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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잠·땀범벅·뒤틀린 골반…"모든 어머니들에게 경의를"[극한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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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회 작성일 23-08-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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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잠·땀범벅·뒤틀린 골반…quot;모든 어머니들에게 경의를quot;[극한체험]

지난 4일 기자가 24시간동안 임산부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집에서 쉬고 있는 기자의 모습. 어떤 자세를 취해도 불편하다.ⓒ 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원태성 기자 = # 폭염속 가장 힘든 사람들은 누구일까. 택배 노동자, 인형탈 알바, 건설노동자 등이 거론되던 중에 임산부라는 의외의 답이 나왔고 공감대가 형성됐다. 곧바로 임산부 체험의상을 찾아 구매했다. 며칠 후 배송된 체험복은 무게만 6.5㎏에 달했다. 보통 임산부 체험은 임신한 아내를 둔 남편이 아내의 고통을 공감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고 기온 35도 폭염경보가 발령됐던 지난 4일. 10개월 중 단 하루의 체험을 했다. 감히 임산부의 고통을 공감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임산부를 향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잠은 보약이다. 6.5㎏의 임산부 체험복이 내 배를 누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설상가상 열대야까지 덮친 그 날 밤. 잠은 보약이 아닌 고통의 연속이었다.

오후 11시30분 평소대로 천장을 보고 누웠다. 이내 호흡은 잘개 쪼개졌다. 숨을 들이킬때마다 부풀어오르는 배에 가해지는 압박은 평소보다 족히 다섯배는 더 커졌다. 그 자세로 5분을 채 유지하지 못했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고 나서야 호흡은 평소대로 돌아왔다. 문제는 완전히 반대로 뒤틀린 왼쪽 골반이다. 불편했지만 결국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숨이 턱 막혀 눈을 떴다. 시야에는 다시 천장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평소 자세로 돌아온 것이다. 시계를 보니 오전 2시17분이었다. 가빠오는 호흡을 가라앉히고자 다시 몸을 돌렸다. 그렇게 7시간 동안 자고 깨기를 5번이나 반복했다.

"아이고 죽겠네."

오전 6시30분 울리는 알람소리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입밖으로 새어나온 첫마디였다. 등은 땀으로 흥건했다. 몸을 누르는 건 6.5㎏의 임산부 체험복만이 아니었다. 분명 잠을 잤지만 더 피곤했다. 아직 체험시간은 10시간이 더 남았다. 아침부터 무거운 한숨으로 땅이 꺼지는 듯 했다.

◇폭염 속 24시간 임산부 체험…시작부터 방광에 가해지는 압박

임산부 체험은 오후 네시부터 다음날 오후 네시까지 24시간 동안 진행됐다.

동료의 도움을 받아 지하철 화장실에서 임산부복을 착용했지만 집중될 주위 시선에 정작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큰 마음 먹고 내딛은 한걸음.

"어머머." 수근대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김없이 들려왔다.

착용한지 5분쯤 됐을까. 가빠지는 호흡, 장마기간 비처럼 멈추지 않는 땀, 뒤틀리는 골반과 느려지는 발걸음 등으로 이내 머리는 새하얘졌다. 무엇보다 방광을 누르는 압박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2호선 강남역을 지나면서 퇴근하는 사람들로 지하철은 가득찼다. 사람들에게 밀리자 몸에 가해지는 압박은 더 강해졌다. 부끄러움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힘겹게 지옥철 내렸지만 눈앞에 놓인 28개 계단

30여분간의 지옥철은 시작에 불과했다. 눈앞에 놓인 또다른 고난은 계단이었다. 집은 가야하니 숨 한번 크게 몰아쉬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세어보니 고작 28개였다. 평소였으면 몇초면 쉽게 오를 계단이지만 이날은 쉽지 않았다.

지하철 엘레베이터에는 늘 어르신들로 가득해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마음에 계단을 오른 건 패착이었다.

사당역 14개 출입구 중 에스컬레이터는 5곳에만 있다. 집과 가까운 출입구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다. 반쯤 올라갔는데 이미 숨이 차기 시작했다. 개찰구를 빠져나왔을 때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지난 4일 기자가 24시간동안 임산부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사당 인근 장어집에서 가족과 외식을 하는 모습. 장어탕을 먹지만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방광에 오는 압박으로 20분에 한번씩 화장실을 갔다.ⓒ 뉴스1




◇짧아진 소변 주기, 외식도 고통

이날은 가족과 간만에 외식을 하는 날이었다. 집 근처 10분거리에 위치한 장어집에 부모님과 함께 갔다. 60대로 추정되는 여자 사장님은 처음엔 뭐하시는 분이냐며 경계를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 했더니 "더 많은 남자들이 해야 한다"며 응원을 해줬다.

즐겁게 시작한 외식이었지만 이내 찾아온 고통은 온전히 내몫이었다. 눌린 방광으로 20분마다 화장실을 가야했다. 또 에어컨이 켜져있었지만 앉아서 밥을 먹다보니 장어탕을 먹는데 호흡이 가빠지고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어렵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식당 사장님은 "순산하세요"라고 웃으며 말을 건냈다. 이에 "내일이 예정일"이라고 답하자 주변 손님들의 박장대소를 했다. 대기중인 20대 후반 커플은 "우리도 해볼까"라며 임산부 체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웃으며 식당을 나섰다. 체험 시작 3시간이 지났다. 배도 부르고 이미 어깨, 허리, 무릎에 무리가 가서인지 7개 차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50초 신호안에 반대편에 도달하지 못했다. 빨간불로 바뀐지 10초가 지나서야 겨우 인도로 도착했다. 식은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지난 4일 기자가 24시간동안 임산부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저녁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 이미 지친 상태에서 신호안에 횡당보도를 건널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여름이 확실히 힘들지, 죽을 맛이야"…혀 내두른 어머니

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처음으로 임신했을 당시 이야기를 나눴다. 30년가까이 지났지만 3번 출산을 경험한 어머니는 마치 어제의 일처럼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임신하면 열이나고 살이 찌기 때문에 열이나는게 당연하잖아. 거기에 지금같이 더위가 겹치면 진짜 죽을 맛이야"

어머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6시간밖에 체험을 안한 상태였지만 새삼 어머니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씻기 위해 옷을 벗었는데 온몸에 붉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만져보니 따가웠다. 비오듯 흐른 땀으로 인해 생긴 땀띠였다. 속옷에는 하얀색 소금기가 그득했다.

◇앞으로 쏠리는 배, 3인분 설거지하는데 11분

지옥같은 밤을 보내고 일어났다. 속이 불편했지만 출근하기 위해 아침을 챙겨먹었다. 평소처럼 직접 설거지를 했다.

밥그릇과 국그릇, 수저 3개. 평소에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날은 11분이 넘게 걸렸다. 앞으로 쏠리는 무게중심때문에 중간중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어깨를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설거지만 했을 뿐인데 하루 에너지를 다 쓴듯 했다.

출근을 위해 신발을 신을 때 결국 일이 터졌다. 무게를 못이기고 앞으로 넘어진 것이다. 갑자기 출근을 하기가 싫어졌다. 1분간 멍을 때리다 정신을 차리고 현관문을 나섰다.


지난 5일 기자가 24시간동안 임산부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역에서 30분만에 더위를 먹고 벤치에서 쉬는 모습.ⓒ 뉴스1




◇실외온도 34도…30분만에 더위 먹다


임산부 체험 17시간 째. 오전 11시였지만 이미 실외 온도는 34도였다. 전날엔 첫날이라 버텼지만 이날은 밖으로 나온지 30분만에 더위를 먹었다.

벤치를 찾는데 10분이나 걸렸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우선 앉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취재를 위해 계속 밖에서 움직여야 했지만 몸이 마음과 같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는 간격은 점차 줄어들었다. 전날 확인한 땀띠가 난 부분은 땀때문에 쓰라렸다. 아침에 입은 흰색 셔츠는 땀 범벅이 돼 회색이 된지 오래였다.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 조차 들지 않았다.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 뿐이었다.

◇24시간만에 체험 끝…해방감 말했던 어머니 말 공감돼

오후 4시 드디어 끝났다. 체험복을 벗자마자 전날 어머니가 했던 말이 새삼 공감이 됐다.

"출산하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홀가분해진 기분과 함께 힘겹게 낳은 아이를 안으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실제 출산을 하진 않았다. 체험도 하루 뿐이다. 그러나 전자만큼은 작지만 확실히 경험했다. 무더위 속 짊어지던 생명체?를 내려놓자 해방감이 찾아왔다.

카페에서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은 여태 맞아본 것 중에 가장 시원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홑몸으로 다녀도 견디기 힘든 폭염. 임산부에게 더위는 고작 고통의 한스푼을 더할 뿐이라는 사실에 진부하지만 모든 어머니들에게 새삼 경의를 표한다.


지난 5일 기자가 24시간동안 임산부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체험 종료 5분전 지칠대로 지친 마지막 기자의 모습.ⓒ 뉴스1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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