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 부부 사는 곳에 도로를 짓는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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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 임원들, 팔현습지 방문... "사람과 자연 공존해야"
[정수근 기자]
"금호강 팔현습지가 낙동강보다 더 접근성이 좋고,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 같다. 팔현습지가 잘 보존돼야겠다고 느꼈는데, 거기에 도로가 건설된다고 하니까 너무 안타깝다. 이곳에 사는 수리부엉이, 그 녀석이 그렇게 탁 앉아 반겨주니까 오늘 여기 온 보람이 크고 반드시 이것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앞장서서 열심히 막아주면, 우리도 팔현습지를 지키러 부산에서 달려오겠다." 지난 23일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은 부산환경운동연합 정상래 대표의 말이다. 이날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정상래 대표를 포함 상근 활동가와 전문기관인 연구소 생명마당과 부산환경교육센터 활동가를 포함해서 모두 8명의 활동가들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팔현습지 마스코트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를 꼭 만나고 싶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의 말처럼 이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팔현습지 소식만 접하다가 이번 기회에 모두 함께 가서 팔현습지를 꼭 눈으로 보고 싶었다. 특히 팔현습지의 마스코트가 된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를 꼭 만나보고 싶어 왔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 팔현습지 초입 동구 방촌동 강촌마을을 시작으로 해서 필자의 안내를 따라서 잠수교 보행교인 강촌햇살교를 넘었다. 수리부엉이 부부가 사는 팔현습지 하식애를 지나 원시 자연성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왕버들숲까지 함께 둘러보는 일정으로 이날 팔현습지 탐방을 시작했다.
먼저 팔현습지 하천숲은 금호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흔히 보이는 호안이라는 인공의 장치가 없는, 현재로선 발견하기 어려운 자연 하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즉 금호강의 본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을 개간해서 파크골프장을 건설하고, 정원과도 같은 인공공원을 조성해가겠다는 것은 작금 전국 하천에서 불고 있는 사람 위주의 개발 바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곳 팔현습지에도 36홀짜리 거대한 파크골프장에 유채꽃밭과 같은 인공의 정원까지 조성돼 있는 게 현실이다. 말하자면 앞에서 본 자연 그대로의 하천숲을 밀고, 그 자리에 파크골프장을 짓고, 인공 정원을 지어서 인간들만의 공간으로 재편시켜놓은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지금 팔현습지를 가로지르는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를 건설해서 팔현습지의 특장인 산과 강이 자연스레 연결된 그곳의 생태계를 완전히 교란시켜놓겠다는 것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계획하는 개발 바람이다. 법정보호종 14종이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숨은 서식처인 제봉이란 작은 산과 하식애 앞으로 1.5㎞의 새로운 길을, 환경부가 시민들이 요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일러 모순이라 한다. 멸종위기종과 그 서식처를 지키고 보전해야 할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을 내쫓는 삽질의 주체라는 이 모순적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날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확인하고 함께 공분했다. 하천숲을 지나면 팔현습지의 또 다른 상징적 공간인 하식애가 나온다. 그 하식애에서는 수리부엉이 부부가 둥지를 트고 지난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는 하식애 바로 앞으로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를 건설해 밤낮으로 사람과 자전거가 지나다니게 만들겠다는 것이 현재 환경부 계획인 것이다.
이날도 하식애 8부 능선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고 있는 수리부엉이 남편 팔이의 모습을 육안으로 흐릿하게, 망원경을 통해 또렷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수놈 팔이는 지난밤 열심히 사냥을 했는지 아침에 팔현습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하식애 한 곳을 잠자리로 정해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 환경부는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이날 나머지 일정은 하식애를 지나 팔현습지의 또다른 명물에 갔다. 원시 자연성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오래된 숲인 왕버들숲에 가서 이 오래된 숲의 정취를 느껴보고 그곳에서도 야생의 흔적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현장에서는 지난밤 수달이 다녀간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수달 배설물을 통해서, 또 수리부엉이가 사냥한 흔적을 수북이 쌓인 새의 깃털을 보면서 확인했다. 아마도 지난밤 물까치가 부엉이에게 당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숲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처럼 팔현습지는 완전한 야생의 영역이다. 14종 법정보호종 희귀 야생 생물과 이름 모를 더 많은 야생의 친구들이 살면서 먹고 먹히는 야생의 세렝게티의 모습을 보이는 곳이다. 팔현습지 곳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이런 야생동물들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이런 이유로, 오래된 왕버들숲에서 이 오래된 숲과 팔현습지가 꼭 지켜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함께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라고 외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날의 탐방은 모두 마무리됐다. 마무리하면서 이들은 팔현습지를 방문한 소감을 남겼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정세화 총무부장은 다음과 같이 연대의 의사를 말했다. "습지는 양산 천성산이나 우포늪 이렇게 약간 환경이 도시와 떨어진 이런 데를 많이 봤는데, 도시와 가까이 있는 팔현습지를 보니까 되게 좋더라. 또 팔현습지의 상징과 같은 수리부엉이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면 좋겠는데, 도로 건설 때문에 서식지가 파괴되는 게 너무 어이가 없다. 사람들에게도 더 많이 알려야 될 것 같은데 우리도 적극 돕겠다."
연구소 생명마당의 최인화 실장도 "숨겨진 저들의 서식처를 인간이 너무 간섭하고 파괴해 쟤들이 피하고 피해서 숨어들어와 살고 있는 곳인데, 팔현습지 소식을 들으면서 이곳마저 파헤치려고 하는 인간이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역시 연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해 낙동강 녹조조사를 함께 열심히 벌였던 노현석 부장 또한 "아마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그냥 넘어간 게 아닐까 싶다. 수리부엉이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본다면, 우리는 낮은 곳에서 이런 곳을 지켜낼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소감을 들려줬다.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윤미 사무국장도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오늘 본 것 중 수리부엉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어쨌든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그냥 작고 아담한 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육안으로도 굉장히 사이즈가 크더라. 역시 맹금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근데 그런 새가 도심 한가운데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자연과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시스템이 더이상은 파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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