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어두운 방에서 몽상 즐기던 아이, K 문학 새 역사 쓰다
페이지 정보
본문
작가 한강이 걸어온 길
아버지·오빠도 작가… 詩로 등단해 소설로 방향 틀어
아버지·오빠도 작가… 詩로 등단해 소설로 방향 틀어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씨왼쪽 두번째가 그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맨 오른쪽,어미니 임감오씨, 남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교수인 홍용희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에게 문학의 길은 필연과 같았다. 온 가족이 작가이거나 평론가인 ‘문인 집안’. 그의 한자 이름은 한강韓江으로,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을 쓴 소설가 아버지 한승원85은 “가장 쉬운 이름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는 마음”으로 딸의 이름을 지었다. 오빠 한동림씨도 소설가이고, 남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평론가다. 남동생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그래픽=이철원
한강의 부친 한승원씨는 과거 본지에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어두운 방에서 몽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영어를 잘해서 영문과에 가라고 했는데, 굳이 소설을 쓰겠다며 국문과를 선택하더니 연세대 국문과에 수석 합격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1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한강 작가의 책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명교 문학평론가는 “한강은 대중소설가이기보다 전위소설가다. 처음부터 자기 문체에 대한 탐구가 강했던 그가 5·18, 4·3 등 한국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다룸으로써 끈질기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초기에 그는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오랜 기간 몰이해의 늪을 허덕이면서 걸어온 그가 전 세계의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자신이 축적해온 문학적 역량이 자산이 됐다.”
서점에서 한강 책 살펴보는 시민들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10일,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손님들이 그의 책 ‘채식주의자’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의식이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 전체가 무고하게 희생된 영혼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종류의 폭력이 담겨 있다. 역사적 사건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2021년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검고 어두운 한국사의 트라우마를 더듬는 한강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다. 1970년 만들어진 메디치상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밀란 쿤데라, 움베르토 에코, 폴 오스터, 오르한 파무크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역시 한국 작가의 수상은 처음이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 ‘채식주의자’2007 ‘바람이 분다, 가라’2010 ‘희랍어 시간’2011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을 썼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노랑무늬영원’2012 ‘내 여자의 열매’2018 등이 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의 시집도 펴냈다.
조선닷컴 핫 뉴스 Best
[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황지윤 기자 noyj@chosun.com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관련링크
- 이전글"노벨상 한강 작품 읽어보자"…서점 사이트 주문 폭주에 웹사이트 마비 24.10.11
- 다음글"오늘부터 문송합니다 금지"…"노벨상 한강, 국문과 최고의 아웃풋... 24.10.1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