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고양이 다 쫓아내고…쥐 퇴치에 1억 씁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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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쥐 없애라고 섬에 데려와 놓고,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공격한다며 고양이 45마리 쫓아내
20년 넘게 써먹고 함께 산 존재를, 고작 몇 달 만에 내쫓기로 해결한 국가유산청 마라도 전체에 번식하던 멸종위기종 뿔쇠오리를 절벽으로 몰아낸 주범도 인간 이들 돌볼 고양이 도서관 짓기로…"생명 경시 위험 배우고, 공생 실천하는 공간으로"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세상이 처음 불편해졌지요. 직접 체험해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며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가장자리가 보이도록 힘쓰려합니다.
어느 날 서 있던 곳에서 들려 천이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보내진 메타세쿼이아들이 감당했을 시차…… 그 혼란과 피로를 나는 이해할 것 같다. 김숨 소설가 -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中 뿌리 이야기 77쪽 천장 가까이에 있던 까만 고양이가 날 힐끔 봤다. 그러자마자 껑충 뛰어 내게서 더 먼 곳으로 넘어갔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 두려움과 질림, 배신감, 아마 그런 감정인 걸까. 제주 선흘에 있는 세계유산본부 임시 보호 시설. 여기에 26마리의 마라도 고양이가 잠시 지내고 있었다. 살던 섬에서 돌연 쫓겨난 건 지난해 3월 3일이었다. 잘 잡히라고 하루 굶겨 45마리를 포획했다. 특정 범위에서 평생 살아가는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 그건 어떤 의미였을까. 곁에 있던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말했다. "그거는 완전 영화 올드보이나 다름없죠."
"너 이제 납치된 거야, 그런 거예요. 동물을 포획해 이송하는 건 굉장히 큰 스트레스죠."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강제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붕 띄워져 옮겼다는 건…어떤 고양이들에겐 죽을 정도로 힘들었을 거예요."
"처음엔 엄청 힘들어했죠. 한두 달은 피똥 싸고, 밥그릇 엎고, 먹지도 않고. 쫓겨난 걸 인지하더라고요. 영역 동물이니까 이 터에서 떠난 그 자체는, 제가 보기엔 죽음의 절벽까지 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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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단 섬에, 애초 고양이를 데려온 건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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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선 교수 책 우리는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21세기북스, 2024에 이리 적혀 있었다. 마라도 해녀들은 어망을 씹어 망가뜨리는 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전부터 고양이를 길렀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사람과 식당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쥐들도 늘어났다. 쥐가 늘어나 이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자 인간은 쥐를 제어하기 위해서 마라도로 고양이를 더 데려왔다. 인간이 고양이를 데려온 거였다. 그게 2000년대 초중반이라고 했다. 약 20년을 이 섬에서,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았다. 고양이는 자연의 순리대로 점점 더 번식해 숫자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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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죽이는 주범으로 지목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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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 이 철새는 3월에 마라도에 날아와 5월까지 머물다 간다고 했다. 주로 절벽에서 번식하는데, 육지에 머무는 사이 고양이가 공격한단 거였다. 논문 67쪽엔 이리 적혀 있었다. 현장 조사를 수행한 2018년 기준으로 고양이에 의해 포식된 뿔쇠오리는 24마리로 추정되고 고양이 한 마리에 의해 1.2마리의 뿔쇠오리가 포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미발표 자료. 중략 특히 고양이의 최대수용능력이 80마리 이상일 때 20년 뒤 뿔쇠오리는 마라도에서 절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24마리로 추정된다는 건 저희가 직접 현장에서 관찰한 사체 숫자입니다. 주로 언덕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체들을 확인해 발견한 겁니다. 고양이에게 포식당한 흔적의 형태라든가, 얘네들을 숨겨놓는 게 매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거든요. 고양이가 20마리가 있어서 일단은 한 마리당 1.2마리라고 얘기한 겁니다. 여러 절벽 등 제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한 걸 생각하면 훨씬 더 피해가 심각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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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동물이었다가 나쁜 동물로, 인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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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주어는 인간이다. 그런데 이 주어는 자꾸 묘하게 숨고, 포식자 고양이의 이미지만 남게 됐다. 2022년 말에 나온 한 언론사 기획 제목은 두 얼굴의 고양이였다. 귀엽고 예쁨 받지만, 야생에선 작은 동물을 공격한단 거였다. 두 얼굴이 아니라 원래 그런 본능을 가진 동물이다. 고양이가 그리 봐달라고 한 적은 없다. 인간이 보고 싶은 대로 봤을 뿐. 늘 그랬듯이.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중요한 말을 했다. 인간동물학을 연구하는 이답게,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를 짚었다. "좋은 동물과 나쁜 동물을 구별하죠. 인간이 정해준 자리에 가만히 있고, 이익을 주는 동물은 좋은 동물. 그렇게 봤을 땐 고양이는 사실 인간에게 별로 이로움을 주는 동물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 애들도 아닌 거예요. 치워야 하는 동물로 여겨지기가 아주 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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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쇠오리를 절벽으로 내몬 것도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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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도에서 뿔쇠오리가 번식하는 이유가 뭘까요? 원래 뿔쇠오리는 사람이나 육지 포식자가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만 번식하는 조류거든요. 마라도가 개간이 된 지 300년밖에 안 됐습니다. 예전엔 섬 전체에 뿔쇠오리가 번식했을 건데, 사람이 살면서 식생을 다 걷어내고 땅을 평탄화했어요. 그 과정에서 뿔쇠오리들이 번식지를 잃고 지금은 절벽에만 살아남아 있는 개체군이에요." 마라도에 그나마 생존할 수 있었던 게, 절벽이 있기 때문이란 거였다. 인간에게 내몰리지 않았다면 섬 전체에 뿔쇠오리가 아름답게 보였을 거란 것.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구역이 있기에 살아남았다는 것.
천명선 교수가 저서 우리는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마라도 고양이 사건 관련 비판한 내용이 이랬다. 이 사건에서 마라도 고양이는 일단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를 공격하는 죄를 가진 동물로 인식된다. 뿔쇠오리의 이동 경로, 개체군 번식 특성 등에 대해 진행된 연구는 전무하다. 고양이가 뿔쇠오리 개체군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명확지 않다. 단 한 편의 논문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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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내쫓기라는…인간 위주의 간편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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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의 주도하에 협의체가 구성되긴 했으나, 일방적이었단 비판을 받으며 고양이 반출이 결정됐다. 포획 기준이나 포획 이후 방안, 보호 시설 마련 등에 대한 의견도 무시됐단다. 호주 사례를 언급하며 고양이를 살처분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가 말했다. "문화재청이 주도하고, 이건 이미 답은 고양이를 반출하는 걸로 정해져 있었어요. 도에서도 우리는 완도에 방사하기로 결정했다고 하고. 민원이 폭주하니까 막 일을 저질러버린 거죠. 뿔쇠오리 24마리를 죽인 주범으로 고양이가 지목된 거예요. 근데 거기 돌아다닐 때 사실 개도 있었고, 매도 있고, 뱀도 있고, 쥐도 있어요. 뿔새오리엔 다 천적이거든요." 천명선 교수도 이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했다. "서울대 논문도 그렇고 논의가 계속 고양이를 중심으로 해서 간 거고요. 만약에 이게 제대로 되려면 뿔쇠오리가 예컨대 200~250쌍이 온다고 하면요. 모두 함께 모여서, 쥐도 뿔쇠오리 알을 까먹으니까 못 들어가야 하고, 펜스를 친다거나, 사람들도 그쪽으로 배 좀 그만 타고 가게 하고, 여러 방안을 만들면서 고양이에 대한 것도 얘기가 됐어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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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갈 곳 없는 마라도 고양이…고양이 도서관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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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나 갈등이 생겼을 때, 어느 하나는 무조건 죽여야 하는 거예요. 아주 1차원적이고 문제가 있는 거지요. 단지 마라도 고양이 때문만이 아니에요. 연쇄적으로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도 그렇고, 생명 경시 때문에 약자들한테 함부로 하는 게 연관돼 있죠." 마라도 고양이는 반출됐으나 좋은 결과를 남겨 의미가 되고픈 거란다. 마라도 고양이들은 내년이면 세계유산본부 임시 보호 시설에서도 나와야 한다고. 갈 곳이 없어지기에 고양이 도서관을 지어 돌보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주시와 함께 민관협력으로 추진 중인 작은 도서관. 비건, 동물 관련 책을 구비하고 생명존중 등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란영 대표가 만들 고양이 도서관을 짐작했다. 그가 아무것도 없던 땅에 만들어낸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시설을 보며. 여길 둘러보던 김영환 동물권행동 카라 팀장은 "행동 풍부화제한된 공간에서 사는 동물들을 위해 행동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게 해주는 것가 장난 아니게 잘 돼 있다"라고 했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교수가 고양이 도서관의 의미에 대해 이리 부여했다. "마라도 고양이를 이렇게 잘 풀어낼 수 있으면, 대한민국의 많은 지역과 생태 문제,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가 된다는 것. 그런 상징성과 포부가 있는 거지요." 에필로그epilogue. 고양이 56마리 중 45마리가 반출되고, 마라도엔 이제 10여 마리가 남았단다. 모두 중성화를 마쳤다. 고양이가 반출된 뒤, 이번엔 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늘었단 주민 얘기가 많아졌다고 김란영 대표가 말했다. "쥐가 늘어서 집안까지 들어온다고 마라도 주민들이 말하더라고요. 가게 안까지 쥐가 들어와서 방역했다고 했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책정한 쥐 퇴치 예산이 지난해 6000만원, 올해는 1억원이라고 했다. 고양이 반출로 쥐가 늘 것에 대한 우려로 책정된 거란다. 쥐를 잡으려 고양이를 데려왔다가, 고양이가 늘어나니 반출시키고, 다시 쥐가 늘까 봐 1억원 넘게 세금을 쓰고 있다. 그러니 인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거라고. 일각의 주장처럼 마라도에서 모든 고양이를 전부 다 제거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가 전부 없어지면 당연히 쥐가 다시 늘어난다. 그러면 쥐의 개체 수를 줄일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이 쥐약이라면 어떨까? 애초 목적은 확실히 성공할 수 있겠지만 다른 동물들도 죽게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야생 쥐들까지 모두 죽게 된다면 새들의 먹이가 사라지게 된다. 쥐는 사실 마라도의 생태계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이런 복잡한 관계를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많은 부분 이해한 다음에야 인간은 비로소 어느 지점에 개입하고 어느 정도로 개입할지,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우리는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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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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