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 위협"…스스로 담임 내려놓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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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서이초 2년차 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계기로 교권침해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동료 교사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추모 집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국공립 초등학교 취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학부모 요구에 따라 65명이 담임이 교체됐다. 교사 본인이 요청한 사례도 60명이었다.
학부모 요청에 따른 담임 교체는 계속 늘어나다가 지난해 상승세가 꺾였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지나친 교권 간섭에 대해 비판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교사 본인이 자진해 담임을 그만두는 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0년 54명이었지만, 2021년 90명, 지난해 124명 등 3년 만에 2배 넘게 많아졌다. 이전까지 교사의 자진 교체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학생들도 상처를 입을 수 있고 후임 담임을 찾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장 교사들의 의욕 상실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교사들의 개인 사정보다 외부적 요인이 절대 다수다. 학교폭력 조사 과정이나 생활지도 도중에 아동학대 무고를 당하면 담임을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에게 생활지도를 하면 학부모가 아동학대범으로 신고하겠다고 위협하고,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교육청이나 수사기관에 신고를 넣어 괴롭힌다는 것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학부모의 교체 요청은 중·고등학교에 비해 초등학교가 특히 많다. 지난해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요청으로 담임 65명이 바뀔 때 중학교는 5명, 고등학교 9명 교체에 머물렀다. 과목별로 구분되는 중·고교와 달리 담임제인 초등학교 교사들의 부담이 더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기도에서 재직 중인 한 초등 교사는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말해주고 싶고, 고칠 수도 있는데 학부모에게 책 잡힐까봐 그냥 두자고 넘어가게 된다"며 "교실 현장에서 억울한 점이 너무 많다. 현실적으로 고운 말만 해서 교육 되는 게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경남권의 한 교사는 "교장, 교감선생님의 교권보호 관련 역할이 구체적으로 부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학부모 억지 민원이 들어오면 니가 참아라며 전달해주는 통로밖에 안 된다"고 했다. 교원단체에 따르면, 교장 등 교내 관리직급이 학부모와 갈등을 피하려고 담임을 임의로 교체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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