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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약 올리면 짜릿하니까"…목숨 건 그들만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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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3회 작성일 24-08-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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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광복절 폭주족 추적

[앵커]

왜 광복절마다 폭주족이 신을 내는 건지 모르겠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폭주족이 더 이상 공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인데, 경찰을 따돌리며 조롱할 때 짜릿함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휘황찬란한 불빛이 오토바이를 감쌉니다.

개조한 스피커에선 클럽 음악이 울려 퍼집니다.

이번 광복절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오토바이 폭주 예고 영상입니다.

JTBC 취재진임을 밝히고 이들을 접촉해봤습니다.

여러 차례 거절당한 끝에 대화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광복절 모임 장소는 어디인지, 경찰 단속은 안 무서운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난 14일 밤, 취재진은 대규모 폭주가 예정된 충남 천안으로 향했습니다.

사전 인터뷰에 응한 폭주족 멤버.

이번 광복절 목표는 경찰을 따돌리는 것이라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A군/충남 천안시15살 : 경찰차 뒤에 이제 따라오면 딱 한 번 젖히고 가수 홍진영의 노래 잘 가라 있거든요. 그 노래 딱 틀면서 손 흔드는 게 목표예요. 오늘. {그분들경찰 약 올리면 어떤 기분이길래 하고 싶은 거예요?}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런데 짜릿하죠. 하지 말라면 약간 하고 싶잖아요.]

가장 궁금했던 질문! 왜 이걸 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A군/충남 천안시 15살 : 하나의 페스티벌이라 그래야 되나…낭만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이미 경찰도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한 상황.

두렵지는 않은지 물었습니다.

[B군/경기 이천시 17살 : 경찰은 하나도 안 무서워요. 상관없어요. {상관없어요? 그러면 벌받고도 또 할 거예요?} 당연하죠. {왜 그렇게까지 당당한 거예요?} 그냥 저도 모르게 하고 싶어요.]

자정이 지나, 이제 광복절이 됐습니다.

새벽 1시 반, 폭주족 첫 집결지로 예고됐던 천안고속터미널로 갔습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예고된 집결지 앞에 나와 있는데요.

예상 시간이 다 됐는데도 불구하고 폭주족 오토바이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늘 이렇게 경찰이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날 투입된 경찰만 400명.

경찰은 길목을 아예 버스로 막았습니다.

수시로 모임 장소가 변하는 건 예상했던 일.

이제부터 폭주족들과 경찰의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한 폭주족에게 어디냐고 물으니 단속을 피하느라 바쁩니다.

[C군/경기 평택시 17살 : 지금 싸이카경찰 오토바이 떠가지고 5분만 이따… 이거 싸이카만 피하고 바로 연락드릴게요.]

취재진도 이들을 뒤쫓았습니다.

[헉 뭐야 뭐야, 사람들 보여요? 와 진짜 많아요. 어? 신호 무시하고 그냥 가네.]

새벽 2시 반, 본격적인 폭주가 시작됩니다.

도로는 순식간에 소음으로 가득찹니다.

거의 땅에 붙을 듯 차체를 눕힌 폭주족.

자칫 삐끗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이런 장면이 적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를 보고 몰려든 구경꾼까지 이 늦은 새벽, 거리에는 수백명이 뒤섞여있습니다.

폭주 생중계로 유명한 한 인플루언서 영상엔 취재진도 포착됐습니다.

[폭주족 인플루언서 : 우와 JTBC다. 무슨 방송이에요? {저희 뉴스 촬영하고 있는데요.}]

폭주족엔 오토바이만 있는게 아닙니다.

오토바이 뒤에서 경찰 추적을 막아주는 자동차, 이른바 카폭도 있습니다.

단속 경찰이 도로를 막자 항의하듯 경적을 울리는 카폭들.

급기야 차에서 운전자가 내려 경찰관에게 시비를 겁니다.

[일명 카폭 운전자 : 검문검색을 한다고 차선 다 막아버리면 신호 걸리면 어떻게 가라는 거예요. 단속하는 거 좋다 이거야. 근데 왜 피해를 주냐고.]

단속하는 경찰도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단속 경찰관 : 강력 대응 하고 싶죠. 우리도 일본이나 미국처럼 하고 싶어요. 검거하다 다치면 민사 소송 들어오니까…]

경찰을 피해 수시로 장소를 옮겨 다니는 폭주족.

신호 무시는 기본입니다.

취재 차량은 신호를 지키느라, 폭주족들을 놓쳤다 다시 발견하기를 반복했습니다.

2시간 반가량 펼쳐진 경찰과 폭주족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150명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새벽 5시,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갑니다.

경찰 단속이 강화돼 예정보다는 일찍 해산하는 겁니다.

돌아가는 한 폭주족에게 인근 주민들한테 미안하지는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D군/경기 용인시 18살 : {사람들 새벽에 잠 못 자고 이런 것도 피해를 주는 거잖아요.} 피해를 주는데 솔직히 저 말고도 피해 주는 사람이 많아 가지고…{본인들 목숨도 위험하겠지만 행인들, 시민들, 구경꾼들은…} 솔직히 그거는 폭주족보다 경찰이 더 단속해야 되지 않을까…]

오늘 새벽 폭주족들이 누비던 이곳은 언제 누가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일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재미와 낭만은 용인되어서는 안 됩니다.

[화면출처 인스타그램 killer_whale_03]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영상디자인 곽세미 / 취재지원 박찬영]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tbc.co.kr [영상취재: 이현일 / 영상편집: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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