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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오시면 말씀드릴게요"…가격표 없는 헬스장, 여전히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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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87회 작성일 24-10-0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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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가격표시제 2년만에 첫 과태료 부과
헬스장 등 체육시설 가격 여전히 깜깜이
필라테스·요가 업종은 포함 안돼…제도 구멍
“가격은 매장에서 직접 상담한 후에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벤트나 현금가 적용하면 금액이 다 달라서….”

서울 마포구의 한 헬스장에 전화로 가격을 묻자 관계자는 "가격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매장에 오시면 설명 후에 말씀드리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격을 표시해두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는 "가격을 표시해야 하는지 몰랐고, 첫 방문인 경우와 이벤트 특가 등에 따라서 가격 변동이 생기기 때문에 이렇게 안내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헬스장과 수영장 등 종합체육시설의 경우 서비스의 요금체계 및 환불기준 등을 사업장 게시물과 등록신청서에 표시해야 하는 가격표시제 이행 대상이다. 체육시설 가격표시제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육시설 사업장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등록신청서 작성 전에도 가격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시행돼왔다. 헬스장, 당구장, 체육도장 등 16개의 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 시내의 한 헬스장 입구에 게시된 홍보물. 홍보 문구와 연락처 외에 가격과 관련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사진=염다연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행 2년만인 올해 처음으로 가격표시 미이행 헬스장에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여전히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심모씨25는 "며칠 전 헬스장에 등록하려고 연락해보니 직접 방문해서 상담받으라고 했다“며 "가격이 부담될 경우에는 헛걸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주변 헬스장에서도 연락했지만 모두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심씨는 "헬스장에 방문하니 테이블에 앉아 앨범을 열어 가격표를 보여주고, 긴 시간 상담을 하다 보니 그 자리에서 결제를 안 할 수가 없었다"며 "이런 식이라면 환불 규정이나 가격을 미리 밝히는 가격표시제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헬스장 10곳 중 최소 1곳에서는 가격을 미리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및 6대 광역시 소재의 2019개 헬스장에 대한 가격표시제 이행 점검 결과 10.7%인 217곳에서는 가격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행 첫해인 2022년에 1000여개 헬스장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15.6%보다 소폭 감소한 값이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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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시제의 위반 시에는 사업장 규모 등의 기준에 따라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는 올해 가격표시제 점검 결과에 따라 일부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시행 이후 미이행 업체에 시정 권고만을 하며 실효성 논란이 일자, 2년 만에 처음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이행 이유가 구체적으로 조사된 바는 없지만, 가격표시제 자체를 몰랐거나 환불 등에 조치에 있어 업장이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이행 업체에 대해서는 모두 시정하도록 조치했고, 시정하지 않은 5곳 미만의 업체에 처음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격표시제는 큰 실효성 없이 소비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와 함께 빠르게 매장 수가 늘어나고 있는 필라테스나 요가 등의 시설을 업종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도 맹점으로 지적된다. 체육시설법에 따르면 요가 및 필라테스는 체육시설업이 아닌 자유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요금체계와 환불기준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최근 헬스장뿐만 아니라 필라테스 학원에서도 회원권을 결제한 이후 환불 없이 이른바 ‘먹튀’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도 서울 광진구의 한 필라테스 학원에서 ‘특별 시즌 이벤트’라며 수강생을 끌어모은 뒤 수강비를 챙기고 돌연 폐업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필라테스나 요가 등의 시설의 이용자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가격 표시 등의 의무가 발생할 수 있도록 체육시설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가격표시제가 시행되고 2년이 넘었는데 소비자가 제대로 시행을 체감하지 못하고, 그 피해가 여전하다면 해당 제도의 방법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헬스장에 방문한 뒤 앨범을 열어서 가격을 보여주는 등의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이 선택으로부터 해방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음식점처럼 온라인에서 검색했을 때 바로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효과적으로 가격을 게시할 수 있는 방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 홈페이지에도 가격 표시를 의무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몰라서 위반하는 사례가 없도록 지자체나 관련 협회를 대상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올해도 점검을 실시해 전국에 가격표시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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