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나절 40통 전화테러"…중고거래 사기꾼들이 되레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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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사기범 임모씨가 합성사진으로 실물 인증을 해 최씨를 속이려다 발각됐다. 사진 독자
중고거래 사기 가해자가 도리어 피해자의 연락처를 유포하며 ‘전화 테러’를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중고거래 사기 조직이 수사기관 신고나 금융기관 사기거래 계좌 등록 등을 막으려 2차 보복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30만원 상당 러닝화를 구매하려 했던 최지우30대·가명씨는 ‘토스뱅크’로 송금하기 직전 ‘사기 의심 계좌’라는 알림을 받았다. 수상하게 여긴 최씨가 판매자 임모씨에게 어떻게 된 건지 묻자 임씨는 “사업자 통장으로 등록돼 있어 그렇다”며 “다른 은행 앱을 이용해달라”고 했다. 여전히 미심쩍었던 최씨는 자신의 이름을 메모지에 적어 물건과 함께 사진 찍어달라고 요청했고, 임씨는 순순히 응했다.
그러나 최씨가 받은 사진은 가짜였다. 임씨가 인터넷에 있는 사진을 도용해 최씨의 요구에 맞춰 합성한 것이다. 최씨가 화를 내며 “판매자의 계좌와 연락처를 사기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제보하겠다” 경고하자, 이때부터 되레 임씨의 보복이 시작됐다. 그는 “니덕에 여러 곳에서 문자가 와 번호를 바꿔야 한다”며 역으로 최씨의 연락처와 집 주소를 이용해 테러를 가하겠다고 협박했다.
중고거래 사기범
실제 최씨는 이날 오후부터 40여명의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번엔 임씨와 같은 번호를 사용하는 ‘황모씨’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최씨에게 전화를 건 박모33씨는 전날 캠핑 장비 플랫폼 ‘초캠몰’에서 텐트를 구매하기 위해 황씨에게 80만원을 보냈다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였다. 박씨는 이날 황씨 연락처로 “내 아들이 컴퓨터 게임에 미쳐서 실수했다. 010-XXXX-XXXX최씨 연락처로 연락주시면 해결해드리겠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최씨와 박씨는 각각 금천경찰서와 양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중고거래 사기범이 최씨에게 보복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에 허위로
가해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수 중고거래 사이트에 허위 ‘무료 나눔 게시글’과 ‘구매 의사 댓글’을 쓰며 최씨의 번호를 남겼다. 최씨의 집주소로 출장 마사지사나 ‘만나서 결제 배달’을 계속해 보내겠다는 협박도 이어갔다. 최씨는 “종일 걸려 오는 전화에 일일이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솔직히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튜버
중고거래 사기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가운데 사기 조직은 ‘피해자 입막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공익 목적으로 가해자의 계좌 정보 등을 온라인에 게재하면 가해자는 다른 대포폰·통장으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기 때문이다. 구독자가 24만명인 유튜버 ‘진두부’도 지난 2일 영상 채널에서 “네이버 카페에 중고나라 사기꾼의 수법과 신상을 올렸더니 사기꾼으로부터 ‘글 내려라. 마지막 기회다’라는 문자가 왔다”며 “이후 ‘변우석 팬 미팅 무료 나눔 게시글’에 번호가 박제돼 연락이 엄청 왔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이중고를 겪어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피해자 대다수는 직접 가해자의 신원을 캐려 시도했다가도, 전화·배달 테러가 시작되면 포기한다. 회원 수 5200명의 사기 정보 공유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는 A씨는 “전화·배달테러는 물론이고 일용직 구인 사이트에서 번호가 팔리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가해자를 도발하기보다 가능한 한 조용히 신고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중고거래 사기 피해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8일 더치트에 따르면 2020년 24만5489건이었던 온라인 거래 피해 사례 수는 2023년 31만2657건으로 3년새 27.3% 증가했다. 올해 1~10월 피해 금액은 2678억원으로 지난해 총액인 2607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중고거래 사기는 ‘사이버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계좌 정지 과정이 복잡하다”며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가해자들은 더욱 뻔뻔해진다”고 말했다.
변상일 변호사는 “전화·배달테러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다만, 대포통장이나 타인 명의 전화번호가 사용됐을 경우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검거하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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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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