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살 거 하루라도 빨리"…30대女 새벽부터 오픈런 [안혜원의 ...
페이지 정보

본문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78회
명품 수요 회복…할인 중단하는 명품 브랜드
명품 수요 회복…할인 중단하는 명품 브랜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 입구에서 매장 입장을 위해 소비자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경DB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고 하잖아요.” 올 초 프랑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 인상 소식에 이틀간 오픈런에 나선 30대 여성의 말이다. 그는 “어차피 살 것이라면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쌀 때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낫다”고 했다. 그가 구매를 원하던 제품은 탱크 루이 스몰 사이즈로, 이번 인상으로 1470만원에서 1560만원으로 약 6.1%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까르띠에는 3개월 만에 국내 판매 제품의 가격을 약 5~6% 또 인상했는데, 미리 인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까르띠에 매장에선 오픈런 현상이 빚어졌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 등에는 백화점 줄서주기 알바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꺼번에 몰린 수요에 수급이 어려워지자 까르띠에 매장에선 고객들에게 "많은 주문 물량으로 인해 신청하신 제품은 1~4개월 이내 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내수와 수출 등 경제 지표가 모두 부진한데도 외국 명품 사랑이 식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할인 영업’을 하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세일을 중단하는 분위기다. 명품 지출 감소세가 멈추고 명품 소비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서다.

사진=랄프로렌 SNS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고급 의류 브랜드 랄프로렌은 프로모션 계획을 철회하고 할인율을 낮추고 있다. 랄프로렌은 지난 6일 투자자 간담회에서 2025 회계연도 매출이 기존 예상치를 넘어선 6~7%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할인을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랄프로렌은 이전에는 3.5% 내외의 성장을 예상했었다.
저스틴 피치 랄프로렌 CFO는 "앞선 블랙 프라이데이에 매출이 너무 강세를 보여 향후 계획한 프로모션을 철회했으며 지난 분기 할인율도 5%포인트 낮췄다“면서 ”정가 판매 수요가 너무나도 강력하다. 늘어난 수요에 대응해 시즌 종료 할인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랄프로렌의 주가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랄프 로렌 주가는 6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9.69% 급등한 273.14달러에 마감했다. 일간 상승률로 작년 2월8일 이후 가장 높다. 이로써 지난달 30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종가를 경신하게 됐다. 전날12일 기준 주가는 273.01달러을 기록했다.
실적 호조가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랄프로렌은 작년 4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4.82달러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4.53달러를 넘어섰다. 매출은 전년보다 11% 늘었다. 유럽에서의 판매가 상당한 호조를 보였다. 그동안 하락세였던 북미 매출이 상승 전환된 것도 고무적이었다. 미국 소비 증가세와 함께 특정 고객층을 노린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뉴욕 코치 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Z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코치도 ‘할인의 늪’에서 벗어났다. 토드 칸 코치 최고경영자CEO는 ”마크다운의 악순환“을 피했다면서, 지난 분기에 판매한 핸드백 평균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로 올랐다고 전했다.
코치는 기존 디자인의 후속 제품을 계속 출시하는 방식으로 세일 전략을 완전히 뒤엎고 있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예컨데 과거엔 태비 백과 같은 인기 제품이 나와도 유행 사이클이 지나 수요가 줄면, 브랜드 측은 새 디자인으로 전략 모델을 교체하고 기존 제품을 세일해 재고를 털어내는 방식의 영업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최근엔 이같은 할인 사이클을 포기하고 기존 제품의 인기가 시들해질 경우, ‘필로우 태비’ 같은 이전 제품과 디자인이 유사하면서도 디테일이 약간 다른 후속작을 내놓으면서 기존 제품에 대한 수요까지 되살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코치의 모회사인 태피스트리는 명품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 분기 매출이 10% 감소한 자회사 케이트스페이드도 비슷한 전략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가을까지 케이트스페이드 핸드백 스타일 중 15% 이상은 단종한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할인을 제한하는 까닭에는 럭셔리 브랜드가 다시 호황기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지표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지출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서 고급 브랜드와 장소에서 지출은 지난 2년 이상 감소하다가 지난해 후반부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대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샤넬 등의 국내 매출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에르메스코리아의 매출은 최근 들어 △2022년 6502억원 △2023년 7972억원으로 계속 뛰는 상황이다. 샤넬코리아의 매출도 △2022년 1조5913억원 △2023년 1조7038억으로 증가세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관련링크
- 이전글[속보] 헌재, 尹탄핵심판 추가기일 지정…18일 오후 2시 25.02.13
- 다음글[단독] 조태용, 계엄날 윤석열에 부재중 아님 직접 알렸다…"내일 출장" ... 25.02.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