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망치로 4명 살해, 교도소선 흉기 난동…그도 이 호칭엔 겁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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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집행 사형수들]⑮천병선
※ 이 기사에는 잔혹한 범죄 상황 묘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형 확정 판결에 이르기까지 경위를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천병선씨 증명사진. /MBC 뉴스데스크 서울중앙지법은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된다며 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지은 죄로 벌을 받는 와중에 거듭 죄를 지었지만, 형량이 가중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그는 거리낌이 없다. “여기서 한 놈 더 죽인다고, 추가 터진다고, 내가 겁날 게 있을 것 같으냐?” 스스로를 인생 막장으로 몰아넣는 그는 수감 번호 4186번, 사흘 간 개 도살용 칼로 사람 넷을 죽인 사형수 천병선이다. 어느 곳에도 뿌리내리지 못했다.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노점을 했다. 영등포에선 구두닦이를 했다. 일정한 거처도 없었다. 잠자리가 필요할 때면 포교원이나 교회에서 자거나 노숙했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이 시기 폭행과 절도로 범죄 전력이 여러 건 생겼다. 천병선은 그 가운데 세 건으로는 실형도 살았다. #xfffd;엿ず耐#xfffd; 일붕선교종 총무원장 명의로 발급된 천병선 승려증. /MBC 뉴스데스크 환속?한 뒤엔 경기 이천에 터를 잡았다. 개소주를 전문으로 하는 건강원에 취직했다. 개를 기르고 잡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러다가 두 달 뒤 어느 날부터, 개를 죽이던 칼로, 처음에는 홧김에, 후에는 복수란 구실로, 사람들을 찔러 죽이기 시작했다. 사흘 동안 네 명을 죽였는데, 그 시작은 노름판에서 못 받은 개평 단돈 2500원 때문이었다. 그해 4월 12일 오후 건강원 사무실 한편에서는 한창 화투판이 벌어졌다. 천병선은 직접 끼지는 않고 구경하며 잔심부름을 했다. 속칭 고리돈우수리으로 떼어 놓은 푼돈에만 눈독을 들였다. 판이 돌면서 우수리가 동전으로 2500원 쌓였다. 그걸 챙기려는데 A50씨가 막았다. 누가 개평을 먹느냐를 두고 승강이가 벌어졌다. 화투 사진. /조선DB 그깟 개평 2500원으로 물통에 머리를 박혔다, 천병선은 순간 이성이 마비됐고 A씨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날 길이 12cm 개 도살용 칼을 찾아 쥐었다. 그러자 함께 놀던 B39씨가 칼 든 그를 막아섰다. “내가 맞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참견하느냐!” 천병선은 B씨 가슴을 칼로 두 차례 찔렀다. B씨는 심장 근처를 찔리고도 부리나케 도주해 목숨을 건졌다. 소란을 본 A씨는 천병선을 피해 줄행랑을 쳤다. 천병선은 200m가량 쫓아가 A씨를 끝내 잡아 세웠다. 가슴과 머리를 칼로 네 차례 찔렀다. A씨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잔혹하지만 여기까진 우발적 살인이었다는 것이 수사기관의 일관된 판단이다. 그러나 한번 손에 피를 묻힌 천병선은, 어떤 이유에선지 인생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첫 살인 직후의 결심을, 뒷날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이왕 사람을 죽이게 된 마당에, 그동안 나를 괴롭힌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려야겠다.” 그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시내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C49씨였다. 갖은 일을 전전했던 천병선이 업으로 삼았던 것 중에는 노점상도 있었다. 2년 전 C씨가 운영하는 주점 근처에 노점을 펴고 장사했다. 그런데 그게 영업에 방해된다고 생각한 C씨는 천병선과 종종 다퉜다. 어느 한 날에는 주먹다짐까지 오갔는데 그때 천병선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천병선은 그 일이 생각났다. 첫 번째 살인 1시간 뒤, 천병선은 범행 현장에서 1.9km 떨어진 C씨 단란주점으로 향했다. 그는 가게 안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인기척에 놀라 깬 그의 왼쪽 가슴을, 천병선은 찔렀다. 먼젓번 범행에 썼던 칼이다. C씨는 반항하다 곧 쓰러졌다. 천병선은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C씨 눈을 손으로 벌려 강제로 뜨게 만들고선 “나를 똑바로 쳐다봐”라고 했다. 그리고선 그 눈을 칼로 찍었다. 과다출혈로 즉사했다. 그다음 타깃은 조카 D52씨였다. 평소 자신을 업신여기며 비방하고 다녔다는 이유였다. 이튿날인 4월 13일 곧바로 충남 조치원의 조카집을 찾았다. 그런데 집이 비어 있었다. 천병선은 개칼을 그대로 가지고선 30m쯤 떨어진 장소에서 D씨가 돌아오기를 8시간 넘도록 기다렸다. 그러다 지쳐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조카는 목숨을 건졌다. 여기에는 ‘살인예비’ 혐의가 나중에 적용됐다. 충북 단양의 한 사찰 전경. / 한국학중앙연구원 그 때 천병선은 사실 첫날부터 절 사람들과 안 맞았다. 먼저 절에 살고 있던 E여·69씨와 며칠 안돼 앙숙이 됐다. 며칠 안 가 천병선은 E씨 면전에다 욕설까지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개X같은 X.” 한참 손아래인 천병선이 대드는 것이라고 느낀 E씨는 꾸짖었다. “이 XX 어디서 이 따위가 굴러들어 와 함부로 누구에게 욕을 해?” 그러고선 손바닥으로 천병선의 얼굴 이곳저곳을 수차례 때렸다. 천병선은 이때 고막을 다쳤고 한다고 한다. 주변에 ‘E씨에게 꼭 복수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런데 이후 두 사람이 싸운 소식을 접한 M사 주지 스님은 E씨 역성을 들었다. 천병선에게 “보따리 싸고 나가라”고 했다. 그길로 절에서 나왔다. 천병선은 1년 만에 M사로 발걸음을 뗐다. 4월 14일 오후 2시 30분쯤. 천병선은 뒷문으로 절간에 몰래 들어갔다. 마침 E씨는 안방에서 낮잠을 잤다. 잠든 그를 흔들어 깨우며 “지난해 여기 묵었던 혜정천병선의 법명인데, 여기 묵으러 왔다”고 했다. 잠에서 깬 E씨는 느닷없는 불청객에게 지청구를 했다. “또 못되게 굴려고 왔어?” 그 말을 들은 천병선은 또 분통이 터졌다. A, B, C씨를 찔렀던 그 칼을 꺼내 들며 E씨를 위협했다. “옛날에 주먹으로 나를 패서 고막을 터뜨려 놓고도, 아직도 나를 나쁘다고 하느냐!”라는 것이었다. E씨는 답을 못했고 천병선은 이내 흉기로 E씨 목을 찔렀다. 칼에 좌측 경동맥이 잘린 E씨는 출혈성 쇼크로 죽었다. 그때, 조용하던 절간에서 갑자기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M사에 살던 시각장애인 F여·72씨였다. 무해한 사람이었고,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천병선은 절간 주방 연장통에 있던 망치로 그의 머리를 다섯 차례 쳤다. F씨는 두개골 함몰 골절로 숨졌다. 천병선은 그를 죽인 일에 대해 뒤늦게 “인간적으로 미안하다”고 했다. 수갑을 찬 천병선가운데이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나오는 모습. /MBC 뉴스데스크 천병선은 체포 당시 범행 도구였던 개 도살용 칼을 그대로 소지하고 있었다. 추가 범행을 기도하려 한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평소 원한, 응어리 졌던 사람들에게 보복하려 했는데, 아직 해결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가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꼽은 대상은 인천 송도 사찰의 한 주지 스님과 서울 성북구의 한 교회 목사였다. 1심은 천병선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1심은 다만 단양 M사에서 살해된 여성 노인 2명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도 사형이 선고됐다. 항소심은 그러면서도 원심에서 나온 일부 무죄 판단까지 깼다. 천병선이 살해한 사람은 4명이 맞는다는 것이다. 천병선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며 형은 확정됐다. 2001년 사형 선고를 확정받은 천병선이 서울구치소에서 복역하던 중 벌인 범행 목록. /법원 2012년에는 ‘교도관이 홀대한다’는 동료 재소자 말을 듣고는 자기가 대신 나서서 그 교도관을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8년에는 구치소 의료과장이 자기를 돌봐주지 않는다며 플라스틱 볼펜으로 그의 얼굴을 찔렀다. 상해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유튜버 과자형TV “한번은 천병선 독방에 물건을 넣어주면서 그냥 ‘천병선씨’하고 부른 적이 있는데, 천병선이 갑자기 소리를 막 지르면서 욕을 하더라. 며칠 뒤 천병선이 나를 부르더니 ‘앞으로 내 방에 뭘 가져다줄 때는 ‘천병선씨’ 말고, ‘병선이형’이라고 불러라’라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천병선씨’ 하고 갑자기 들어오면, 사형 집행하러 오는 것 같아서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라더라. XX, 자기가 죽는 건 또 무서운가 보지.” 천병선76씨는 23년 전 선고 받은 사형이 집행될까 여전히 두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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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김명진 기자 cccv@chosun.com 사형수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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