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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억 들인 인천 덕적도 풍력단지, 전기 한번 못 만들고 흉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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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4-02-27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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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지어진 풍력발전기

인천시가 2017년 옹진군 덕적도 북쪽 해변에 완공한 해상 풍력발전 단지 모습. /인천시

인천시가 2017년 옹진군 덕적도 북쪽 해변에 완공한 해상 풍력발전 단지 모습. /인천시

23일 오전 인천 옹진군 덕적면 북리 ‘바람 마을’. 프로펠러가 뜯겨 나간 풍력발전기 10기가 기둥만 남은 채 전봇대처럼 서 있었다. 페인트는 대부분 벗겨지고,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다.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 주민은 “고철로 가져가라고 해도 고물상도 수지타산이 안 맞아 쳐다보지 않는다”며 “앞이 탁 트인 아름다운 해변이었는데 풍력발전기들이 풍광을 망쳤다”고 했다.

덕적도에 풍력발전이 추진된 건 2011년이다. 당시 인천시는 덕적도 주민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을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덕적 에코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섬 특성상 전기 사정이 열악했는데 풍력발전기를 돌리고 태양광을 깔면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말에 주민들은 이 프로젝트를 반겼다고 한다. 지방비 30억원을 투입해 태양광·풍력 설비를 짓는 1단계 공사가 2017년 마무리됐다. 그사이 산업통상자원부는 덕적도와 전남 거문도, 제주 추자도 등 섬 62개를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으로 선정했다.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한 민간 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공사에 속도도 붙었다.

지난 23일 기자가 찾아간 단지에는 풍력발전기의 프로펠러는 없고 녹슨 기둥들만 흉물처럼 방치돼 있었다. /박상현 기자

지난 23일 기자가 찾아간 단지에는 풍력발전기의 프로펠러는 없고 녹슨 기둥들만 흉물처럼 방치돼 있었다. /박상현 기자

덕적도 북쪽 해변에 풍력발전기가 병풍처럼 설치됐다. 그런데 2017년 시운전으로 발전기를 돌려보자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졌다. 풍력은 ‘일정한 바람’이 핵심인데, 발전기를 세운 장소는 바람의 편차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땐 불꽃이 튈 정도로 터빈에 과부하가 걸렸고, 반대로 바람이 그치면 돌아가지 않을 만큼 풍력이 약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섬에서 바람이 가장 세게 부는 곳’을 주민들에게 단순하게 물은 뒤 설비를 만든 결과였다. 풍력발전기는 제대로 전기 한번 생산해 보지 못하고 작동을 멈췄다.

전기를 못 만드는 풍력발전기는 바로 애물단지가 됐다. 큰 발전기 3기와 프로펠러까지는 해체를 했지만, 기둥만 남은 나머지 발전기 10여 개는 해체 예산이 잡히지 않아 방치됐다. ‘바람 마을 덕적도 에코아일랜드’라는 안내 표지판과 조감도만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지판엔 3㎾ 발전기 11기, 10㎾ 발전기 3기 등 한 해 110MWh메가와트시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 14기가 매년 온실가스 46t을 줄일 수 있고, 20년생 잣나무 1만300그루의 식재 효과도 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청사진과 달리 세금 53억원만 날린 흉물이 됐다.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발전기가 꽂힌 해변은 덕적도 명물인 해안가 자갈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풍력발전 사업이 망한 이후 이곳을 찾는 방문객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풍력발전기가 들어오면 섬이 좋아진다더니 경치만 망친 꼴이 됐다”고 했다. 태양광만 주민들이 쓸 일부 전기를 만들고 있다. 주민 최병영65씨는 “4년 전쯤 프로펠러를 다 제거한 이후에 나머지 구조물은 예산 문제로 철거를 번번이 거부당했고 방치되고 있다”며 “이제는 전기가 아니라 그저 치워주기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발생량을 40% 줄여야 하는 우리나라는 원전만큼 재생에너지 확충도 필요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입지 조건과 전력 저장 장치 설치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무작정 ‘짓고 보자’식의 용량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나 원전보다도 면밀한 사전 조사 및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덕적도 풍력발전기는 재생에너지 바람을 타고 면밀한 검토 없이 지어졌다가 섬에 상처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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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기자 bl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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