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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한점 없이 깨끗했다는데"…딸 유류품 차마 못본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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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01-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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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 제주항공 사고 지점에서 수거된 희생자 유류품이 유족에 인계된 지 이틀째인 3일, 고인의 마지막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받아든 유족들은 눈물을 쏟았다. 현재까지 유류품이 수거된 희생자는 약 140명, 이 중 102명의 물품이 가족 등에게 돌아갔다.

유류품을 전달 받은 유족 중엔 KBS 광주방송총국 보도팀 기자였던 김모30씨의 가족도 있었다. 김씨의 가방 두 개만이 돌아왔다. 작은 인형이 달린 가방 안에서 일기장처럼 보이는 공책과 여권, 함께 여행을 갔던 남편의 노트북 등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딸이 남긴 물건을 차마 볼 자신이 없었던 아버지 김모62씨는 가족으로부터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흙 한 점 묻은 게 없다고 하더라”며 비통해했다.


KBS 광주 김모씨의 친부가 3일 자신의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한 부녀의 모습. 사진 아버지 김씨

KBS 광주 김모씨의 친부가 3일 자신의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한 부녀의 모습. 사진 아버지 김씨


아버지 김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전화 배경화면을 딸의 사진으로 바꾸며 슬픔을 달랬다. 어제는 어린 시절 딸·아들과 찍은 사진으로, 오늘은 부녀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바꿨다. 딸 결혼식에서 입장 전 함께 찍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던 김씨는 “딸은 내 삶에 버거운 축복이고 영광이었다”고 했다.

김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중 하나. 강아지똥 저자 권정생 작가의 유언 중 일부가 적혀 있다. 사진 아버지 김씨

김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중 하나.


고인의 집엔 책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사회과학 분야 도서를 좋아해 어릴 때부터 많이 읽었다고 한다. 아버지 김씨가 보여준 딸 메신저 프로필 중엔 신동엽 시인이나 권정생 작가의 글 등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한 딸이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하자 아버지는 “광주에서 직장을 다니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딸을 가까이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광주 KBS에 입사한 그는 노동자 인권, 일제 강제동원 등 사회적 약자를 취재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엔 2년간 5.18 관련자 46명의 증언을 영상에 담은 ‘영상채록 5.18’을 제작해 상을 받았다.

김씨 가족 톡방. 지난 29일 카톡이 마지막이다. 사진 아버지 김씨

김씨 가족 톡방. 지난 29일 카톡이 마지막이다. 사진 아버지 김씨


딸 김씨는 비상계엄 뒤 광주에서 열리는 탄핵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는 등 취재하기 위해 휴가 일정을 미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나라가 어떻게 되든 그때 휴가를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죽는 건 찰나의 순간이라 생각하면 위로가 되다가도, 비행기가 다시 뜨고 내렸을 때 느꼈을 공포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지점에서 수거된 희생자 유류품은 직계뿐 아니라 형제·자매 등 방계 유족들에게도 전달됐다. 사고 직전 상황이 담겼을 수 있는 휴대전화 등은 수사를 위해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확보한 휴대폰·태블릿PC·스마트 시계 등 107개 물품은 유족들 동의를 얻어 참관하에 포렌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이수민·오소영·조수빈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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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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