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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성년자 일상 촬영해도 성적 대상화하면 성착취물"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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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4회 작성일 24-03-0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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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서 미성년자 용변 몰래 촬영
2심 "일상일 뿐... 불법촬영만 처벌"
대법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 엄벌"
[단독]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극중 인물 추정호 교사는 치마를 입은 초등학생이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을 촬영한다. 그가 현실에서 "제자의 일상을 찍었을 뿐인데 뭐가 잘못됐느냐"고 항변하면 법원은 어떻게 반응할까. 실제 일선 법원에서도 이런 문제를 두고 불법촬영 혐의로 처벌할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상 성性착취물 제작·배포죄로 처벌할지 엇갈린 판결을 내려왔다. 대법원이 첫 판단을 내놨다. 미성년 성착취물이 맞다는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해 12월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8~9월 강원 강릉시 한 건물 여자화장실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47차례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성인 여성 외에도 미성년자가 용변을 보는 장면도 찍었다. 검찰은 그에게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는 물론, 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배포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데 더해 미성년자 촬영 부분은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1심은 전부 유죄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용변 장면이 일상생활 범주에 속한다는 점을 근거로 미성년자가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 24개에 대해선 불법촬영은 맞지만 성착취물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미성년 피해자들이 신체 노출로 수치심을 느낄 수는 있을지라도 촬영물에는 화장실을 그 용도에 따라 이용하는 장면이 담겨있을 뿐이라, 아청법상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성년자가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노출하면서 음란한 행위를 해야 성착취물 제작·배포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착취물 판단으로 형량·손배액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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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성년자 여성기숙사를 몰래 찍은 촬영물을 소지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이 근거였다. 이 판결은 옛 아청법상 음란물 소지를 적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미성년자가 일상생활에서 신체를 노출했더라도 몰래 촬영하는 방식으로 성적 대상화했다면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라며 "적극적인 성적 행위가 없었더라도 해당 영상은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처음 판결했다. 미성년자를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려면 성적 대상화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옛 아청법상 음란물은 미성년자 성착취를 의미하는데도 가볍게 해석된다는 이유로 현행법에선 성착취물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됐다. 결국 A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이 사건의 법리를 재확인한 셈이 됐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법리를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성폭력 피해자 대리경험이 많은 문혜정 변호사는 "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배포는 단순 불법촬영보다 형량이 높아 범죄 억지력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액도 올라갈 수 있다"며 "혼란스러웠던 하급심 판결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5,000만 원 이하지만, 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배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진다.

형사사건 전문 채다은 변호사는 "미성년자 불법촬영의 고의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까지 이번 대법원 판결을 무리하게 적용하지 않도록 꼼꼼한 수사와 법리 적용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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