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 모습.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하면서 중학생까지 의대 열풍이 불고 있지만 문과생이 지원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한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이과 선호 경향도 더 강해질 전망이다.
13일 종로학원이 전국 39개 의대의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분석한 결과 문과생도 지원할 수 의대가 10곳으로 늘었다. 연세대를 비롯해 가톨릭관동대, 경희대, 성균관대, 순천향대, 아주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가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반영할 때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했다.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확률과통계, 사회탐구 응시자도 의대에 원서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종전까지는 수학에서는 미적분과 기하, 탐구영역에서는 과학탐구를 선택한 이과 학생만 의대에 지원할 수 있었다.
수능 지정과목을 폐지한 10개 의대의 올해 정시모집 정원내 일반전형 모집인원은 321명으로, 전체 39개 의대 정시 모집인원1089명의 29.5%에 해당한다. 문과생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문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진입 장벽을 없앴지만 허들은 여전하다. 수능 지정과목을 없앤 대신 수학 미적분·기하나 과학탐구에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 아주대3% 인하대3% 순천향대10%는 수학 미적분·기하 성적에 3%나 10%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다른 대학은 과학탐구에 최대 10%의 가산점을 준다.
2025학년도 전국 39개 의대 수능 과목 지정 현황 및 가산점 부여 방식. 종로학원 제공
문과생의 의대 지원 기회는 많아졌지만 합격 가능성은 사실상 막혀 있는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지금의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는 수학·탐구영역에서 이과생의 표준점수가 높게 형성된다. 가산점까지 부여하면 사실상 문과생이 이과생을 넘어서기 힘들 전망이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인문계 학생435점보다 과학탐구에서 한 문제를 틀린 이과 수석의 표준점수449점가 14점이나 높았던 게 대표적 사례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확률과통계137점보다 11점 높다. 탐구영역 표준점수 최고점도 과학탐구화학Ⅱ 80점가 사회탐구경제·정치와법 73점보다 7점 높다. 윤리와사상·세계사63점와 비교하면 17점 높다.
수학이나 과학탐구에 가산점이 없으면서 문과생이 지원할 수 있는 의대는 인문계열 학생 8명을 별도로 선발하는 이화여대 한 곳에 불과하다. 의대 정시 모집인원의 0.7%에 해당한다. 이화여대도 자연계열 선발에서는 과학탐구에 과목당 6%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나머지 29개 의대는 수학 미적분·기하 또는 과학탐구를 수능 선택과목으로 지정했다. 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를 모두 수능 선택과목으로 지정한 의대가 23곳으로 가장 많았고, 6곳은 과학탐구만 지정했다. 문과생의 의대 지원 자체가 막혀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생이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문은 넓어졌지만 수학 미적분, 과학탐구에 가산점을 주고 있어 사실상 문과 학생이 합격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의대 정원이 2000명 증원돼 의약학계열 선발규모가 8659명까지 늘어나는 등 이과 선호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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