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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팩도 4시간만에 차가워져요"…이동노동자 쉼터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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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3-12-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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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휴서울이동노동자 북창쉼터에서 이모64씨가 콜을 받기 위해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다. 백재연 기자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지난 21일 오후 1시, 서울 중구에 있는 휴서울이동노동자 북창쉼터에선 퀵서비스 배달기사들의 휴대전화 알람이 끊이지 않았다. 새로운 콜배달 접수을 알리는 소리였다. 약 50여개 자리를 갖춘 쉼터에서 배달기사 8명이 쉬고 있었다.

송모58씨는 쉼터에 들어오자마자 상자에 잔뜩 쌓여있는 핫팩 2개를 챙겼다. 헬멧을 벗어 핫팩과 함께 탁상에 올려놓은 송씨는 잰걸음으로 화장실로 갔다. 도로를 달리면서는 마땅히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서다.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휴서울이동노동자 북창쉼터에서 송모58씨가 물티슈로 헬멧을 닦고 있다. 백재연 기자


송씨는 종이컵에 타온 따뜻한 커피믹스를 홀짝이면서 탁상 위에 있던 물티슈로 헬멧의 고글을 닦았다. 매연을 잔뜩 머금은 탓에 물티슈는 새까매졌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도, 체감온도는 영하 21도였다.

오전 9시부터 배달 일을 시작했다는 송씨의 볼은 빨갛게 터 있었다. 그는 “이런 날에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맨몸으로 계곡물에 들어가는 것 같다. 원래는 8시간 넘게 가는 핫팩도 4시간이면 다 식고 차가워진다”고 했다. 헬멧 정비를 마친 그는 쉼터에 도착한 지 10분 만에 다시 배달하러 떠났다.

휴서울이동노동자 쉼터는 서울 시내에 4곳이 자리한다.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근처에 있는 북창 쉼터는 교통 요지에 자리한 편이다. 양용민 북창쉼터 선임간사는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거점이기 때문에 기사들이 이곳에 잠시 쉬어가면서 콜을 받고 배달 동선을 짜기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쉼터를 이용하는 배달 기사의 약 80%는 퀵서비스 기사들이다. 그 외 대리운전 기사, 음식배달서비스 기사 등도 이곳을 찾는다. 하루 평균 이용자는 55명 정도다. 최근처럼 ‘북극한파’가 몰려오는 겨울이 되면 이용자는 급증한다. 추위를 잠시라도 피할 수 있을뿐더러, 하루에 2개씩 핫팩을 무료 제공하기 때문이다. 양 선임 간사는 “혹한기에는 이용자가 하루에 약 70명 정도다. 지난 19일에는 100명이 쉼터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쉼터를 방문하는 기사들은 대부분 휴대전화 2대를 지니고 있다. 3대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휴대전화로 콜을 잡고 퀵서비스를 접수한 이들과 연락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쉼터에는 휴대전화 충전 케이블 수십개가 놓여 있었다. 멀티탭에는 케이블을 5개까지 연결할 수 있는 멀티충전기콘센트가 여러 개 꽂혀 있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휴서울이동노동자 북창쉼터의 모습. 백재연 기자


오후 2시쯤 쉼터에 방문한 이모64씨는 휴대전화 2대를 충전 중이었다. 그는 하루에 두 번 쉼터를 찾는다고 했다. 쉼터가 문을 여는 오전 8시30분쯤 도착해 약 30분가량 몸을 녹인 뒤 일을 시작하고, 오후 2시쯤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지면 다시 방문해 충전하는 식이다. 이씨는 “겨울에 오토바이를 타면 손가락이 깨질 정도로 춥다”면서도 “그렇지만 추운 것도 고려 안 하면 이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휴서울노동자 북창쉼터는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첫 방문 후 등록을 통해 QR코드 발급을 받으면 이동노동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법률상담과 금융상담, 건강상담 등도 제공하고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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