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면 이탈 올리면 취소…필리핀 가사관리사 비용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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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024.8.6/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도입 한 달만에 각종 잡음을 내며 내년 전국화 도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중 최대 논란인 비용과 관련해 사업 운영 주체인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8일 서울시와 고용부 등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성과 평가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1200명 규모의 본사업을 추진한다. 본사업의 향방을 결정지을 시범사업은 지난달 시작됐다.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100명은 8월 입국해 약 한 달간의 교육을 마친 뒤 지난달 3일부터 실전에 투입됐으나 서비스 시작 2주 만에 가사관리사 2명이 숙소를 무단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결국 지난 4일 무단이탈 20여일 만에 검거돼 강제퇴거 처지에 놓인 상태다.
서비스 이용 가정의 취소도 속출했다. 현재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이용 중인 가정은 168가정으로, 지금까지 24가정이 서비스 이용을 취소했다. 신청 당시에도 총 157가정이 선정됐으나 신청 변경과 취소 등으로 최종 142가정이 매칭됐다.
가사관리사 이탈과 서비스 이용 취소에는 비용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 이탈한 가사관리사들은 한 숙박업소에서 불법취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서비스 이용 가정에도 부담이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가사 관리사는 최저임금을 적용, 최저임금과 4대 보험료를 포함해 1만 3700원의 시급을 받는다. 이를 토대로 1일 4시간을 이용하면 월 119만 원, 1일 8시간을 이용하면 월 238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월 2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비용은 시범사업 이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일반적인 맞벌이 가정이 내기엔 턱없이 비용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사업 초기 서비스 신청가구의 40% 역시 강남4구에 집중됐다.
비용이 가사 관리사의 무단이탈과 서비스 이용 취소 등 각종 문제를 낳고 있음에도 사업의 운영 주체인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좀처럼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월 100만 원 수준이 적당하다는 입장인 반면 고용부는 지금보다 비용을 더 낮추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서의 외국인 가사 관리사 이용 비용이 월 100만 원 정도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결국이 비용이 장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는 올해 1월 외국인 가사 관리사를 가구 내 고용 형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별도 비자를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법무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가구 내 고용, 즉 가사사용인이 될 경우 각 가정에서 1대 1 사적 고용의 형태로 근무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고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않는다.
고용부는 비용을 더 낮출 경우 더 많은 이탈자가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개인적으로 가사사용인 방식으로 하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해당 임금으로 입국해 가사 관리사들이 한 달 뒤에도 계속 근무할지는 알 수 없다"며 "서울이 아닌 지방에도 가사관리사를 도입해야 하는데 여기서 임금을 낮추면 더 많은 이탈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문제는 현행처럼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 최저임금 상승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이 내야하는 비용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9860원에서 1만 30만원으로 1.7% 오른다. 이 경우 서비스 이용가정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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