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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필요해 시작한 마약···46년지기 임종마저 못 지켜[일상된 마약]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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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37회 작성일 24-0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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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0분이면 가능 배달음식 광고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약 광고 문구다. 마약사범은 폭증했고 심지어 10대 청소년이 마약을 사고 판다. 마약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뉴스1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첫번째로 마약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준비했다.


친구 필요해 시작한 마약···46년지기 임종마저 못 지켜[일상된 마약]④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유민주 박동해 기자 기획취재팀 = "죽으면 안돼, 넌 죽으면 안돼"

어릴 적 이민을 가 평생을 살았던 미국에서 추방당해 2022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데이비드가명·50대는 지난해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가 마약 등 범죄로 31년 동안 미국 교도소에 갇혀 지내는 동안 가장 많이 의지했던 친구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데이비드는 곧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이미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고 절망감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했다.

시한부였던 친구는 평생 데이비드의 후원자였다. 사고로 총상을 입었던 그는 후유증으로 5년 전부터 계속 주기적으로 앓아왔다.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고, 또 그들과 미국에서 생활했을 당시 마약을 했던 생각이 떠올라서 도망가서 다시 마약을 할까도 고민했어요"

데이비드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떨궜다.

영치금은 물론 편지에 면회까지 누구보다 그를 믿고 회복을 기다려 준 이들에게 돌아가기엔 데이비드도 이미 많이 병들어 있었다.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지만 미국은 못 가죠. 미국 돌아가고 싶어요. 모든 인간관계가 거기에 있으니까요" 그는 후회와 자책으로 몇 주간 슬픔에 잠겼다. 46년 지기의 임종조차 지킬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서였다.

또 그 친구뿐만 아니라 지난해 가족을 포함해 지인 4명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그는 소중한 사람들의 곁을 지킬 수 없었다. 그가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그는 11살 때부터 대마초를 피웠다.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과 그저 잘 어울리고 싶었던 것이 중독의 시작이었다. 데이비드는 또래 아이들보다 멋져 보이고 싶었다. 공부만 하는 학생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허세를 부리며 현지에서 마약 하는 아이들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대마를 했다고 말했다. 또 한 번 약을 하면 일주일씩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생활비가 부족해지면 동네에서 도둑질도 했고, 훔친 돈으로 마약을 구했다.

"18살부터 21살까지 약을 하면서 깡패짓도 했어요. 경찰들한테 잡혀서 교도소에 처음 들어간 게 18살 때쯤이었는데, 풀려나면 반복해서 죄를 짓고 살았어요. 교도소에 들어가서도 코카인 등 마약을 거래하는 방법을 계속 가르쳐주기도 하고, 그 안에서 마약을 사고팔 수 있도록 돕기도 했죠."

시각장애인인 안인권 목사가 운영하는 시설로 오게 된 건 목회를 했던 친척의 인맥 덕분이었다. 약 35년째 운영된 재활시설 겸 교회에는 현재 약 40명의 다양한 중독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한국의 어떤 병원이나 시설도 섣불리 받지 않는 중증 약물 중독 환자들도 이곳에 온다.

데이비드가 한국에 입국했을 당시 그는 미국에서의 오랜 옥살이로 인해 마약 금단 증상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말이 안 통하고 문화권도 너무나 다른 나라에 갑자기 홀로서기를 하게 된 그는 또 다른 답답함과 외로움을 이겨내야 했다.

"처음에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 오해도 많이 하고 싸움도 많이 했어요. 근데 안 목사님 설교를 듣고 한국어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고 저 같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

데이비드는 현재 한국에 방치된 또 다른 약물 중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하는 삶을 살고 있다. 마약 중독 환자들이 정신병원에 갇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며 갈망을 억제하고 있지만, 그는 회복의 시작을 스스로 끊을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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