불교가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갔으면 해 2022년 10월 준한스님과 백담스님이 법당을 세웠다”며 “이곳은 누구나 편하게 놀다 갈 수 있는 ‘수행 놀이터’를 모토로 삼고 있다. 좌선, 절 같은 전통적인 프로그램 외에도 프리댄스, 채식포틀럭파티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데 특히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불교가 ‘힙’한 문화로 자리잡은 이유로는 낮아진 문턱에 더불어, 애초 불교가 가진 포용성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불교박람회 등을 통해 불교가 일상으로 먼저 다가가면서 ‘산 속 어딘가에 있는 멀리 있는 종교’라는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윤지웅 대표는 “뉴진스님의 디제잉 같은 행보도 어떻게 보면 비판받을 수 있지만, 종단 차원에서 이 분을 행사에 초대하고 법명을 부여하는 등 젊은 문화를 온전히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더 힙한 문화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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