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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B] 궁지 몰린 수천명 살린 사채 피해자들의 성자…16년 만에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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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9회 작성일 24-02-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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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일하다 정치판 떠나 시민 곁으로
16년 동안 사채 피해 무료 상담
최장집 교수 "이런 유형의 인물, 본 적이 없어"

[앵커]

뉴스B 시간입니다. 불법 사채는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삶을 구원하기 보다는 파괴해버리는 악마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 옆에는 성자,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이 있었습니다.

16년 간 무료 상담으로 사채 피해자 약 2천여 명을 살린 그의 마지막 상담을 최광일PD가 함께했습니다.

[기자]

한번 그들의 삶을 파괴하는 지난 15일 밤, 서울 영등포의 한 허름한 사무실.

한 30대 남성이 중년의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원금이 없으니 이자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요. 추가 지급된 돈은 돌려받아야 할 돈…]

사채의 덫에 걸려 지옥 같은 삶을 이어오던 남성의 얼굴이 밝아집니다.

[{민사소송 해가지고 반환 청구를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남성은 코로나가 종식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던 지난 2022년 9월, 식당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나오고, 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남성은 사채까지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불법 사채 피해자 : 천만원 정도로 시작을 했고요. 근데 그게 이자를 감당을 못하니까 돌려막기를 하게 된 거죠. 부당이자를 지불한 금액이 약 5억이 좀 넘더라고요.]

2백만 원을 뺀 8백만 원을 빌려주고 보름 뒤 다시 천만 원으로 갚아야 하는 전형적인 불법 사채였습니다.

기한에 빚을 갚지 못한 남성에게 사채업자는 다른 사채업자를 소개시켜줬습니다.

[불법 사채 피해자 : 100만원이 모자라면 그 100만원을 빌리기 위해 또 다른 200만원짜리 일수를 또 쓰게 되는 거죠. 사채를.]

그리고 지옥이 시작됐습니다.

낮밤을 가리지 않은 사채업자의 방문이 이어지고 가족이 받는 협박 전화는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사채업자-피해자 모친 통화 : 돈 빌려준 사람인데요. {도대체 왜 나한테 연락한 거예요?} 니가 XX해서 낳았잖아.]

사채업자들은 여자 친구의 집까지 찾아오기 시작했고, 빚은 이제 5억이 훌쩍 넘었습니다.

사채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기관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상담센터 : 선생님 저희가 수사기관은 아니에요. 결국은 경찰에 신고 외엔 방법이 없고요.]

[불법 사채 피해자 : 경찰수사관님마다 좀 다르겠지만 이런 일에 대해서 경험이 많이 없으신 것도 하나의 이유였고요. 경찰조사가 바로바로 되질 않았었죠.]

마지막으로 남성이 찾은 곳은 비영리재단 민생연대였습니다.

그곳에서 송태경 사무처장을 만났습니다.

[불법 사채 피해자 : 사실 관건은 이자율을 계산을 하는 거였거든요. 경찰수사관도 어떻게 계산을 하면 사실 법정 이자를 안 넘게 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사실 그 부분 때문에 좀 막막했어요. 근데 이번에 상담을 받으면서 다행히 길을 좀 얻은 것 같아서.]

송 처장은 16년 간 민생연대에서 홀로 불법 사채 피해자들을 사채의 늪에서 나올 수 있게 도왔습니다.

[송태경/민생연대 사무처장 : 이 일을 한 것은 정치 영역이 민생을 제대로 챙겨줬으면 좋은데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

송 처장은 원래 국회에서 일을 했습니다.

진보 정치인들과 상가임대차법 등 다양한 민생법안의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송 처장은 불법 사채의 피해를 두 눈으로 보고 정치를 떠나 사채 피해를 막기 위한 시민단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 : 도운 분들이 최소한 천 명은 넘겠죠? 나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절망적인 상황이죠. 내가 조금 불편하고 내가 좀 가난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데 그냥 하지 뭐.]

16년을 월 50~100만 원 수준의 활동비로 버텨왔지만, 피해자들에게는 한 번도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 : 피해자들 만나보면 아실 거예요.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고 심지어 부당 피해금을 몇천만 원 돌려받아도 이분들이 아주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났을 뿐이지 상황이 좋아지는 건 아니에요. 그 어려운 처지를 알기 때문에, 아예 그냥 무료로. 여기 일체 비용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운영을 한 거예요.]

자신이 도울 수 있었던 이들보다 떠나보낸 이들이 더 마음에 남았습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 : 상담하면서 참 마음 아팠던 것 중에 하나가 저거죠 저분은 상담 전화가 왔어요. 깔끔하게 해결을 해 드릴 수 있다. 그 정도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분의 애가 울었어요. 잠시 후에 통화하자 전화가 끊겼죠. 그분이 전화가 없었고요. 며칠 지나서 남편분에게 전화가 왔어요 실종됐다고. 북한강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정말 안타까운 건 전화 한 통만 해줬으면 어린아이 엄마 삶을 마감할 일이 없었을 텐데 내가 전화 한 통만 했었으면. 내내 걸리죠. 많이 울기도 했어요.]

송 처장이 그간 도운 사채 피해자들은 2천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송 처장에 대해 경향신문의 칼럼에서 진정한 진보라고 언급했습니다.

[최장집/고려대 명예교수 : 나는 그 당시 거의 충격적이었어요. 자기 거는 완전히 하나도 안 챙기고 아주 빈곤한 상태인 게 그 방 모습에서도 보이고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서도 피해자들이 상담하러 와서 상담을 해준다 그러더라고요. 적극적으로 그거를 헌신적으로 하는 문제, 이런 태도가 나로서는 극히 놀랐습니다. 난 지금까지도 그 양반 말고는 별로 그런 형의 인물을 본 적이 없는데요.]

몇몇 피해자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사채 피해자/충북 음성군 : 이자에 계산된 파일이 다 정리되고 나서 그 정리된 자료가 다 취합이 됐잖아요. 이제 그걸 딱 받아들였을 때 그제야 비로소 길이 보인 것 같았어요. 송태경 씨가 시키는 대로 하고부터 그 사람들이 꽁무니를 다 내렸어요. 이제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민생연대는 해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후원금이 끊겼고, 사무실 임대료도 밀린지 오래기 때문입니다.

40대에 사채 피해자들을 돕는 일에 뛰어든 송태경 처장은 어느덧 60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생활고를 겪었고 본인에겐 적지 않은 빚도 남았습니다.

[사채 피해자/충북 음성군 : 사무장님 덕분에, 우리 가족에게는 선물 같은 존재인데 사채를 극복하고 잘 먹고 잘 사는데 사무장님은 계속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건강도 안 좋아지시는 것 같고,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기 위한 생계도 힘들어지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을 보고 결국 경영상의 이유로 민생연대가 문을 닫는다고 하니까…]

다음달 해산 총회를 앞두고 송 처장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송태경/민생연대 사무처장 : 내 삶을 찾고 싶은데 이제 찾을 수 없는 노년이 됐다는 게 조금 섭섭하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VJ 허재훈 이지환 / 영상디자인 정은실 / 리서처 이채빈 박효정]

최광일 기자 choi.kwangil@jtbc.co.kr [영상취재: 김재식 / 영상편집: 김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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