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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공항서 먹고 자고 "여기가 내 집"…노숙인들 목소리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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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3회 작성일 24-08-0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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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인천공항, 문을 연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먹고 자는 노숙인들도 섞여 있습니다.

이들은 왜 공항에 머물게 된 건지,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휴가철 인천국제공항은 설레는 표정의 여행객들로 북적입니다.

복잡한 출·입국장을 벗어나자 하나 둘 보이는 의문스러운 짐들.

터미널 2주차장 가는 편으로, 한산한 공간으로 왔거든요.

그런데 여기 여행객 짐이 아닌 걸로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인천공항에서 먹고 자는 노숙인의 세간살이였습니다.

조금만 관심 갖고 공항을 둘러보니, 노숙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노숙인 : {어떤 연유로 여기서 주무시고 생활하고 계시는지 그런 거 좀 여쭤봐도 될까 해서…} 여기도 집이야. {여기도 집이에요?} 아, 길거리에서 잠 안 자면 되는 거지 뭘.]

공항 밖에 머물다 날이 저물면 잠만 자러 오는 사람까지 합치면 내국인 노숙자는 최소 수십 명으로 추정됩니다.

취재진이 직접 이야기를 나눈 노숙인만 8명입니다.

4년 째 공항 내 노숙인들을 돌보고 있다는 한 선교사를 따라가 봤습니다.

[이여호수아/선교사 : 아이고 내가 찾아서 얼마나 돌아다녔는데…]

[노숙인 : 안녕하세요. 목사님 목소리인데, 목사님 목소리…]

오히려 선교사를 챙기는 노숙인도 있습니다.

[이여호수아/선교사 : 마스크는, 마스크는 충분해요?]

[노숙인 : 마스크 잔뜩 있어. 나 서울역 가면 줘. 내 것 좀 드릴까? 내 것 좀 드려?]

이곳 노숙인들은 주로 여행객들이 남기고 간 음식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이여호수아/선교사 : 여기 이렇게 보시면 이렇게 식사하시다가 남기고 가시잖아요. 그러면 그런 거 뒤지는 거예요. 최소한 안 상했으니까…]

아프면 지자체와 연계된 병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권유해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4월에는 공항에서 생을 마감한 이도 있다고 합니다.

[이여호수아/선교사 : 병원에 가시라고 해서 여기 구급대도 왔었고… 결국 안 가셨어요. 내일 가겠습니다 그러더니, 마지막 뵀을 때 물 좀 줘 그러시더라고요.]

한 노숙인은 제게 한 시간 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쉬지 않고 털어놨습니다.

이제 밤 11시가 다 됐습니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던 이 터미널이 조금은 한산해진 모습인데요.

그 빈자리를 노숙인들이 지금 채우고 있습니다.

중장년층 노숙인 사이에 눈에 띈 한 청년.

[청년 노숙인 : {식사하실 동안만 좀 옆에 있어도 돼요?} 아니 아니요. 이야기 안 할래요.]

근처에서 함께 밤을 새기로 했습니다.

새벽이 되자 하나 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하늘가명 씨.

[김하늘가명/청년 노숙인 :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이야기를 안 하는 거죠. 귓등으로도 안 듣던데 뭐. {누가 그렇게 귓등으로도 안 들었대요?} 다.]

유일한 말동무였던 부모님은 3년 전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김하늘가명/청년 노숙인 : {아 진짜…어떻게 견디셨어요. 부모님 그렇게 되시고…} 우울증 약도 먹고 그랬죠. {너무 힘들어서?} 네. 왜냐하면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동무할 사람도 없고…]

자활시설 관계자가 이따금씩 찾아오지만, 김씨는 노숙이 더 낫다고 합니다.

[김하늘가명/청년 노숙인 : {시설 같은 데 가면 좀 도와주실 분들도 있고 하니까…} 싫어요. 싫어. 막 시키는 대로 해야 되니까 그게 제일 싫어요.]

다음 날 아침, 전날 만났던 노숙인들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이도 있었습니다.

[노숙인 : {오늘 여기서 뭐하실 계획인데요?} 아, 오늘 면접 있어가지고 가야 해요. 오늘은…]

여름 휴가철 하루 이용객만 21만 명에 달하는 인천공항 그 속에서 그림자처럼 웅크린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좀 더 진득하게 들어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작가 강은혜 / 영상취재 김대호 / VJ 김한결 / 취재지원 황지원]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tbc.co.kr [영상취재: 김대호 / 영상편집: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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