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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빠진 아이들을 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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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5회 작성일 24-02-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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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전 세계 알파세대 열광
유튜브 ‘스키비디 토일렛’

워킹맘 김현경41씨는 아홉 살 아들이 보고 싶다고 조르는 동영상을 보도록 허락해도 될지 고민이다.

“변기에서 기분 나쁘게 생긴 남자 머리가 쑥 튀어나오더니 지구를 파괴하고 정복하려고 해요. 검은색 정장에 사람 머리 대신 CCTV 카메라·TV·스피커가 달린 캐릭터들이 이들을 막으려 하고요. 처음엔 이 캐릭터들이 변기 물을 내리면 남자 머리가 구멍으로 휩쓸려 내려가면서 황당할 정도로 쉽게 악당을 물리치는데, 갈수록 총·대포·미사일·레이저 등 무기의 스케일이 커져요. 대단히 폭력적이거나 잔혹하지는 않지만 내용이 뭔지 이해되지 않는 데다, 음울·음습·음침한 분위기가 기분 나쁘더라고요. 그래서 아들한테 보지 말랬더니 ‘우리 반 애들 다 본다’며 징징대네요.”

스키디비 토일렛과 이들에 맞서 싸우는 카메라맨./유튜브

스키디비 토일렛과 이들에 맞서 싸우는 카메라맨./유튜브

김씨는 혼자가 아니다. 전 세계 수천만 부모가 애니메이션 영상 ‘스키비디 토일렛Skibidi Toilet’을 보겠다는 자녀와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스키비디 토일렛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알렉세이 제라시모브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DaFuq!?Boom!’에 올리는 애니메이션 영상이다. 대부분 1분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영상에는 성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호한 인터넷 용어, 게임 관련 언급, 맥락 없고 어이 없는 이른바 ‘병맛’ 유머가 가득하다.

스키비디 토일렛에 열광하는 건 ‘알파 세대’다. 현재 아동부터 20대에 해당하는 알파 세대2011~2025년생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스키비디 토일렛은 지난해 5월 첫 영상을 올린 지 7개월 만에 650억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유튜브 영상 중 하나가 됐다. 제라시모브의 유튜브 채널DaFuq!?Boom!은 구독자가 3900만명을 넘으며 가장 빠르게 성장한 유튜브 채널로 꼽힌다.

소셜 미디어SNS에서는 아이들이 스키비디 토일렛을 흉내 내거나 보여달라고 떼쓰는 영상이 화제다. 틱톡에선 ‘스키비디 토일렛’이란 해시태그를 단 동영상이 1530만회 이상 조회됐고, 인스타그램에서도 수많은 밈meme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기성 세대뿐 아니라 M세대1980~1994년생는 물론 Z세대1995~2004년생까지도 ‘스키비디 토일렛에 왜 열광하는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Z세대가 태어나 처음으로 ‘쟤네들알파 세대은 도무지 이해 못 하겠어’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 트렌드이자, 전체가 숏폼60초 이하 짧은 영상 콘텐츠으로 전달되는 최초의 내러티브 시리즈”라며 스키비디 토일렛 열풍을 소개했다.

급기야 ‘스키비디 토일렛 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고, ‘스키비디 토일렛 증후군에서 자녀 보호하기’라는 기사도 무수히 나왔다. 러시아 경찰은 스키비디 토일렛이 아동에게 미치는 위해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스키비디 토일렛’ 인형왼쪽과 아이들이 영상 속 캐릭터를 따라하는 인터넷 밈./유튜브

‘스키비디 토일렛’ 인형왼쪽과 아이들이 영상 속 캐릭터를 따라하는 인터넷 밈./유튜브

첫 질문으로 돌아가자. 아이들에게 스키비디 토일렛을 보여줘도 괜찮을까. 전문가 대부분은 ‘해롭지 않다’는 쪽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기성 세대에게는 낯설고 괴상해 보여 위협적일 수 있지만, 알파 세대는 이미 인터넷에서 초현실적이고 말도 안 되는 영상에 익숙하다”고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스키비디 토일렛을 자녀와 함께 시청해보라”고 권했다. 가디언은 “걸작으로 꼽히는 아동 문학 중 상당수는 섬뜩하고 어두운 내용”이라며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작가 로알드 달의 아동 소설은 살인을 저지르는 교장과 코믹하게 신체가 훼손되는 아이들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하고, 그림 형제의 동화에 등장하는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를 오븐에 밀어 넣는다”고 전했다. 70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벤 드 알메이다25는 “거의 모든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스키비디 토일렛의 매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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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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