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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 속 무표정 아빠가 활짝…"신기해요" 눈물이 왈칵[인류애 충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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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8회 작성일 24-10-0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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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아빠 영정사진, 맘 아프단 딸 요청에…능력 발휘한 따뜻한 사람들
환한 미소, 자연스러운 웃음, 흑백 그림에 아빠 목소리 담긴 영상까지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그날 하루 종일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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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아빠 영정 사진이 맘 아파, 웃는 얼굴로 바꿔달란 말에 기꺼이 응해준 이들. 희진씨는 그날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사진=박희진씨 제공
희진씨 방엔 아빠 영정사진이 늘 걸려 있었다. 침대에 누우면 가장 잘 보이는 곳. 그렇게라도 자주 보고 싶어서 돌아가신 뒤 거기에 둔 거였다.

8월 29일은 희진씨에게 참 고된 날이었다. 털썩, 집에 와 묵직한 모래 자루처럼 침대에 널브러졌다. 그대로 누워 여느 날처럼 정지된 아빠 얼굴을 바라봤다.

하늘빛 사선 무늬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에, 입을 굳게 다문 무표정한 사진. 그날따라 어쩐지 다르게 보여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유독 안 좋은 표정으로 저를 보고 계시더라고요. 혹시 하늘나라에서도 편찮으신가. 아님, 제 걱정에 잠을 못 이루시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요. 아빠 사진이 웃고 계셨으면 싶었어요. 그걸 걸고 얼굴 보며 하염없이 대화하고요. 그럼 너무 행복할 것 같았지요."

표정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랐다. 막연히 SNS스레드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리 남겼다.

울 아빠 영정사진인데 웃고 계신 모습으로 바꿔줄 수 있을까? 여기 능력자분들 많던데. 사랑하는 울 아빠. 볼 때마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셔서 너무 가슴이 아파.

첫 댓글이 달리는 순간 희진씨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빠가, 입가에 주름이 깊이 패도록 환히 웃고 있어서였다.



커다란 나무였던 아버지…어느 날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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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진씨 부친의 검사 사진. 폐암 말기였고, 이미 온몸에 퍼진 상태여서 손을 쓸 수가 없었다./사진=박희진씨 제공
2020년 말, 한겨울이라 추웠던 날. 아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허리가 너무 아프네." 희진씨는 다급히 그가 다니던 척추전문병원에 갔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의사가 따로 희진씨만 밖으로 불렀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들려온 말에 세상이 무너졌다.

"폐암 말기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허리까지 전이가 됐다고, 이 정도면 손 쓰기 힘들 것 같다고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까만 부분이 다 암세포라고, 이렇게 될 때까지 어떻게 참았냐고 놀라시더라고요."

목수였던 아빠는 희진씨에게 커다란 나무였다. 어린 나이에 아빠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다고 했을 때. 이혼한 뒤 홀로 아등바등 애를 키울 때. 아빠는 나약해지지 말라고, 자주 전화해 모진 말로 희진씨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줬다. 그 힘으로 15년간 아이를 잘 키워냈다.

이후 아빠와 함께 일하던 분이 이리 말해주었다.

"아빠가 저랑 전화 통화하고 끊고 나면, 혼자 많이 우셨대요. 따끔한 말 해놓고 아빠도 힘드셨던 거겠지요. 오냐오냐 해 주셨으면 아마 그때 못 버텼을 거예요."



곤히 주무시던 날 삐- 소리…커다란 나무가 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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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이발하는 희진씨 부친 사진. 병원에도 봄은 찾아왔고 꽃은 피었고, 깔끔하게 단장하고 아빠와 마지막 꽃 구경을 갔다./사진=박희진씨 제공
어버이날엔 수박이랑 카네이션 사 들고 갔었다. 그때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단다. 결혼하기 전엔 복날에 아빠와 동료에게 삼계탕을 사드린 적이 있는데 너무 행복해했다고.

"슬프거나 힘들거나 지쳐도 묵묵히 그 자리에서 제가 쉴 수 있게 해주신, 아빠는 제게 커다랗고 든든한 나무셨어요."

한 시절을 살아내었고, 작은 존재를 사랑으로 키워내었고. 2~3일에 한 번은 딸과 한 시간씩 통화로 수다를 떨 만큼 다정한 친구였고. 사계절이 수십 번 돌도록 한 자리에 우직하게 우뚝 서 있던 커다란 나무. 그 나무가 이제 제 몫의 세월을 다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아빠의 웃음을 더 보고 싶었다. 단 하루라도 더. 출장 이발하는 분을 불러서 머리를 예쁘게 깎아드렸다. 봄이 왔다. 휠체어를 태워드려 병원에 핀 꽃도 구경시켜 드렸다.

마지막 날. 아빠가 만나는 분과 오빠와 희진씨까지, 셋이 병실에 모였다.

"너무 곤히 주무셨어요. 다른 날처럼 끙끙 앓는 소리도 없이. 오늘은 통증이 덜하신가 보다, 얘기하는데 갑자기 삐-소리가 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자식들이 임종 지켜서 맘 편하라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셨구나 싶었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무표정한 아빠 영정사진 맘 아파…"웃는 모습으로 바꿔주세요" 부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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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리 무표정했던 희진씨 부친의 영정 사진. 경황이 없는 와중에 선택한 사진인데, 바꿀 수 없다고 해서 정해졌단다. 희진씨는 SNS 친구들에게 웃는 모습으로 바꿔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사진=박희진씨 제공
돌아가신 뒤 정한 아빠 영정사진. 아빠랑 찍었던 리마인드 웨딩 사진이 떠올랐다. 활짝 웃는 모습이어서 좋아했었다. 그러나 오빠가 벌써 영정사진을 정했단 걸 알았다. 바꿀 수 없다고 했다. 무표정한 아빠 모습이 속상했다.

다른 사람 꿈에는 잘 나오면서, 희진씨에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아빠. 서운하고 속상했던 날. 그날 SNS 친구들에게 그리 요청한 거였다. 아빠 영정사진을 웃는 모습으로 바꿔줄 수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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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아버지 영정 사진을, 기꺼이 시간을 내어 환히 웃는 모습으로 바꿔준 이들.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고./사진=박희진씨 제공
731개의 댓글이 쏟아졌다. 조회수는 88만 건을 넘겼다. 이윽고 첫 번째 사진이 완성됐다. 바라고 바라던 아빠가 환히 웃는 모습이었다.

"진짜 눈물이 펑펑 나는 거예요. 참 신기했던 게, 만들어주신 사진이 정말 생전에 아빠가 활짝 웃고 계신 모습과 똑같이 닮아서…. 표현하기 힘들 만큼 감사했지요."

순식간에 영정사진으로 따스하게 덮인 댓글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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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웃는 모습의 사진들이 댓글창에 쏟아졌다. 희진씨는 그 따스함에 한참을 울었다./사진=박희진씨 제공
어떤 웃음으로 할까 하다가 두 장 다 해봤어요.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올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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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웃는 모습의, 희진씨 부친 영정사진./사진=박희진씨 제공
다른 분들이 사진으로 많이 남겼길래 영상으로도 한 번 남겨봅니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영정사진을 좀 젊게 해 드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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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그림으로, 보드라운 선으로 영정 사진을 만들어준 이도 있었다./사진=박희진씨 제공
서로 비난하고 혐오하는 글만 보다가 너무 따뜻해진다고. 댓글 보다가 울었다고. AI의 순기능이 아니겠느냐고. 스치던 이들도 맘이 따뜻하고 뭉클해졌다며, 다들 한 마디씩 남겼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진심 담긴 위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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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은 이리 쓰면 좋지 않겠느냐고./사진=박희진씨 제공


웃는 영상까지 만들어준 이들…"하루 종일 펑펑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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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가슴을 울리는 위로였다고, 희진씨는 도와준 모든 이들을 일일이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단다. SNS 친구가 만들어준, 희진씨 부친의 영상./사진=박희진씨 제공
웃는 사진 다음에 또 웃는 사진. 갖가지 시선으로 만들어 낸 아빠의 웃음이 그날 내내 희진씨의 마음이 얼얼할 만큼 따스하게 울렸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영상으로 만들어준 이까지 있었다. 아빠의 생전 목소리와 아빠에게 듣고픈 얘길 전해달란 이가 있었다. 얼마 뒤 영상이 도착했다.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을 배경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웃던 아빠는 이리 말하고 있었다.

"희진아, 아빠는 이제 하나도 안 아파. 아빠는 지금 행복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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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 같았고, 가장 좋은 벗이었던, 이제는 고인이 된 희진씨 부친의 묘. 아빠를 만나러 가던 길. 그날따라 하늘이 참 파랗게 맑았다고 했다./사진=박희진씨 제공
상상도 못 했던 거였다. 잠깐의 영상이지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희진씨는 평생 못 잊을 시간일 거라고 회상했다. 이를 기억해 감사한 마음으로 베풀며 살기로 다짐했단다.

"정말 그날 하루 종일 펑펑 울었어요. 너무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셔서요. 마음 같아선 한 분 한 분 다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었지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부탁이잖아요. 솔직히 못 본 척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아직은 그래도 세상이 살만하구나 싶었지요."

끝으로 아빠에게 전하고 픈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희진씨가 고민하다가 이리 말했다.

"아빠, 다음 생애는 꼭 내 아들로 태어나요. 이번 생에 제가 못 해준 것들 다 해드릴 테니까. 자주 못 찾아뵈어서 죄송해요. 부디 하늘나라에선 일 생각만 하지 마시고, 편하게 행복하게 지내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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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웨딩 때 나란히 앉아, 환하게 웃는 아빠와 딸. 하늘나라에서 이 모습을 또렷히 기억하며, 여전히 활짝 웃고 있을 거라 믿는다./사진=박희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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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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