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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푸바오?티모가 "마약 사세요"…1만6000명 온 수상한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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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7회 작성일 24-02-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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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판 1등 퀄리티·재구매율 100%” “가성비 제품으로 최고의 선택”

지난 22일 A 텔레그램 채널에서 실시간 벌어진 호객 문구의 내용이다. 10분 사이 15개의 비슷한 문구의 메시지가 거듭 올라왔다. 여러 판매상들이 경쟁하듯 내놓은 건 일반 상품이 아니라 모두 마약이었다. 텔레그램 한 채널에서 자극적인 표현과 유명 연예인 이름을 거명하면서 불법 마약 판매 경쟁을 벌이는 현장이다. 이날 기준 A 채널엔 1만 6924명이 참여했다.

10분 사이 15개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올라오고 자극적인 표현을 하는 등 마약 판매 플랫폼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마약 판매 경쟁에 한창이었다. 텔레그램 캡처

10분 사이 15개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올라오고 자극적인 표현을 하는 등 마약 판매 플랫폼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마약 판매 경쟁에 한창이었다. 텔레그램 캡처

다수의 마약 판매상을 집결시킨 한 텔레그램 채널이 일종의 백화점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해 논란이다. 기존엔 마약상들이 각자 운영하는 채널 또는 대화방에서 고객을 1대1로 비밀리 접촉해 마약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마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시간 100여명의 판매상과 1만 6000명 이상 고객이 한꺼번에 접속해 다양한 종류를 마약을 사고파는 ‘온라인 대형 쇼핑몰’이 등장한 것이다.

A 텔레그램 채널의 ‘A’는 코스피의 상장된 한 대기업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다. 기존 마약방들처럼 아무나 검색을 통해 입장할 수 없고 채널 운영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입장 가능한 비공개 채널이다.

그런데 A채널뿐만 아니라 텔레그램에 이런 형태의 대형 쇼핑몰들이 이미 여러 개가 성업 중이란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들은 대형 연예기획사나 동화 속 캐릭터의 이름 등 친숙한 이름을 차용해서 쓴다.

개별 판매상들이 이들 마약 플랫폼 운영자에게 일정의 금액을 지불하면, 운영자가 해당 판매상들에게 ‘공식 인증’ ‘안전 딜러’ 등의 호칭을 부여하기도 한다. 돈을 받은 뒤 마약 대신 밀가루 등을 보내는 사기가 많아 구매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이들 플랫폼은 실제 백화점처럼 판매상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을 적발하고, 계정 변동 사항을 알려주는 ‘고객센터’ 대화방도 별도로 운영한다. “2023년 10월 11일부로 본 소속 딜러 B와 계약이 해지됐으니 사칭 계정에 낚이는 일 없도록 해달라” “C와는 계약한 적이 없으니 마약 거래를 하지 말아달라”는 식이다.
마약 판매 플랫폼에 참여한 마약 판매상 중에는 푸바오를 사칭하는 곳도 있었다. 텔레그램 캡처

마약 판매 플랫폼에 참여한 마약 판매상 중에는 푸바오를 사칭하는 곳도 있었다. 텔레그램 캡처

A 채널에 참여한 판매상만 100여곳이 넘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판매상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주로 유명인 이름을 사칭하는 계정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 계정 프로필에 인기 아이돌 멤버와 배우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하는 방식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처벌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연예인을 사칭하는 계정도 있다. 에버랜드 마스코트인 ‘푸바오’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티모’ 등 인기 캐릭터를 활용하는 마약 판매 계정도 활동했다.

또한 판매한 마약을 특정 공간에 배달하는 ‘드라퍼’를 채용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마약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마약 판매 플랫폼 텔레그램 대화방은 ‘드라퍼’를 채용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텔레그램 캡처

마약 판매 플랫폼 텔레그램 대화방은 ‘드라퍼’를 채용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텔레그램 캡처

전문가들은 마약상들이 유명인이나 인기 캐릭터를 사칭한 계정을 활용하는 건 일반적인 ‘셀럽 마케팅’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만화 원피스 캐릭터를 내세우며 10~30대 등 젊은 층에 마약을 판매한 일당을 검거해 구속 송치한 바도 있다. 김낭희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친근한 연예인이나 캐릭터를 내세워 마약을 홍보하면, 특히 청소년들이 마약에 쉽게 손을 댈 수 있다”며 “텔레그램 비공개 채널·대화방을 통해 대규모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위장수사 범위를 넓히는 등 제도를 보완해 마약 범죄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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