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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이런 짓을" 과거 세탁하려 우르르…디지털 장의사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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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9회 작성일 24-10-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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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타인의 과거=돈 디지털 장의사의 세계 上

[편집자주] 온라인 세상에서 잊힐 권리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종을 만들어냈다. 디지털 장의사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긴 온라인상 흔적을 지워주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일한다.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삭제에서부터 범죄 등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려는 사람들이 핵심 고객이 됐다.



"딥페이크 범죄자 박제될라"…증거 지우려 가해자 부모가 찾아간 이들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주된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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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의 많았죠. 대부분 자녀를 둔 부모였어요."
"딥페이크 논란 초기에는 문의하는 사람 70%가 피해자였는데, 최근에는 가해자가 70%였습니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조작 기술 불법 합성물성 착취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온라인에 퍼진 글과 사진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 수요가 늘었다. 디지털 장의사는 언론 기사나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찾아다니며 의뢰인 관련 흔적을 지우는 사람들이다.


딥페이크 관련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이들은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행적을 지워달라는 가해자들도 이들을 찾는다.

30일 디지털 장의사 업체 관계자는 "최근 언론 보도가 늘면서 문의나 의뢰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30% 정도 많다"며 "초반에는 피해자 문의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자들이 더 찾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이전에는 일주일에 1~2건 정도 작업을 했지만 요즘 30건까지 몰린 날도 있다"며 "과거에도 가해자가 의뢰하는 경우가 드문드문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문의 가해자 대부분이 10대 내지 그들의 부모인 점이다. 업체 관계자는 "문의 고객 중 큰 비중이 부모였다"며 "자기 자녀가 범죄자로 영원히 박제되지 않을까 걱정돼 연락이 온 것이었다"고 했다.

딥페이크 관련 검거된 인원 중 10대가 압도적이다. 경찰청은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텔레그램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 사건 관련 피의자 387명을 특정해 검거했다. 이 중 10대는 324명83.72%이었다. 5명 중 4명꼴이다.

또 10대 피의자 가운데 66명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었다. 다음으로 △20대 50명 △30대 9명 △40대 2명 △50대 이상 2명 순으로 집계됐다.

일거리가 는다고 반갑지만은 않다. 무작정 의뢰받았다간 증거인멸 혐의를 받을 수 있어서다. 그 때문에 업체들은 의뢰자의 경찰 조사 현황이나 현재 상황, 피해자와 합의 여부 등을 확인 후 작업을 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일부는 수사 상황을 속이면서까지 삭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 다른 디지털 장의사는 "최근 삭제를 진행하고 난 후에야 의뢰인이 가해자인 걸 알게 됐다"며 "재판부에 너무 후회스럽다고 탄원서를 내고 참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지난달 28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7개월간 특별 단속 기간을 정해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은 텔레그램 운영진 등을 상대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벌이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와 범죄 사실이 특정되면 입건으로 전환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5일에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인 줄 알면서도 이를 소지하거나 시청할 경우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 법안은 딥페이크 성 착취물 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유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제작자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딥페이크 판치자…범죄자도 잊힐 권리 앞세워 과거 세탁


- 기억할 의무 반대논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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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는 2014년 EU 최고 법원 유럽 사법재판소가 개인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처음으로 내리면서 개념이 확립됐다. /AP=뉴시스
디지털 장의사를 논할 때 늘 따라붙는 개념이 있다. 잊힐 권리다. 디지털 장의사는 디지털 피해자들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거의 인터넷 기록물을 삭제해 잊힐 권리를 실현한다.

◆ 유럽사법재판소 "개인의 잊힐 권리 인정"

잊힐 권리는 정보 주체가 온라인에서 자신과 관련된 모든 정보 삭제와 확산 방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자기 결정권 및 통제권을 의미한다. 1995년 유럽연합EU이 개인정보 처리를 규정하는 유럽 개인정보 보호 규정 및 지침을 만들면서 처음 언급됐다. 이후 2012년 EU가 일반정보보호 규정을 제정하며 명문화됐다.

이후 잊힐 권리 범위를 두고 업계와 유럽 정부 간의 이견이 이어지다 2014년 EU 최고 법원 유럽 사법재판소가 개인의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처음 내리면서 개념이 확립됐다. 판결 이후 유럽에서는 개인이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정보를 삭제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됐다.

EU가 채택한 권리 기준은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처리될 당시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경우 △개인이 데이터 사용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고 그에 반하는 정당한 근거가 없는 경우 △개인 데이터가 다이렉트 마케팅 목적으로 처리되고 개인이 이에 이의를 제기한 경우 등이다.

다만 데이터가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행사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경우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고 있거나 조직의 공식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경우 △공중위생 목적으로 필요하며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하는 경우에는 개인 데이터 삭제 요청이 거부된다.

◆ 국내에선 부작용 우려…명예훼손 등 이미 보장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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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삭제 요청 건수. /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

유럽사법재판소 판결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기록 삭제 요청이 빗발치면서 한동안 국내에서도 잊힐 권리가 화제가 됐다. 이에 맞서 기억할 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생겼다. 이들은 공인, 범죄자들 과거 세탁에 해당 권리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공인, 범죄자의 인격권이 공익을 해치는 형식으로 행사되거나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불합리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정수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한 토론회에서 "잊힐 권리는 법 권력을 소유한 집단에 유리하다. 이는 국가권력과 기업 권력, 정치인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U와 달리 국내에서 잊힐 권리는 명확히 법제화되지 않은 상태다. 굳이 법제화하지 않더라도 명예훼손이나 저작권·초상권·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차단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어서다.

특히 명예훼손은 링크뿐 아니라 원본까지 삭제할 수 있고 원본 제작자까지 처분토록 하는 강력한 무기로써 작용한다.

◆ 부분적 수단 확대 중…"국가 차원 디지털성범죄 전담기구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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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서비스 개요 /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
다만 성 착취 영상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인한 디지털 피해자들이 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을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2016년 6월부터 시행된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이다. 본인의 게시물임을 입증할 수 있다면 게시판 관리자에게 접근 배제 조치나 게시 중지 요청을 할 수 있게 된 것.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해당 게시물은 숨김 처리되거나 캐시가 삭제돼 검색에 노출되지 않게 된다.

지난해 4월부터 온라인 활동 삭제 서비스인 지우개 서비스도 시범 운영됐다. 아동·청소년 시기에 게시했지만, 지금은 삭제를 희망하는 게시물에 정부가 대신 접근배제를 요청하는 시범사업 서비스다.

시범운영 결과 유튜브·틱톡 등에 올린 영상 게시물, 네이버 지식인·카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게시물 삭제 요청의 비중이 높았다. 올 1월부터는 해당 서비스의 신청 연령이 기존 24세 이하에서 30세 미만으로 확대됐고 삭제할 수 있는 게시물의 작성 시기도 기존 18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완화됐다.

불법 촬영물, 성 착취물 피해자라면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한 삭제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2020년부터 지난 6월까지 해당 센터를 통한 피해 영상물 삭제분은 요청 건수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서버 기반 사업자이거나, 부가통신사업자로 미등록된 성인사이트의 경우 국내법상 의무 이행에 따른 행정 제재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딥페이크 범죄 등이 무분별하게 확산한 만큼 잊힐 권리를 넘어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국가 차원 컨트롤 타워 성격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전담 기구가 마련돼야 의견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 역할을 격상하고 성폭력 방지법에 가칭디지털 성범죄방지 종합 지원센터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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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app@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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