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억 들인 인천 덕적도 풍력단지, 전기 한번 못 만들고 흉물로
페이지 정보
본문
2017년 지어진 풍력발전기
인천시가 2017년 옹진군 덕적도 북쪽 해변에 완공한 해상 풍력발전 단지 모습. /인천시 덕적도에 풍력발전이 추진된 건 2011년이다. 당시 인천시는 덕적도 주민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을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덕적 에코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섬 특성상 전기 사정이 열악했는데 풍력발전기를 돌리고 태양광을 깔면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말에 주민들은 이 프로젝트를 반겼다고 한다. 지방비 30억원을 투입해 태양광·풍력 설비를 짓는 1단계 공사가 2017년 마무리됐다. 그사이 산업통상자원부는 덕적도와 전남 거문도, 제주 추자도 등 섬 62개를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으로 선정했다.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한 민간 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공사에 속도도 붙었다. 지난 23일 기자가 찾아간 단지에는 풍력발전기의 프로펠러는 없고 녹슨 기둥들만 흉물처럼 방치돼 있었다. /박상현 기자 전기를 못 만드는 풍력발전기는 바로 애물단지가 됐다. 큰 발전기 3기와 프로펠러까지는 해체를 했지만, 기둥만 남은 나머지 발전기 10여 개는 해체 예산이 잡히지 않아 방치됐다. ‘바람 마을 덕적도 에코아일랜드’라는 안내 표지판과 조감도만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지판엔 3㎾ 발전기 11기, 10㎾ 발전기 3기 등 한 해 110MWh메가와트시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 14기가 매년 온실가스 46t을 줄일 수 있고, 20년생 잣나무 1만300그루의 식재 효과도 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청사진과 달리 세금 53억원만 날린 흉물이 됐다. 그래픽=김하경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발생량을 40% 줄여야 하는 우리나라는 원전만큼 재생에너지 확충도 필요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입지 조건과 전력 저장 장치 설치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무작정 ‘짓고 보자’식의 용량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나 원전보다도 면밀한 사전 조사 및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덕적도 풍력발전기는 재생에너지 바람을 타고 면밀한 검토 없이 지어졌다가 섬에 상처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닷컴 핫 뉴스 Best
[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박상현 기자 blue@chosun.com |
관련링크
- 이전글사교육업체가 유치원 역할…정서 악영향 우려되는 영어유치원 열풍 [심층... 24.02.27
- 다음글평택 아파트 주차장 SUV에서 불…60대 남성 전신화상 24.02.2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