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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응급실 온 전공의…죄책감에, 휴일이라도 도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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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3회 작성일 24-02-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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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엿새째 이어진 25일 오전 9시쯤 경기도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80대 여성 환자가 베드에 누운 채 도착했다. 이 여성은 심부전 환자로 심장 기능이 많이 떨어졌고, 폐에 물까지 찬 상태였다.

서둘러 환자를 맞은 건 전공의 A씨였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응급실로 출근한 A씨는 곧바로 검사를 진행했다. 환자의 염증 수치는 정상보다 약 10배 높았고, 요로감염 증상도 보였다. A씨는 전문의 B씨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B씨는 이뇨제 투여 지시를 내린 뒤 건너편 베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응급실은 전문의, 전공의, 인턴 등 의사 3명과 간호사 7명이 근무하는 체계였다. 그러다 인턴과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으면서 평일에는 전문의 1명이 응급실 전체를 책임지게 됐다.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던 전공의 A씨가 휴일에 더 바쁜 응급실 상황을 우려해 몰래 병원에 나온 것이다.

실제로 전공의 일부는 A씨처럼 조용히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몰리는 환자와 이를 맞는 전임의·교수·임상강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B씨는 “대형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에서 근무하는 일부 전공의는 외부에는 함구한 채 몰래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전공의들이 비공식적으로 출근하는 것과 관련해 환자들은 물론 병원에 남아있는 선배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과 의료진 파업 관련 얘기를 많이 나누곤 하는데, 다들 파업이 장기적으로 가는 것에는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25일 오전 대전 서구 을지대병원 응급실 앞에 응급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이날 응급실엔 10분마다 한 명씩 환자가 들어왔다. 접수증을 받고 원무과에 접수하는 과정부터 대기가 발생했다. 진료 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도를 분류하는 트리아제Triage·환자분류소 공간은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로 붐볐다. B씨는 “응급실 환자는 매일 평균 최소 100명에서 최대 150명에 달하는데 의사 1명만으론 응급실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오전 10시쯤 사이렌 소리와 함께 또 한 번 119구급차가 도착했다. 한 고령의 남성이 휠체어에 탄 채 환자분류소 안으로 이송됐다. 남성은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였다. 머리를 제대로 들지 못해 무릎에 머리를 파묻은 채로 앓는 소리를 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 나흘째인 지난 23일 오후 2차 병원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양대학교 한마음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응급실에는 노인뿐 아니라 10대 학생 등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가 찾아왔다. 오전 11시쯤 손가락에 휴지를 잔뜩 감싼 여자아이와 부모가 응급실로 뛰어 들어왔다. 아이는 의자에 손가락이 낀 채로 넘어져 피를 많이 흘렸다. 깁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뒤이어 들어온 10대 여학생은 “전날부터 계속 구토 증상을 보인다”며 힘겹게 대기 의자에 앉았다. 함께 온 엄마는 학생의 배를 만져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전날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을 접질린 50대 남성 환자와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는 70대 남성 환자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쉴 틈 없이 응급실로 들어왔다. 오후 1시가 되자 병상의 약 70%가 찼고 응급실 내부는 더욱 북적였다.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찾는 소리가 들리자 A씨와 B씨가 숨 가쁘게 환자 침대를 오갔다. B씨는 “오늘은 다행히 교통사고 환자나 응급 환자가 아직 없어서 동시 진료가 가능한 것”이라며 “단순하게 보이지만 일반 병원에서 할 수 없는 봉합 수술 환자라도 오게 되면 바로 손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전공의 대부분이 떠난 병원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이 2~3배 가량 더 일하며 버티고 있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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