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폭발 사고 20대 "처음엔 다 지원해 줄듯 하던 회사…이젠 연락도 없어... > 사회기사 | society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회기사 | society

전주 폭발 사고 20대 "처음엔 다 지원해 줄듯 하던 회사…이젠 연락도 없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24-08-10 09:01

본문

뉴스 기사
지난 5월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로 5명 사상
“본래 업무 아닌 일 시켜, 안전관리자 못 봤다” 증언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은 A씨26가 지난 8월 4일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은 A씨26가 지난 8월 4일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주간경향] 산재 사고는 순간이지만 노동자의 피해는 오랫동안 지속한다. A씨26의 경우가 그렇다. A씨는 지난 5월 2일 오후 6시42분 전북 전주시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인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메탄가스 폭발 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 있었다. 사고로 A씨를 포함해 4명의 노동자가 다쳤고, 1명이 사망했다. 이곳은 ‘지하 처리장’이다. 폭발 사고가 난 곳도 지하 1층이었다.


지난 8월 4일 오후 대전시의 한 병원에서 기자와 만난 A씨는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A씨는 실험실 업무를 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음식물 파쇄, 유기물 분해, 건조 등의 과정을 거친다. A씨는 소화조에서 시료를 가져와 질소와 인 등이 얼마나 함유돼있는지를 측정해 공정이 잘 되고 있는지, 음식물 투입량이 적절한지를 확인하는 업무 담당이었다.

A씨는 올해 들어 빈번하게 다른 업무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A씨가 실험실 업무를 하고 있으면 불러 나무 자르기나 청소, 다른 노동자 보조를 시켰다. A씨가 ‘하던 일을 끝내고 가겠다’며 싫은 기색을 내비쳤지만 나이가 어린 축인 A씨의 말은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엔 일주일의 절반을 실험실 업무, 절반은 다른 업무를 할 정도였다.

사고 당일에도 팀장으로부터 ‘작업을 좀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갑작스럽게 지하 1층으로 갔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는 것인지 설명은 없었다. 그래서 이 작업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안전을 위해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지도 예상치 못했다. A씨는 “폭발이 나고 본능적으로 계단을 통해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다리에서부터 얼굴까지 불이 붙었다”고 했다. A씨는 얼굴, 팔, 등, 배, 다리 등 몸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지난 6월 26일 전주시청 앞에서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6일 전주시청 앞에서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온 몸 곳곳에 흉터…앞으로 살날 많은데 막막”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하는데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폭발로 이어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음폐수의 과도한 투입, 환기시설 미비 등 회사가 안전을 확보하지 않아 발생한 산재 사고라고 본다. 이들은 또 전주리싸이클링타운 시설이 전주시 소유이고 시설 운영의 주요 결정사항이 전주시 허가를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며 운영사인 성우건설 외에 전주시장도 형사책임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사업주뿐 아니라 원청기업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지난 3개월간 매일 레이저 치료와 소독을 반복하면서 “너무 아파서 죽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얼굴을 포함해 몸 곳곳에 흉터가 남았고 햇볕도 제대로 쬘 수 없다. 언제까지 치료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 A씨는 사고 때 생각을 안 하려고 하다가도 불쑥불쑥 생각이 나고, 트라우마 때문에 나중에 가스레인지를 켤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나아도 나은 것 같지가 않다.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막막하고 힘들다”고 했다. A씨에게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대학 졸업 후 취직한 첫 직장이었다.

성우건설 측은 사고 직후 “본인들이 애사심이라든지, 사명감 때문에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A씨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회사가 피해에 대해 다 지원해 줄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전주시든, 회사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 같은데 피해자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완치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했다. 기자는 성우건설에 여러 차례 전화 등으로 연락했지만 책임있는 관계자와 통화하지 못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경향신문 주요뉴스

· 연쇄살인범 유영철 검거 도운 ‘추격자’ 실존 인물, 마약 판매혐의 체포
· 민주당, 광복절 경축식 불참 검토···조국혁신당은 불참
· ‘방시혁 옆 그녀’ 과즙세연, 11일 생방 예고…방 의장 언급할까?
· 김문수, ‘보수 유튜버’ 활동으로 5억 매출···야 “막말 아이콘, 철저 검증 받아야”
· ‘오피스텔 모녀 살인’ 박학선 ‘우발 범행’ 주장에 검찰 ‘협박에 사전 계획’···첫재판 오늘 열려
· “천문학적 횡령액”···법원, 3000억 횡령 경남은행 간부에 징역 35년 선고
· 오세훈 “인구소멸 위기…미래세대 주택 위한 그린벨트 해제 필요”
· 윤희근 경찰청장 퇴임, 이태원 참사 등 언급 “통증 있었지만 성취 더 컸다”
· 안철수, 권익위 간부 사망에 “여야 싸우면서 중간에 낀 공무원들 벼랑끝 내몰아”
· 광복회 “식민지배 정당화한 사람이 독립기념관장”···대통령 초청 오찬 ‘불참’ 통보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5·18 성폭력 아카이브’ 16명의 증언을 모두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2,009
어제
2,105
최대
3,806
전체
663,174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