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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환자 없다? 전공의 떠난 현장은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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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0회 작성일 24-02-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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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바쁘게 움직이다 서로 부딪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죽는 환자가 없으니 의료 현장이 돌아간다고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현장을 알고 보면 말이 안 되는 표현입니다.”



28일 지역의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ㄱ교수는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 현장을 ‘재난’에 비유했다. ㄱ교수는 특히 응급·중증환자의 처치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심정지 환자가 오면 중증일수록 집약적으로 일을 해야 해요. 한명은 기도 삽관, 또 다른 사람은 가슴 압박, 혈관 잡고 기도 확장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요.”



예전엔 5~6명이 붙어 3분 안에 끝날 일을 이젠 2~3명이 하는 탓에 처치 시간이 길게는 3배 넘게 늘었다. 현재 이 병원은 전공의 16명 가운데 13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상태다. “코로나19 때가 질병으로 인한 재난이었다면, 지금은 인력으로 인한 재난 상황입니다. 당장 사망률이 높아지진 않아도, 나중에 보면 코로나 때처럼 사망률이 증가해 있을 겁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이들의 업무를 고스란히 떠안은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남은 의료진의 ‘번아웃’탈진으로 진료의 질이 떨어지고, 자칫 오진이나 과처방 등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8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응급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들이 전공의들이 서던 당직을 돌아가며 맡고, 드레싱상처 치료부터 소변줄을 제거하는 간단한 조처까지 도맡아가며 가까스로 의료 현장이 유지되고 있지만, 남은 의료진은 “이런 상황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남은 의사들도 쓰러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공의 6명이 모두 사직서를 제출한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이형민 교수는 “제가 전공의 시절에 주 88시간 일했는데, 지금 그 정도 일하는 것 같다. 이전보다 업무량이 2배 이상 늘었다”며 “힘들어 죽겠는데 버티는 건 정부 정책에 동의해서가 아니고, 우리까지 빠지면 망할 거니까 이 악물고 참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사들의 과로는 실제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도권의 한 공공의료기관에서 소아암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50대 교수는 “정신이 없으니 요일을 깜박깜박하고 항암제 처방 날짜도 헷갈릴 정도”라며 “간호사가 잘 확인해줘서 다행히 사고는 안 났는데, 이런 상황이 더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공의가 없어 환자들이 몰렸던 2차 병원에도 과부하가 걸리면서, 경증 환자조차 다시 상급병원 응급실을 찾는 조짐도 보인다. ㄱ교수는 “의사 집단행동 초반엔 국민들도 잘 알고 있으니 환자가 줄었다. 1·2차 병원이 완충 작용을 해준 것도 있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효과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도 경증 환자가 서서히 느는 분위기”라고 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 간호사들도 격무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특히 전공의들이 해오던 수술, 처치, 처방 등의 업무를 해온 피에이PA·진료보조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크다. 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ㄴ씨는 “통상 낮에만 근무하던 피에이 간호사들이 전공의처럼 당직을 서야 하니까 삼십몇시간씩 연속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부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이 사직을 철회하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장도 “특히 중증환자를 주로 다루는 내·외과 교수들의 당직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데, 전임의들과 3~4년차 전공의들까지 다음주부터 떠난다는 얘기까지 나오니 다음주에는 훨씬 더 상황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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