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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란? 이 사람들을 보며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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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6회 작성일 24-03-0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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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해외봉사] 필리핀까지 찾아와 힘과 사랑 주고 간 이들

[임경욱 기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2월 마지막 주에는 친구들이 필리핀을 방문했습니다. 대부분 퇴직 후 집에서 쉬고 있는 친구들이라 여행 성수기를 피해 다녀갔습니다. 3박 5일 일정으로 세부 패키지여행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편리한 것을 선호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나도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휴가를 얻어 동행했습니다. 늘 만나던 친구들인데도 해외에서 만나니 그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번에 찾아와준 친구들은 내 인생의 꽃봉오리가 맺히던 고교 시절에 만난 동창들입니다. 그 시절만 해도 쪽방촌으로 유명하던 구로?가리봉? 오류동을 전전하며 동고동락을 같이했던 좋은 동무들입니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던 불타는 청춘의 시절에 무소불위의 정렬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함께 부대끼며 성장한 친구들입니다. 10?26사태, 서울의 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격동기를 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낸 벗들입니다.
좋은 친구란? 이 사람들을 보며 배웁니다
▲ 세부 막탄공항에서 첫날 세부 막탄공항에 도착해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 임경욱



고교 졸업 후 도원결의한 열 명의 친구

그런 친구들 열 명이 학교를 졸업하고 뜻을 같이해 열우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1990년대 중반의 어느 봄날 우리가 손가락을 걸고 맹세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도 무슨 행사차 경주 남산에 함께 들렀다가 그곳 암자에서 곡주를 마시며 도원결의를 했던 것입니다.

친구들 열 명 중 한 명은 15여 년 전 불의의 사고로 먼저 소천하고, 또 한 명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해 지금은 여덟 명이 꾸려오고 있습니다. 그사이 희로애락도 많았지만, 아이들 시집 장가도 보내고 손자 손녀를 본 친구들이 절반이 넘어 모두 잘 살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에 여덟 명의 친구 모두가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습니다.

평소 거울을 자주 보지 않아 늘 젊고 팔팔한 청춘일 줄 알았는데, 친구들 얼굴을 보니 내 모습이 보입니다. 축 처진 눈꼬리에 주름진 얼굴과 흰머리가 우리 나이를 말해줍니다. 함께 온 배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혼 초 새댁 때부터 만나 매년 한두 번 아이들과 더불어 온 가족들이 모임을 했습니다. 평생을 열우회와 함께 살아왔는데, 이제 그들도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여행은 우리의 삶에 힘과 사랑을 되돌려줍니다. 퇴직하고 힘없는 노인으로 나이만 들어가는 친구들인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집에서 놀고먹기에는 아직도 힘이 넘치고 젊습니다. 열대의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액티비티한 해양스포츠를 무리 없이 소화해 냅니다.

첫날 다바오 공항에서 출발해 세부 막탄공항에 먼저 도착한 나는 제2터미널로 이동해 밤새 비행해온 친구들을 맞이했습니다. 사는 곳이 달라 밤을 꼬박 새워 전국 각지에서 모여 이동했을 그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나와 행복한 상봉을 했습니다. 일행들의 중간쯤에 따라 나오는 아내를 발견하고 힘껏 포옹하는데 가슴이 뭉클합니다. 6개월 만에 보는데도 한 10년 만에 보는 듯 반가웠습니다.
해양스포츠의 천국 세부에서 즐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임경욱



휴식과 해양스포츠의 천국 세부

필리핀을 찾는 관광객 80%가 한국인이라는데 세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식당과 업소들이 즐비하고 간판도 한글이라 한국의 어느 골목 같은 느낌입니다. 음식들이 한국에서 먹는 맛 그대로여서 여행이 더 즐거웠습니다. 패키지여행답게 짜여진 순서대로 진행되는 일정이지만, 날씨나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변경도 가능합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호핑투어, 체험 다이빙, 제트스키, 파라세일링,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여유로운 휴식을 찾고자 방문하는 듯합니다. 시라오 플라워 가든, 산토니뇨성당, 마젤란의 십자가, 산페드로 요새 등 볼거리도 풍부합니다.

우리 일행은 바람이 많이 불어 호핑투어와 파라세일링은 포기하고 제트스키와 다이빙 체험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세부 시내에 들렀다가 막탄 쉬라인공원, 성 어거스틴 교회, 시라오 플라워 가든, 산토니뇨 성당, 마젤란의 십자가, 산페드로 요새 등을 둘러봤습니다. 여장 남자 배우들이 출연하는 어메이징 쇼도 볼만했습니다. 무더운 낯 시간대에는 모두들 리조트에 있는 풀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길 원했습니다.
▲ 세부의 석양 세부 시내에서 막탄 섬으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서 석양을 만났습니다.
ⓒ 임경욱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방문한 친구들은 내가 퇴직 직후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할 때도 우리 부부와 함께 3박 4일을 동행해주고 즐거움을 함께했던 절친한 친구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살아오는 인생길이 즐거웠으며 외롭지 않았습니다.

좋은 친구란 그가 지닌 결점이나 부족한 부분도 이해하고 포용해 주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친구들이 채워준다는 걸 우리는 살아오면서 충분히 배웠습니다. 비행 스케줄 때문에 먼저 탑승해야 하는 나를 공항까지 와서 배웅해 준 친구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돕니다. 남은 생도 이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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