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의대증원 경험한 의사…"동기 절반이 유급·제적,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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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면 의료 교육의 질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검증을 거쳤고 필요한 경우 재정 투자를 통해 교육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의 우려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의학교육 관련 발언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공유되며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갑자기 2배로 늘어난 인원을 누가 어떻게, 질 좋게 가르칠지 의료계가 우려한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각 대학에서 희망 수요를 받고 전문가와 검증한 결과 교원과 여러 가지 시설을 기준으로 봤을 때 교육의 질 저하 없이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2년간 예과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보완할 시간이 있고 필요하면 정부가 재정 투자도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사회자가 추가로 "교수 한 명이 10명에서 20명, 100명에서 200명을 가르칠 순 있지만 질이 떨어질 것이란 게 국민들의 걱정"이라고 되물었지만, 박 차관은 "교수 수가 충분히 많다"고만 강조했다. 또 "의대 정원 확대로 점수가 낮은 학생들이 들어오면 의료 질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도 걱정하는데 1980년대 초 졸업정원제를 해서 정원의 30%를 더 뽑았지만 교육을 충분히 잘 받았다"며 "그때 학생들이 대학에서 중진 이상 교수도 하고 아주 좋은 의료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졸업정원제라는 제도가 아닌 의사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 게 의료계의 반론이다. 이미 실패한 정책을 예로 드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난도 쇄도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졸업정원제는 대학 정원보다 많은 신입생을 선발한 후 초과 인원을 중도에 강제 탈락시켜 졸업 시 정원을 맞추는 교육정책이다. 각 대학의 교육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시행돼 많은 비판을 받았고 결국 시행 7년 만인 1987년 폐지됐다. 1984년 의과대학에 입학한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12일 "1987년 졸업정원제 입학생의 유급으로 본과 1학년 교실에는 총 278명이 있었다"며 "출석을 부를 수도, 점검할 수도 없었고 해부학 실습은 카데바사체가 부족해 겨울로 미뤄졌다"고 떠올렸다. 이어 "오전 9시 수업을 들으려면 새벽 6시에 나가야 했다. 강의실 제일 뒤에 앉으면 글자가 안 보여 망원경을 들고 다녔다"며 "병원에 실습을 하러 가도 학생 수가 많으니 제대로 배울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졸업했지만 동기는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는 방대한 공부량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거나 이해가 달려 유급·제적당했다는 것. 마 과장은 "의과대학 교육만 받았다면 지금쯤 의사를 그만뒀어야 했을 것"이라며 "전공의 때 주 120시간 이상 밤낮없이 공부하며 훌륭한 스승에게 배운 덕분에 의사로서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냈다.
의사 구인난에 몸살을 겪는 병원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중소병원협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7개 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수준은 의료계 내에서 많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의학교육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의대 정원 규모를 재고해야 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의료인력의 질적 관리와 함께 전공의 인건비, 교육시설 확충 등에 한꺼번에 수 천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게 부담일 것이란 분석이다. 의학 분야 국내 석학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역시 "불과 수개월 내 입학정원 증원에 필요한 교육자와 교육시설이 마련될 수 없다"며 "의과대학 입학정원 조정제도 확립 등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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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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