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년만 살고 나오겠다"는 김레아…유족구조금 변제로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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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아, 유족 구조금 전액 검찰에 변제
변제가 감경 요소 적용되는 일 다반사
피해자 어머니 "구조금 돌려주고 싶다"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 김레아27. 김레아는 피해자 어머니에게도 19차례나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그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달 2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김레아가 구치소 면회를 온 자신의 어머니에게 "10년만징역 살고 나오면 된다"는 말을 한 사실이 1심 공판 도중 검찰이 재생한 녹취를 통해 공개됐다. 평화롭던 한 가정을 박살 낸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그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10년을 언급했을까.
일단 김레아는 심신미약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정에서도 계속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김레아 어머니가 아들 면회에서 "변호인 계약금으로 2,000만 원, 성공보수 8,000만 원을 약속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봐 변호인 선임에도 적잖게 공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 김레아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게 더 있다. 바로 범죄피해자 구조금 변제다.
9일 한국일보 취재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김레아 측은 피해자 어머니 최유선가명·47씨에게 지급된 2,185만1,940원의 구조금을 검찰 측에 변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구조금은 생명·신체를 해하는 범죄로 사망하거나 다친 피해자 또는 유족이 받을 수 있는 국가 구조금이다. 정부가 일단 유족에게 지급한 뒤 검찰이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김레아는 검찰이 구상금을 청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액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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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구조금 변제가 판결에서 유리한 요소로 반영되는 일이 다반사라는 점이다. 피해자와 직접 합의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구조금을 변제했다는 사실만으로 법원이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으로 보고 감경요소로 판결문에 적시하는 관행이 여전해서다.
실제 지난 1월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여자친구를 191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해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며 "정부가 유족 측에 지급한 뒤 검찰이 피고인에 청구한 구상금 전액4,273만 원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유리한 정상으로 판시했다. 남자친구를 살해해 기소된 20대 여성 B씨의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피고인 부친은 피해자 유족을 위해 지급된 범죄피해 구조금, 지원금을 대한민국에 변제했다"고 적시했다.
이렇다 보니 피고인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까 봐 유족 측이 구조금 신청을 하지 않는 일도 있다. 지난해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들은 구조금을 받지 않았다. 제도 도입 취지에 크게 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선씨 역시 구조금을 받은 게 김레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
유선씨는 "서현역 사건 유족이 구조금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안 받으려고 했는데 검찰에서 이번 사건은 양형에 문제가 없다고 해 수령 절차를 밟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레아가 딸을 위해 위령제를 지냈다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을 땐 피가 거꾸로 솟았다"며 "구조금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고 분노했다. 영월 사건 유족들 역시 1심 판결 뒤 "이럴 줄 알았으면 구조금을 안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제도 허점을 파악하고 있지만, 개선 작업은 더디다. 법무부는 "국가 구상권 행사에 따라 가해자 측이 변제하는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끝에 배상하거나 복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유리한 양형 인자로 고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향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이 논의될 경우 구상금 변제를 감경 인자에서 제외하는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국회도 입법 보완에 나섰다. 박수영 의원은 범죄피해자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김레아 교제살인사건 피해자 지원법가정폭력처벌법,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박수영 의원은 "김레아에겐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가정 및 교제폭력의 경우 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현행 법체계를 시급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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