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평 감방에 13명 칼잠…마약범 늘어 미어터지는 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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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명 정원에 6만3000명 과밀화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 등 교정 시설 과밀화가 날로 심각해지는 주요 원인이 마약 사범의 급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법무부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교정 시설 수용률은 125.3%였다.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125명이 수용돼 있다는 것이다. 전국 교정 시설의 수용 인원은 6만2981명으로, 정원5만250명보다 1만2000명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정 시설 수용률은 2019년 112.7%를 기록한 뒤 코로나 영향으로 주춤하다 2023년 118.4%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25%를 넘겼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 인원이 6만명을 넘어선 것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처음이고, 125% 이상 수용률도 약 30년 만의 최대치”라고 했다.
최근 늘어난 수용자 중 상당수는 마약 사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교정 시설에 수용된 마약 사범은 2019년 3574명에서 지난해 6628명으로 5년 만에 85.5%가 늘었다. 코로나 사태로 전체 수용자가 줄었던 2020~2022년에도 마약 사범은 꾸준히 늘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32.2%·17.6%나 급증했다. 전체 수용자 중 마약 사범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6.6%에서 매년 증가해 작년엔 10.5%로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좁아서 못 살겠다” 정부 상대 소송 잇따라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마약이 급격히 확산하고 이에 대응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검거한 마약 사범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법무부는 분석했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수용자 간 싸움과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크게 늘었다”며 “면회나 외부 진료 등 교정 공무원 업무도 덩달아 늘어 사무 직원을 보안 업무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용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과밀 수용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사기 혐의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던 A씨는 16.19㎡약 4.9평 크기 거실에서 13명이 생활했다. 잠자는 공간이 1인당 55cm밖에 안 돼 수용자들끼리 어깨를 부딪치며 자야 했고, 실내 운동장의 과밀화로 1인당 하루 1시간씩의 운동 시간도 30분밖에 못 썼다고 주장했다.
전주교도소에 수용됐던 B씨의 경우 7~8명이 11.71㎡약 3.5평 크기 거실에 수용됐다. 평소 칼잠똑바로 눕지 못해 옆으로 누워 자는 잠이나 새우잠몸을 쪼그리고 자는 잠을 잘 수밖에 없고, 여름에는 냉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탈수 현상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국가가 수용자들을 1인당 2㎡ 미만 거실에 수용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1.25㎡, 1.46㎡ 면적에서 생활한 A씨와 B씨는 최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마약 사범 2년 새 70% 증가... 2만명 넘어
법무부는 교정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현재 5만250명인 수용 정원을 2028년까지 5만9265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교정 시설 신축·이전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기한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적극적인 가석방·보석으로 수용 인원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그 역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어서 쉽지 않은 문제다.
연간 마약 단속 인원이 2년 연속 2만명을 넘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교정 시설 과밀화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적발된 마약 사범 수는 2021년 1만6153명에서 2022년 1만8395명, 2023년 2만7611명으로 급증했다. 2년 사이 70%가 넘게 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2만3022명으로 2년 연속 2만명을 넘겼다. 정부는 앞으로 연 2회 마약 범죄 합동 특별 단속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제1차 마약류 관리 기본 계획을 최근 채택하기도 했다. 마약 사범의 높은 재범률도 문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3년 마약 사범의 재범률은 32.8%였다. 세 명 중 한 명은 출소해도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이다.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최근 법원 안팎에서는 구치소와 교도소가 꽉 차서 판사들이 실형을 선고하고도 법정 구속을 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우리 사회의 마약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엿볼 수 있는 웃지 못할 이야기”라고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법무부는 도심에 인접한 교정 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전·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검찰·경찰·관세청은 공항·항구 등 마약 밀수 경로를 집중 차단해 마약 유통망 붕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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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헌 기자 bell@chosun.com 유희곤 기자 yhk@chosun.com
10일 법무부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교정 시설 수용률은 125.3%였다.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125명이 수용돼 있다는 것이다. 전국 교정 시설의 수용 인원은 6만2981명으로, 정원5만250명보다 1만2000명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러스트=박상훈
최근 늘어난 수용자 중 상당수는 마약 사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교정 시설에 수용된 마약 사범은 2019년 3574명에서 지난해 6628명으로 5년 만에 85.5%가 늘었다. 코로나 사태로 전체 수용자가 줄었던 2020~2022년에도 마약 사범은 꾸준히 늘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32.2%·17.6%나 급증했다. 전체 수용자 중 마약 사범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6.6%에서 매년 증가해 작년엔 10.5%로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좁아서 못 살겠다” 정부 상대 소송 잇따라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마약이 급격히 확산하고 이에 대응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검거한 마약 사범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법무부는 분석했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수용자 간 싸움과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크게 늘었다”며 “면회나 외부 진료 등 교정 공무원 업무도 덩달아 늘어 사무 직원을 보안 업무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용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과밀 수용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사기 혐의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던 A씨는 16.19㎡약 4.9평 크기 거실에서 13명이 생활했다. 잠자는 공간이 1인당 55cm밖에 안 돼 수용자들끼리 어깨를 부딪치며 자야 했고, 실내 운동장의 과밀화로 1인당 하루 1시간씩의 운동 시간도 30분밖에 못 썼다고 주장했다.
전주교도소에 수용됐던 B씨의 경우 7~8명이 11.71㎡약 3.5평 크기 거실에 수용됐다. 평소 칼잠똑바로 눕지 못해 옆으로 누워 자는 잠이나 새우잠몸을 쪼그리고 자는 잠을 잘 수밖에 없고, 여름에는 냉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탈수 현상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국가가 수용자들을 1인당 2㎡ 미만 거실에 수용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1.25㎡, 1.46㎡ 면적에서 생활한 A씨와 B씨는 최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그래픽=박상훈
법무부는 교정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현재 5만250명인 수용 정원을 2028년까지 5만9265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교정 시설 신축·이전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기한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적극적인 가석방·보석으로 수용 인원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그 역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어서 쉽지 않은 문제다.
연간 마약 단속 인원이 2년 연속 2만명을 넘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교정 시설 과밀화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적발된 마약 사범 수는 2021년 1만6153명에서 2022년 1만8395명, 2023년 2만7611명으로 급증했다. 2년 사이 70%가 넘게 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2만3022명으로 2년 연속 2만명을 넘겼다. 정부는 앞으로 연 2회 마약 범죄 합동 특별 단속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제1차 마약류 관리 기본 계획을 최근 채택하기도 했다. 마약 사범의 높은 재범률도 문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3년 마약 사범의 재범률은 32.8%였다. 세 명 중 한 명은 출소해도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이다.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최근 법원 안팎에서는 구치소와 교도소가 꽉 차서 판사들이 실형을 선고하고도 법정 구속을 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우리 사회의 마약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엿볼 수 있는 웃지 못할 이야기”라고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법무부는 도심에 인접한 교정 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전·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검찰·경찰·관세청은 공항·항구 등 마약 밀수 경로를 집중 차단해 마약 유통망 붕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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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헌 기자 bell@chosun.com 유희곤 기자 yh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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