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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의 잼 자도 몰랐다…염불보다 잿밥 병폐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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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9회 작성일 23-08-1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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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러 놓고서 시설은 나중에 확충"
지역 개발에 이용된 청소년 호연지기
대회 유치 후엔 준비 없이 행사 이용만
운영 중엔 컨트롤타워 없이 네 탓 반복
잼버리의 잼 자도 몰랐다…염불보다 잿밥 병폐 되풀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온갖 우여곡절 끝에 11일 막을 내렸다. 열악한 야영장 환경과 연일 지속된 폭염으로 대회 시작과 동시에 위기를 맞았고, 도중에 태풍까지 덮치면서 스카우트 대원들은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는 대신 도심 관광을 해야 했다. 대원들이 숙소를 찾아 국가별로 뿔뿔이 흩어진 탓에 문화와 우정을 나눈다는 대회 취지도 무색해졌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돼야 하는 초대형 행사가 아님에도, 정부·기업·국민의 적극적인 공조 속에서야 무사히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6년 전인 2017년 8월 유치에 성공했으니 준비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대회 지원을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그렇기에 잼버리 파행은 명백히 ‘인재’. 정치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부수효과 같은 콩고물에만 눈이 멀어 ‘기본과 책임’을 등한시해 벌어진 ‘사회적 참사’다.

생태 파괴 현장서 친환경 야영… 잼버리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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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은 애초 잼버리를 하기에 부적합한 장소였다. 간척지 특성상 그늘이 없고 배수가 잘 되지 않아, 하루이틀은 몰라도 12일이라는 긴 기간 야영을 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이곳을 야영지로 삼았다면 폭염, 집중호우, 습도, 벌레 물림 등 뻔히 예상되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대비책이 철저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덩굴터널, 그늘쉼터, 안개 분사시설 정도로 4만여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덩굴은 간척지 염분 탓에 제대로 자라지도 못했다.

필수 시설도 모자랐다. 2016년 세계잼버리 유치 실천방안 연구 보고서는 샤워장 417동10명당 샤워꼭지 1개, 급수대 278동15명당 수도꼭지 1개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지만, 실제 설치된 수량은 각각 281동, 125개로 절반에 불과했다. 화장실은 330곳을 청소하는 인력이 70명뿐이라 위생 상태가 엉망이었다. 결국 개영식 날부터 온열 환자, 벌레 물림 환자가 속출하고 전 세계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뒤늦게 냉방 시설, 쉼터, 인력 등을 보강하느라 혈세 161억 원이 투입됐다.

잼버리가 ‘야영 축제’이고 주체가 ‘청소년’이라는 사실은 절대 망각해선 안 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참가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새만금을 개최지로 선정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이미 매립된 땅이 널려 있는데 잼버리 부지 확보를 명분으로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해창갯벌 8.84㎢를 메웠다.

잼버리는 자연 속에서 야영하며 모험심을 키우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 대규모 토목 공사로 생태계를 파괴한 현장에서 대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잼버리 정신 위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해창갯벌 인근은 내변산에서 내려오는 직소천도 있고 굉장히 중요한 생태의 보고”라며 “2주 대회에 사용하겠다며 농업용지도 아니고 관광용지도 아닌 땅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염불보다 잿밥’… 개발에 이용된 잼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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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을 대회장으로 고집한 꿍꿍이는 따로 있었다. 2012년 전북도의회에 출석한 정헌율 당시 전북 부지사는 “대형 행사를 못해 지역발전이 늦다”면서 “저질러 놓고 시설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해” 잼버리 대회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2016년 송하진 당시 전북도지사는 “잼버리는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고, 2017년 잼버리 유치 목적을 묻는 도의원 질의에도 “새만금 개발”이라고 공언했다.

잼버리는 지지부진한 새만금 개발 속도를 높일 구실에 불과했던 것이다. 실제로 잼버리 부지는 관광레저용지로 지정됐지만, 신속한 매립을 위해 농지관리기금 2,150억 원을 끌어다 쓰는 편법이 동원됐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해창갯벌은 매립하겠다는 민간 사업자가 아무도 없었던 땅”이라며 “잼버리 부지로 지정되면 어떻게든 국가가 매립을 도와줄 테니 전북도가 꼼수를 쓴 것”이라고 일갈했다.

대회 유치 후엔 모두가 장밋빛 전망에 취해 준비를 게을리했다. 2017년 전북연구원은 새만금 SOC 조기 구축을 하면 생산유발 효과가 6조4,656억 원 상승해 누적가치가 20조5,515억 원에 달할 것이라 분석했다. 대회 기간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가치 1,198억 원, 고용 1,098명으로 예상했다. 나아가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해 새만금 국제공항, 항만,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사업 조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이런 자료를 영리하게 이용했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새만금 신공항, 신항만 건설 공약을 앞다퉈 부르짖었다. 잼버리가 끝난 뒤에는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정부도 총사업비 8,000억 원에 이르는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줬다. 정치권도 지자체도 야영장 시설 확충이나 환경 개선, 원만한 행사 진행 같은 ‘기본 계획’은 줄곧 뒷전이었다.

컨트롤타워 부재에 전문성 결여… ‘주최자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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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중앙정부도 손 놓고 있었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여가부 폐지 논란’에 휘말려 잼버리 준비에 써야 할 귀한 시간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3월에야 공동 조직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책임을 외면하고 있고, 전북도는 실질적 예산 집행 권한이 없었다는 핑계 뒤에 숨었다. 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라 최종 책임자는 국무총리이지만, 한덕수 총리는 잼버리가 난장판이 된 뒤에야 전면에 나섰다.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 게 아니라, 아무도 노를 젓지 않아 배가 망망대해에 멈춰 선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전문성 결여다. 여가부는 국제 행사를 치러 본 경험이 전무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준비 미흡 문제를 제기했던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존폐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여가부의 경험 부족이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실무를 총괄한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여가부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출신이다. 2019년 북미 잼버리 대회 당시 공동 조직위가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스카우트 대표들로 구성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석영준 백석예술대 겸임교수는 “새만금 잼버리는 운전을 잘하는 사람에게 자동차 제작을 맡긴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부안=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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