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 때려치우고 편의점 알바 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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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MZ세대의 새로운 직업관 힘든 일 싫다는 ‘프리터족’ 현재 방영 중인 TV 드라마 ‘남과 여’에서 배우 임재혁이 연기하는 스물아홉 살 오민혁은 취업, 연애, 결혼에 관심 없고 혼자 있는 게 편한 프리터족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딱 쓸 만큼만 번다./유튜브 일명 ‘프리터족’이다. 자유롭다는 뜻의 프리free와 일하는 사람의 아르바이터arbeiter를 합친 말이다. 저성장이 장기화한 일본의 2030세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삶의 형태 중 하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100% 자의로 정규직을 포기하고 알바를 하며 최소한의 생계비만 버는 2030이 늘고 있다. 서울 용산 편의점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A씨는 작년 말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나와 취업 원서만 200번 넘게 쓰고 붙은 회사였다. 그런데 회사원의 삶은 예상과 달랐다.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는데 상사와 동료 눈치를 보느라 그렇지 않아도 마른 몸에 뼈만 남았다. 그만둘 때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그것도 포기했다. “일반 회사원보다 연봉이 낮다더군요. 마냥 놀 수는 없으니 밤에 하는 알바를 이것저것 시작했는데 쏠쏠하더라고요. 쭉 이렇게 살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나쁘지 않아요.” 20대 후반 B씨도 알바 3개로 월 150만원 정도 벌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취포생취업을 포기한 사람이냐고요? 친구들도 안쓰럽다는 시선으로 봐요. 저도 한때는 스트레스받으면서 입사 원서를 썼었죠. 그런데 지금이 행복해요. 중소기업 들어가서 온갖 싫은 소리 들으면서 최저임금 받느니 그냥 마음 편하게 몸 쓰는 일 하면서 돈 벌래요.” B씨는 연애와 결혼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맛있는 거 먹고, 일이 없을 땐 가까운 곳에 여행을 갈 만한 돈만 벌겠다고. 그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면 나처럼 사는 것도 괜찮은 삶 아니냐”고 했다. 유튜브에서도 ‘취업 안 하고 빵 공장에서 알바 하는 25살’ ‘30대 청소 알바로 먹고살기’ ‘대기업 퇴사 후 시급 1만원짜리 편의점 알바 하는 마흔셋’ 등 프리터족 일상을 담은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의 프리터족은 그때와는 다르다. 와서 일해도 좋다는 직장이 있어도 가지 않고 스스로 알바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게 행복한 길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지난해 10월 구인·구직 사이트 인크루트가 회원 8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성인 71%는 프리터족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유는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46.1%로 가장 많았다.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가 22%, ‘취미생활 등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어서’가 17%,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어서’가 13.3% 등이었다. 프리터족을 제외한 응답자에게 ‘앞으로 프리터족이 될 의향이 있는지’ 묻자 51.5%가 ‘있다’고 했다. 30대가 54.3%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51.9%였다. 하지만 MZ세대의 이런 삶의 방식이 개인에겐 고령기 빈곤 문제, 국가적으로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단기 알바의 경우 지속 가능성이 적은 일자리인 데다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아 미래가 불확실하다. 의료보험 등 사회적 보호망의 혜택도 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프리터족을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 “화려한 삶을 살지 못할 뿐, 본인의 기대치와 만족감만 낮추면 얼마든지 살 수는 있다” “저게 진짜 행복이죠”라는 긍정이 있는가 하면, “젊음과 건강이 영원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 그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결국 저런 사람들은 국가가 먹여 살리게 돼 있다” 등 부정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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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김아진 기자 dkwls82@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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