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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 59.5시간 일한 경비원의 시력 상실…법원 "과로로 인한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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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9회 작성일 24-02-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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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5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수거 중인 경비원 모습. 연합뉴스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며 휴식이나 수면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경비원의 실명이 ‘과로로 인한 산재’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그간 뇌심혈관계 질환이 아니면 과로 산재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던 근로복지공단 관행에 다시금 제동을 건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로 산재는 질병의 종류가 아닌 실질적 업무 환경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25일 판결문과 변호인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 제4-1행정부재판장 이승련는 아파트 경비원 업무를 시작한 뒤 5개월 만에 ‘양측 시신경병증’을 진단받고 실명한 ㄱ씨에 대해 지난달 24일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린 근로복지공단에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ㄱ씨의 실명이 과로·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여서 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 1심 판결을 이어간 것이다.

ㄱ씨는 2017년 10월25일 아파트 경비원 업무를 시작한 뒤 2018년 3월20일 일을 하다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고 오른쪽 눈도 뿌옇게 보이는 증상을 겪었다. 이틀 뒤 시신경병증 진단을 받았고 결국 양쪽 눈이 실명됐다. 이듬해 ㄱ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ㄱ씨의 환경적 요인이나 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ㄱ씨 실명에 과로와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ㄱ씨는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24시간 일하는 격일제 근무를 했고, 1주일 평균 59.5시간 일했다. 근무 중 수면 시간 5시간밤 12시~새벽 5시이 주어졌지만, 경비실 간이침대에서 전등을 켜놓고 잔데다, 택배나 민원 등으로 제대로 잠들기 어려웠다. 눈에 이상을 느낀 날에도 큰 눈이 내려 ㄱ씨는 새벽 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제설 작업을 했다.

재판부는 ㄱ씨의 근로 계약이 ‘주민들의 민원이 3회 이상 접수되어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를 계약 해지사유로 들고 있는 점도 스트레스와 과로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ㄱ씨는 경비 일지에 반복적으로 ‘주민에게 친절하게 하고 불필요한 말변명을 하지 말자’ ‘주민을 설득하지 마라’ 등의 다짐을 적었다.

사건을 담당한 이재원 변호사법무법인 더보상는 “이번 판결은 질병의 형식적인 측면만 본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과로와 상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라며 “특히 휴게시설이 따로 없고, 민원을 다룰 때 심리적 압박 등 근로 환경을 면밀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은 과로를 뇌심혈관계 질환과 관련해서만, 안과 질환은 화학물질 노출과 관련해서만 규정한다. 형식적 요건만 적용하는 한 ㄱ씨의 안과 질환처럼 뇌심혈관계 질환이 아닌 경우엔 스트레스 상황이나 장시간 근로 등에도 과로 산재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 셈이다.

공단이 법원 판단대로 과로 산재를 실질적 업무 환경을 기준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시행령에 제시된 요인만을 제한적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과로 산재 판단 기준을 재확인한 판결”이라며 “애초 공단이 제대로 판단을 했다면 재해자에게도 긴 소송 시간이라는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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