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다방에 있던 성냥갑…이젠 Z세대가 열광
페이지 정보
본문
독자 고형필씨와 권오명씨의 보물
독자 고형필씨가 수집한 성냥갑왼쪽과 권오명씨가 수집한 1970~90년대의 성냥갑. /고형필·권오명씨 제공
서울 송파구에 사는 독자 고형필71씨의 ‘현대사 보물’은 상자 안에 빼곡하게 모아 놓은 옛날 성냥갑들이다. 업소를 나설 때면 늘 주머니에 성냥갑을 하나씩 넣어 오는 게 습관이었다. “그때는 취미 생활이라고 하면 우표나 화폐를 수집하는 게 유행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경제적 부담이 없는 성냥 수집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서초구 독자 권오명81씨도 100개 넘는 성냥갑을 수집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아 다방을 많이 갔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냥갑을 모으게 됐습니다. 옛날에는 라이터도 별로 쓰지 않았죠.” 수집을 멈추게 된 것은 다방이 많이 사라진 1990년대 이후라고 기억했다.
다채로운 색깔의 성냥갑 위에 인쇄된 상호명은 무척 정겹다. ‘고향 다방’ ‘정 다방’ ‘커피숍 까치’ ‘밀물과 썰물’ ‘미켈란젤로’#xe3e2;. 그 성냥갑들은 정다운 사람들과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썩하게 담소를 나누던 20세기 다방 문화를 증언하는 ‘보물’일 것이다. 때론 커피 위에 계란 노른자를 얹어 마시거나, 큰 맘 먹고 도라지 위스키를 주문하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고형필씨는 “그렇게 모은 성냥을 쓰기가 아까웠다”며 “간혹 아내가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면 짜증을 내며 가벼운 부부 싸움까지 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저 보관만 하고 있다가 ‘이게 나의 현대사 보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최근엔 미국에서 ‘아버지 세대의 유물인 성냥갑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특히 유행을 주도하는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생가 식당이나 바에서 주는 성냥갑에 열광하고, 성냥갑 제조 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레트로복고 감성과 아날로그 느낌 때문이라는 얘기다. 유행은 종종 돌고 도는 모습을 보인다.
조선닷컴 핫 뉴스 Best
[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관련링크
- 이전글맘카페에 유출된 박대성 살인 보고서…피해자 실명까지 그대로 24.10.08
- 다음글전주서 빌라 타일 철거 공사 작업하던 70대 추락해 숨져 24.10.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